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선교사들의 편지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가 4월 9일 현재 전세계적으로 152만명을 넘었다. 사망자도 무려 8만8000여명이 발생했다. 대한민국이 확진 1만명, 사망 200여 명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보다 해외가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총회선교사들이 사역하고 있는 거의 모든 해외의 의료체제는 매우 열악해서 진단 자체를 받기도 어렵다. 감염이 되어 병원에 입원한다고 하더라도 치료가 제대로 될 지가 의문이다. 국내 교회 사정이 어려워 선교비가 줄어든 데다가 최근 몇 달새 환율마저 높이 뛰어서 실 수령액은 훨씬 줄었다. 현지인들로부터 인종혐오까지 당하고 있다. 전략적인 철수가 시급한 상황이다. 선교사들의 목소리가 담긴 편지와 총회세계선교회(GMS)의 대책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장완익 변옥선 선교사(캄보디아)

코로나19로 인해 품둥국제학교 운영이 중지되자 장완익 선교사(오른쪽)와 변옥선 선교사(왼쪽)가 현지인 교사들과 함께 교사들의 생계 대책을 위해 품둥가든을 개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품둥국제학교 운영이 중지되자 장완익 선교사(오른쪽)와 변옥선 선교사(왼쪽)가 현지인 교사들과 함께 교사들의 생계 대책을 위해 품둥가든을 개간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3월 16일부터 모든 교육활동(학교 수업 등)과 종교활동(주일예배 포함)이 금지됐습니다. 저는 깜폿쁘레야성끄루교회, 삼롱교회, 품둥교회 등 3개의 현지인 교회와 품둥국제학교라는 현지인 학교를 섬기고 있는데 모든 것이 멈춰버렸습니다. 이들 교회에는 모두 60여 명의 교인들이 있고 국제학교에는 교직원과 학생 70여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정은 지난 연말 기존에 수령하던 선교비 30%가 줄어 있었습니다. 품둥국제학교를 지원하던 교회와 후원자가 그 후원을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월에 달러당 1160원이었던 환율이 3월 들어 1238원으로 상승해서 선교비는 더욱 줄었습니다. 두 번의 선교비 감소를 체험하면서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어려움 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캄보디아의 신년연휴가 있는 4월에 늘 지급했던 교사들의 상여금을 지원하기 힘들어진 것입니다. 학교 운영이 중지되면서 학생들의 학비(월 평균 350달러)도 들어오지 않기에 교사들의 상여금은커녕 급여(월 평균 650달러)도 지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지난 3월 18일 교직원 수요 정기채플 때 교사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1명만 귀향하고 나머지 4명은 그대로 학교 부속건물 숙소에서 지내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이들 젊은 교사들을 강제로 고향으로 돌려보낼 수 없으면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고민 끝에 품둥국제학교 안에 작은 부지를 농원으로 꾸미기로 하고 청소 및 개간, 그리고 유기농 채소 재배 등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비록 적은 면적이지만 이 곳을 품둥가든으로 이름 붙이면서 자급자족의 기틀이 마련되기를 바라봅니다.

감사한 것은 아직까지 캄보디아 총회세계선교회 선교사들이나 멕도(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지역 선교사 중 코로나19 감염사례는 없습니다. 저는 아내와 함께 코로나19가 종료될 때까지 캄보디아에 체류하려고 합니다.

오창균 조수화 선교사(파키스탄)

메뚜기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겼었는데 코로나19까지 겹쳐 현지인들의 주식인 통밀가루 수입이 막혀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제선 항공기 전면 봉쇄와 더불어 2주간 각 주별로 폐쇄명령을 내렸습니다.

3월 들어 도시교회들은 온라인으로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시골교회는 온라인예배를 생각할 수 없기에 외곽지역의 예배는 전면 중지되었습니다. 시골교회의 목회자 대부분은 사례비가 없이 매주 나오는 헌금으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당장 생계가 걱정입니다.

그동안 잘 진행됐던 제자양육 소그룹 모임뿐만 아니라 저희가 하던 모든 사역들이 중단되었습니다. 최근 시작한 두 그룹에서 성도들의 삶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서 매우 기대하고 있었는데 모임을 하지 못하게 되어 아쉬움이 큽니다.

