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기독교 최대 절기 가운데 하나인 부활절 풍경도 크게 바꿔 놓았다. 전국 곳곳에서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리며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모습도 대폭 축소시켰고, 의미 있는 고난주간을 보내며 흐트러진 신앙을 다잡으려는 절제도 분위기를 타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규모가 아닌 의미 중심으로 부활절을 지키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편집자 주>

기장로교회가 부활절을 맞아 최고 품질로 다용도 소독제를 제작해 이웃과 지역의 소상공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기장로교회가 부활절을 맞아 최고 품질로 다용도 소독제를 제작해 이웃과 지역의 소상공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부활절 계란 대신 고품질 소독제
부산 기장로교회(김인환 목사)는 부활절의 기쁨을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으레 나누던 부활절 계란 대신 올해는 다용도 소독제로 대신했다.
이날 기장로교회가 나눈 소독제는 2000개.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 순식간에 소진되어 4월 19일에 추가로 2000개를 제작해 선물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바꾼 부활절의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교회에 출석하는 한 안수집사의 헌신으로 이 소독제를 제공하면서 기장로교회의 ‘부활절 소독제 나누기’가 시작됐다. 여기에 또 다른 성도가 소독제 용기 구입과 스티커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헌금하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최고의 부활절 선물이 탄생하게 됐다. 기장로교회의 부활절 선물에는 효과와 효능 등 소독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서와 함께, 지역주민 보호를 위해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교회출입통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응원의 글도 함께 담았다.

김인환 목사는 “성도들의 자발적인 헌신과 지역주민들의 호응으로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함과 보람이 있는 부활절을 보내고 있다”며 “부활절을 맞아 전염병 예방과 부활의 기쁨을 이렇게 전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ISF 전북지부 회원들이 한국을 찾아온 유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초코파이를 선물하고 있다.
ISF 전북지부 회원들이 한국을 찾아온 유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초코파이를 선물하고 있다.

이 땅 나그네에 전한 사랑
군산대와 전주대의 유학생들을 주로 섬기는 국제학생회(International Student Fellowship·ISF) 전북지부(지부장:박상규)는 이번 부활절을 앞두고 두 학교의 유학생들과 특별한 선물을 나누었다. 전주한옥마을의 인기상품 중 하나인 초코파이를 한 아름씩 안겨준 것이다.

선물로 쓰인 초코파이는 전북지부 나춘균 이사장이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나눔마켓 러브레드’를 통해 생산해 기부한 상품이었다. ‘나눔마켓 러브레드’는 전북지역 다문화가족과 북한이탈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된 사회적 기업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올 봄 이 기업의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왔다. 그래서 이번 이벤트는 유학생들에게는 맛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다문화가족 및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생계를 도와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힘겨워하는 취약계층 한국인들을 돕기 위해 마스크를 제작하는 동두천의 난민들.
코로나19 사태로 힘겨워하는 취약계층 한국인들을 돕기 위해 마스크를 제작하는 동두천의 난민들.

기독구호단체인 글로벌호프(대표:조용중 선교사)와 동두천난민공동체는 긴급구호키트 제작 프로젝트를 펼쳤다. 이 프로젝트는 죽음을 피해 한국으로 건너온 난민들이 힘을 모아 코로나19 사태로 생활이 더욱 어려워진 취약계층 한국인들을 도와보자는 ‘발상의 전환’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프로젝트에 함께 한 난민들은 직접 방역 마스크를 제작하고, 즉석밥 라면처럼 식량으로 요긴하게 쓰일 생필품들과 여러 방역용품들로 구호키트를 마련했다. 구호키트의 비용 마련을 위해 전국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캠페인과 모금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잔뜩 공을 들인 성과들이 1차로 양주지역 독거노인 100여 세대에 전달됐다. 글로벌호프와 동두천난민공동체는 4월말까지 취약계층 총 1000여 세대에 구호키트를 선물한다는 계획이다.
 

헌혈로 주님의 고난 동참
전주대학교(총장:이호인)는 4월 3일 제2캠퍼스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단체 헌혈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축구 레슬링 씨름 등 체육부 소속 선수들을 비롯한 학생 100여 명이 참여해, 이웃들을 위한 생명 나눔에 함께 했다.

이번 행사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시민들의 헌혈이 줄어, 전라북도혈액원의 혈액 보유규모가 권장량인 5일분에 크게 못 미치는 2~3일분에 불과하다는 소식을 접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운동에 동참할 뜻을 표해 이루어졌다.

이에 앞서 전주 예수병원(원장:김철승)도 ‘사랑의 헌혈운동’을 전개했다. 대한적십자사 전북혈액원의 지원으로 실시된 이날 헌혈운동에는 백수경 진료처장과 서연호 흉부외과 과장을 비롯한 여러 의료진과 직원들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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