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아픈 손가락
[목회칼럼] 아픈 손가락
정귀석 목사(주평강교회)
  • 정형권 기자
  • 승인 2020.05.26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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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은 목회하면서 가슴 아픈 일들이 있으셨나요?”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슴 아픈 일이 왜 없겠습니까?

얼마 전 너무나 보고 싶은 집사님이 방문하였습니다. 열 살 아들을 잃은 재민이 아빠입니다. 재민이네 가정은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단란한 가정이었습니다. 엄마는 초등학교 교사이고 아빠도 공기업의 안정된 직장인으로, 교회에서는 교육부 부장으로 행복하게 신앙생활하는 가정이었습니다.

그런 가정에 아픔이 찾아왔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뇌종양에 걸렸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아들을 살려내고픈 엄마 아빠의 노력은 눈물겨웠습니다. 그런 엄마 아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민이는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유난히 교회 오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 성경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던 아이입니다. 그렇게도 밝고 꿈 많았던 재민이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 후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고 가끔 소식을 듣고 있었습니다. 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엄마는 약에 의존해서 잠을 자야 한답니다. 살이 다 빠져 한없이 약하고 위태위태해 보이는 재민이 엄마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묻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있다고 해서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재민이 아빠는 자신과 똑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일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하나라도 정보를 더 알고 싶어 하는 소아 뇌종양 환아의 부모들에게 잘 정리된 정보를 제공하고 위로해주는 일입니다. 자신도 똑같이 아픔을 겪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을 열어주고 귀를 열어준다고 이야기합니다.

집사님 가정은 제게 아직도 아픈 손가락처럼 애틋하고 가슴 아린 가정입니다. 그런 집사님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가정들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습니다.

저는 목회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했던 일이 많습니다. 어떤 이야기도 안 들릴 것 같을 때, 목회자마저도 울면 안 될 것 같을 때 억지로 참고 말씀을 전하다가 울었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담대하고 싶고, 강한 리더십을 갖고 싶었던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약한 나를 들어서 강하신 하나님을 보여주신 흔적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이제는 약한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의 약함 속에서 하나님의 능력을 더욱 의지하게 됩니다. 그저 함께 울고 웃으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 없이 전할 뿐입니다. 그 속에서 하나님은 저들의 마음을 만져주시고, 저들을 위로해주시고 저들을 세워가심을 봅니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고후 12:9)
“집사님 사랑합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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