[차종율 목사의 사진묵상-성령의 열매]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 6:17에서 “이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하지 말라.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고 말한다. 이 구절은 핵심은 ‘나를 괴롭게 하지 말라’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라는 두 문장이다.

여기서 ‘괴롭게’라는 단어는 내면적인 고통이나 슬픔을 의미하는 것으로(마 26:10, 눅 11:7), 갈라디아교회가 유대주의자에게 미혹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바울의 마음 속 고통을 보여준다. 따라서 ‘괴롭게 말라’는 이단자들에 의하여 성도들이 미혹되지 않기를 바라는 바울의 호소라고 할 수 있다.

‘흔적’(스티그마타)은 소나 양에게 낙인을 찍어 소유주를 나타내는 것, 또는 종에게 특정한 주인의 소유임을 표시하는 ‘자국’(mark)이나 ‘소인’(seal)을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신비주의자들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의 상처가 바울에게도 생긴 것이다’라고 주장하지만, 바울이 복음을 전파하다가 예수의 이름으로 말미암아 얻게 된 수많은 고난의 흔적들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옳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바울이 겪은 수많은 고난으로 인하여 실제로 육체에 남겨진 박해의 상처들(scars)을 뜻하며(고후 11:22-27), 실천적 의미로는 바울이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수많은 고난에 동참하였다는 사실과 고난과 박해 속에서도 끝까지 예수를 따랐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청소년 시절에 나는 아버지께 ‘천국에 가면 진짜 예수님인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아버지께서는 ‘손바닥을 만져 보면 알 수 있다’라고 하시면서, 부활하신 주님이 의심하던 제자들에게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눅 24:39)고 하신 말씀으로 설명해주셨다.

사도 바울처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예수의 흔적’은 나에게 무엇일까? 우리가 종종 예수님 때문에 받은 상처(흉터)라고 말하는 것들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자신을 힘들게 한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여 생긴 응어리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바울이 말하는 ‘흔적’은 그를 힘들게 했던 갈라디아 교인이 아니라, ‘예수’하면 떠오르는 ‘the brand-marks of Jesus’(NASB·예수의 브랜드 표시들)이다. 그런 흔적이 나에게도 있는가? 그것은 내 삶 속에서 맺어야 할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로 나타난다. 하나씩 나타날 때마다 내 상처(scar)는 별(star)이 되어 빛날 것이다.(단 12:3)

그러므로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고 해도 예수 그리스도의 종으로 받은 사명을 감사하면서 사도 바울처럼 잘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로마서 5:4)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