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한국교회
②신학부문-박현신 교수(총신신대원 대외협력처장)

고난 이겨온 교회 역사가 불확실한 세상 대안 제시해야
코로나19는 중요 기회, 본질 회복 돕는 대응 매뉴얼 필요


신학은 교회 사역 전반의 컨트롤타워다. 지난주 목회부문 대담에서 코로나19 이후 목회의 방향을 짚었다면, 신학은 향후 목회, 선교, 교육에 이르기까지 교회와 관계된 사역 전 분야의 방향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날 대담의 넓이는 방대했다. 아울러 기존의 묻고 답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깊이 있고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본지 주필 김관선 목사와 실천신학에 정통한 총신신대원 박현신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동시에 코로나19로 예측 불가능해진 세상에 교회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 전제조건으로 성전의 회복과 예배의 회복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신학의 역할을 비롯해 목회 선교 교육의 길잡이가 되어 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주>

김관선 목사
김관선 목사

김관선 목사(이하 김 목사): 코로나19로 G2라고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가장 큰 피해를 받았고 진앙지가 됐다. 기독교문화가 기반인 유럽도 피해가 크다. 일본은 올림픽 이슈 때문에 더 소중한 가치를 밀어냈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강한 선진국도 전염병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일부 선진국에서는 생명존중보다 경제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성경적 가치로 볼 때 생명을 중요하지 않게 보는 나라가 과연 선진국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박현신 교수(이하 박 교수):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폭풍, 교회의 위기의 폭풍, 코로나19의 폭풍이 몰려오는 퍼펙트스톰(perfect storm) 한 가운데 서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려가 크다. 인간이 발전시킨 첨단과학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어떠한 방향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가까운 미래도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히려 예측하는 게 어리석은 일이 됐다. 확실한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과학문명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셨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일상을 빼앗기자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나온다. 먹고 마시고 자는 게 행복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이런 행복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메시지가 중요한 때이고, 그리스도인만이 세상에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는 교회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김 목사: 그리스도인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이미 성경에 미래에 대한 예측이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성경을 품고 영적무장만 잘하면 어떠한 상황이 와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오늘날 교회는 성공지향적인 것만 부각시키면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영적무장이 되어 있지 않아 그리스도인마저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다.

박 교수: 하나님은 우리에게 항상 “깨어있으라”고 했고 성령과 진리 안에서 “예배하라”고 했다. 깨어있고 예배하면 종말론적인 징조가 와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그리스도인들도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코로나19 사태보다 더 어려운 시대도 있었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유일한 집단이 바로 교회였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이 올 때 교회는 어떤 고난도 ‘하나님의 사랑으로 넉넉히 이기는 믿음’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다.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김 목사: 맞는 말이다. 교인들조차 말씀을 되새기지 않고 하루 종일 코로나19 관련 얘기만 한다. 교회가 교인들을 제대로 가르쳤는지, 목회자와 신학자는 역할을 잘 했는지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

박현신 교수
박현신 교수

박 교수: 실천신학과 설교학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고민이 크다. 무엇을 설교했고 예배를 어떻게 가르쳤고 우리의 교제는 어떤 의미였는지,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꺼내야 할 시점이다. 스가랴 다니엘 에스겔 등 예언서의 주인공들은 성전을 잃고 예배조차 드릴 수 없었던 가장 절망적인 때 하나님이 주시는 비전의 말씀을 품었다. 그때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이루어졌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감당치 못하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신앙이다. 우리는 종말론적 신앙으로 영적 티핑포인트를 마련해야 한다.

김 목사: 지금 교회가 핵심적으로 전해야 할 메시지는 성전의 회복, 예배의 회복이다. 한국교회는 제자훈련, 경배와 찬양, 성령 강조 등 여러 프로그램을 해왔지만 정작 핵심을 놓쳤다. 그로 인해 코로나19로 다가온 게 예배 쇼크다. 교회가 예배를 목적 삼지 않고 프로그램과 교제에 집중했다. 하나님께서 코로나19로 현장예배를 사라지게 한 것은 우리에게 예배에 집중한 적 있냐고 묻는 메시지다. 무엇보다 현장 목회자는 굉장한 사명감을 갖고 복음적 성경적 설교를 준비하여 예배를 예배답게 드려야 할 것이다.

