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문화행동 아트리 대표〉

요즘 제가 사는 강원도 문막엔 꽃이 만발입니다. 아 참, 봄이니 어디나 그렇겠군요. 꽃이 피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누굴까요? 맞습니다, 벌입니다!

느지막이 호박벌 한 마리가 방에 들어와 윙윙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내보낼 방법이 없어 부득이하게 살충제를 뿌렸는데, 요 녀석이 그만 침대와 벽 사이 틈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조심스레 침대를 밀어 벽과의 간격을 넓혀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벌은 잡았는데 끔찍했습니다. 도저히 그냥 다시 침대를 원위치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내친 김에 소폭의 봄맞이 청소를 단행했습니다. 호박벌 한 마리로 인해 예정하지 않았던 봄맞이 청소를 하고나니 살짝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속 시원했습니다.

‘클린업 효과(Clean-up effect)’는 본래 전기공학 용어로, 송신관이나 엑스선관 등에 고전압을 걸어 관의 진공도를 높이는 효과를 일컫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클린업은 공연계에도 매우 중요하게 사용하는 말입니다. 공연 횟수가 더해지는 과정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자아내기 위해 쌓인 애드리브(ad-lib, 즉흥대사)와 액션들을 걷어내, 다시 대본에 충실하게 만드는 일을 가리킵니다. 물론 모든 것을 걷어내지는 않습니다. 극의 메시지와 균형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모두가 동의할 때는, 오히려 대본에 포함되기도 하지요.

공연에 있어서 클린업 효과는 실로 막대합니다. 배우와 스탭 모두가 첫 마음으로 돌아오게 해 주고 공연 시간(러닝타임)이 단축되어 몰입도와 집중도가 높아집니다. 무엇보다 극의 주제와 메시지가 또렷해집니다.

클린업을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바꾼다면 ‘리폼(reform)’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혁이란 주님이 주신 원래대로, 원형으로 돌이키는 것이니까요. 구약 선지자들은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우상을 숭배하는 나라들을 의지하면서 그들의 우상 숭배에 동참하고 있는 유다의 모든 고관과 백성들에게 “너희의 행실을 고치라!”고 거듭 거듭 외칩니다. 영어로 옮긴다면 “Clean up your act!”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연계도 ‘클린업’이라는 작업을 통해 작품을 다듬고 매만지듯이, 우리 크리스천들도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를 깨끗하게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연계도 ‘클린업’이라는 작업을 통해 작품을 다듬고 매만지듯이, 우리 크리스천들도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를 깨끗하게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명령에 순종했다면 그들에겐 어떤 클린업 효과가 있었을까요? 하나님은 그들에게 예고된 심판과 징계를 거두시고 열강의 위협들로부터 그들을 구원하셨을 것입니다. 엄청난 클린업 효과를 거두었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제 방에 불현듯 날아든 벌처럼 우리에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왔습니다. 그 바이러스를 잡는 것도 해야겠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 모두 하나님 앞에서 클린업 타임을 가진다면 실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믿음의 선조들이 목숨 걸고 수립해 주신 그 위대한 기준을 따라 우리 모두 클린업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 남기고 깔끔하게 정리해 버리자구요! 주님의 백성들에게 위기는 언제나 기회라고 믿습니다.

이번 기회에 저희 문화사역자들도 클린업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늘 강건하시길 기도합니다.

청담동 광야아트센터에서 대학로를 생각하며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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