박 교수: 에스겔 47장에 보듯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물방울이 회복과 부흥의 시작이다. 코로나19로 수련회가 취소되고 현장예배가 없다고 불평만 할 것인가. 우리가 성전에서 작은 물방울을 떨어뜨리면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는 것은 하나님의 일이다. 바로 지금이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4차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고 ‘초연결 초융합 초지능’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이미 엄청난 빅데이터를 가진 설교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했다. 그래서 본질을 강조하는 설교와 예배를 회복하는 게 교회의 가야 할 가장 중요한 방향이다. 하나님 말씀을 통한 성령의 충만함과 감격을 느끼게 하는 예배를 해야 한다. 인공지능 로봇은 이것을 절대 못한다.

김 목사: 영성의 깊이 설교의 깊이 예배의 깊이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진정한 예배가 이뤄진다. 한주간의 감격이 찬송 기도 헌금으로 고백돼 더 큰 감격이 되는 그런 예배 말이다.

박 교수: 깊이 있는 설교와 예배가 중요하다. 포스트코로나 이후 가속화될 딥 러닝(deep learning)시대 교회는 성경적인 딥 프리칭(deep preaching), 딥 워십(deep worship)으로 승부해야 한다. 조엘 비키(Joel Beeke)가 말한 것처럼, 한국교회는 개혁주의 설교 전통을 따라 말씀과 함께 역사하는 성령의 ‘경험적 설교(experiential preaching)’를 회복해야 한다. 강해설교도 해석에 그칠 게 아니라 적용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가상현실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가상현실은 교회 안으로도 급속도로 들어올 것이다. 말씀의 적용을 통해 가상현실도전에 실상으로 승부하고 비대면 시대에 영적 대면으로 승부해야 한다. 오히려 강한 포용 즉 대면을 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 되어야 한다.

김 목사: 코로나19로 세계화가 주춤거리고 반세계화로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선교사들이 굉장한 위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 세계 곳곳에 선교사가 더 필요하다. 정말 열악한 나라, 코로나19 통계조차 잡지 못하는 나라에서 더욱 섬겨야 했다. 교단에서는 마스크와 물품을 제공하는 선교정책이 마련돼 있어야 했다. 선교사들의 어쩔 수 없는 형편을 이해하지만 대책 없는 철수를 보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박 교수: 선교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 선교사가 철수하면서 아프리카나 남미 지원이 끊어졌다. 선교현지가 암담한 상황이다. 선교정책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중요한 가치를 잃게 되는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 선교가 아예 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4차산업혁명의 좋은 점을 활용하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

김 목사: 신학교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신학적 대응 매뉴얼을 내놓는 것이다. 온라인예배로 전환하자 교단이 혼란스러웠다. 신학교가 온라인예배에 대해 신학적으로 정리해 제시했어야 했는데, 이게 조금 늦었다. 또한 목회 매뉴얼, 선교 매뉴얼, 주일학교 매뉴얼도 신학교에서 마련해야 한다.

박 교수: 신학자와 목회자 그리고 총회가 삼각편대를 이뤄 지금이라도 목회뿐만 아니라 선교 교육 등의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지금부터가 진짜 중요한 시험대다. 포스트코로나19 그리고 4차산업혁명이라는 폭풍이 몰려오는데, 목회자 홀로 선교사 홀로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김 목사: 코로나19 이후 교회가 선도적으로 변해야 한다. 교회가 재난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해 재빠르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가 선제적으로 공급할 때 영적 소비지안 교인들이 마음껏 구매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신학교의 기능과 역할이 극대화되어야 한다.

박 교수: 신학교가 교회에 대안을 제시할 때 무작정 비판부터 하는 것도 바뀌어야 한다. 신학적 관점을 정리하면 건설적인 충고나 격려보다는 공격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신대원 학생들에게 목회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신학교이 역할이다. 이런 것들이 안 되면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다.

박 교수: 교회사를 다시 짚어보면 대처할 수 있는 엄청난 통찰력이 나온다. 미래학자들은 코로나19 이후 4차산업혁명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사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 때 교회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앞선 산업혁명 때마다 실직, 가족 붕괴, 아동 방치 등의 일들이 발생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님이 교회를 준비하게 하셨다. 1차산업혁명 직전 대각성운동이 일어났고, 2차산업혁명 전에도 2차대각성운동이 일어나 교회를 준비시켰다. 3차 산업혁명 전에는 캠퍼스 중심의 부흥이 일어났다. 비록 대규모 집회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몇 명이라도 모여 기도하자. 그럴 때 작은 물방울이 흘러가 강을 이루고 죽은 사해와 같은 세상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생명의 역사가 일어나게 하신다. 이를 보신 하나님이 포스트코로나와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실 것이다.

김 목사: 끊임없이 흘러 보낸 물방울이 바다를 이뤘는데, 바다가 오염이 된 것 같다. 말씀은 생수인데, 지금 교회가 맑은 물을 흘러 보내고 있는가? 오염된 물을 흘러 보내는 것이 아닌가? 또한 생수를 짜릿하게 변질해 사람을 교회에 몰리게 하는 데만 관심이 있지 않았나. 영적 면역력을 갖춘 성도들을 양육하고 있는지도 고민이다. 교회가 건강한 식탁을 마련해야 하는데, 기름진 인스턴트를 제공하다보니 성도들에게 영적 성인병이 왔다. 또한 신대원생들은 제대로 된 조리법을 배웠는가. 재료가 있어도 조리를 잘 못하고 인공조미료를 섞어 말씀의 순수함을 잃어버리게 하는 게 아닌가. 심각한 문제다. 성전 물에서 나온 물이 생수가 아니라 홍수가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박 교수: 총신신대원 교수들도 신대원생들에게 유기농 강해설교에 대해 강조한다. 말씀은 맛보다 건강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씀을 먹고 영적으로 건강해졌을 때 감사가 돌아오게 돼 있다.

김 목사: 교회가 결과가 되어야 할 것을 목적으로 삼는 게 문제다. 순수한 말씀, 오염되지 않은 생수를 흘러 보냈더니 진중한 부흥이 이뤄지는 결과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보니 코로나19 이전에는 몰랐는데, 코로나19 폭풍 이후 침전돼 있던 찌꺼기들이 올라왔다.

박 교수: 사실 지금 교회의 모습이 그렇다. 하지만 결국은 교회가 유일하게 생수를 흘러 보내는 곳이라는 것을 세상이 알게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교회가 다시 한 번 세상을 향해 빛과 소금이 될 기회를 주셨다. 그것이 희망이다. 하나님 이름 안에 형통을 드러낼 기회다.

김 목사: 신대원생들이 주도하게 될 텐데, 올해 여름수련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박 교수: 방역지침을 잘 지키되 취소하지 않고 해야 한다. 수련회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선진들은 산에 가서라도 기도했는데, 띄엄띄엄 자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에서 방역지침을 잘 지켜가며 수련회를 진행하길 바라고 있다.

김 목사: 신대원생들의 코로나19 극복 사례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거나 과제물로 받는 것을 제안한다. 코로나19를 기발하면서 효과적으로 대처했던 사례들이 정리될 것 같다.

박 교수: 신학교에서 각 분야의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이 시작되면 신대생원들의 코로나19 극복 사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신학교가 제공할 매뉴얼을 통해 전국의 예배공동체가 회복되길 기대해본다. 이방 나라에서 별과 같이 빛난 다니엘처럼,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나라와 권세를 얻게 하시고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형통케 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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