외출이라도 하려 하면 현지인들이 저희를 중국인으로 생각하고 “다 너희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겨서 이지경이 됐다”고 한마디씩 합니다. 심지어 저희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외치면서 적대감을 표시합니다.

해마다 비자연장을 해야 하는데 현 상황으로는 예정대로 잘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세기가 뜨더라도 저희는 출국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4월이면 라마단이 시작될 텐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무슨 돌발사태가 발생할지 알 수 없어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 사태가 빨리 진정되기만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기형 성명현 선교사(에티오피아)

모든 현지인 학교는 2주간의 휴교령에 들어갔고 저희 아이들 학교 역시 4월 20일까지 휴교와 함께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일부 선교사들은 이미 이 나라에서 철수하기도 했지만 저희 선교회에서는 계속 이 나라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동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공공기관에는 소수의 필요한 인원만 제외하고 출근하지 않고 있고, 학교는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시외로 이동하는 버스도 다 운행을 멈췄습니다. 차가 있더라도 선교사역을 할 수 없습니다. 시 외곽지역에서 진행하는 사역들이 있는데 지금은 이동하면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이 호전되기 까지는 잠정 중단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3월 13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이 사람이 일본국제협력봉사단에서 근무하던 일본인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현지에서 첫 확진자가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최근 저희 같은 동양인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습니다.

이전에도 길을 가다보면 “차이나(동양인을 비하하면서 놀리는 소리)”라고 부르면서 조롱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예 “코로나”라고 비웃습니다. 그러나 그런 위협보다 더 마음이 아픈 것은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수많은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이 전염병으로 인해 생사의 기로에 서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의료시스템이 워낙 낙후된 나라인지라 순식간에 병이 확산되면 수많은 사람이 불행한 일을 당할 수 있습니다.

홍철 유진숙 선교사(탄자니아)

홍철 선교사가 교수사역을 했던 탄자니아개혁신학교의 과거 수업 모습. 현재는 중지되어 모든 신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홍철 선교사가 교수사역을 했던 탄자니아개혁신학교의 과거 수업 모습. 현재는 중지되어 모든 신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탄자니아칼빈신학교는 정부의 임시방학 명령에 따라 3월 19일부로 방학에 들어갔습니다. 다음 학기 개강도 불투명합니다. 그동안 저는 세계종교, 연구방법론, 설교작성 특강 등 4과목을 강의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어렵고 예배 회집도 되지 않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처럼 가정에서 인터넷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학교를 갈 수 없게 된 학생들이 교회를 찾아왔지만 머물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동양인들을 “코로나”라고 부르며 냉소적인 시각으로 대하고 차별하고 있습니다. 속히 이 상황이 종식되기를 기도합니다.

김성환 박마리아 선교사(우간다)

아프리카는 덥고 햇볕이 강한 기후 이기에 바이러스가 비켜가리라는 은근한 희망도 있었으나 헛된 생각이었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취약한 의료 상황 때문에 대량 환자 발생 사태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에이즈 문제로 한때 오명을 썼던 우간다이기에 강경한 바이러스 대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나오기도 전인 3월 18일부터 학교와 교회를 폐쇄했습니다. 3월 23일 0시를 기점으로 육해공 국경 접근도 막았습니다. 물자를 실어나르는 차량과 비행기를 제외하고 여객을 실어나르는 비행기, 버스 등 대중교통도 멈춰섰습니다.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온 종일 머무르면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황진호 송영임 선교사(태국)

꽃동산선교원은 지난 1월 신축 센터건물로 이전하면서 30명까지 학생들이 늘어나 교육과 복음 사역에 활기를 띠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2월부터 학생이 15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3월 21일부터는 임시 휴교령이 내려져 상황이 더 악화됐고 이제는 교사 급여 지급 등 운영 자체에 어려움이 당면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선교센터 건축도 90% 이상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고 2월말 센터 앞마당 일부 콘크리트 타설도 했습니다. 그래서 세대통합 목회 콘퍼런스, 영상 아카데미, 미국 GMU 신학교 공부 등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모두 불투명해졌습니다.

박동성 선교사(대만)

대만 박동성 선교사가 지도하는 큐티모임. 현지인 성도들이 마스크를 쓰고 성경말씀을 배우고 있다.

대만교회들은 마스크를 쓰고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만 상황이 악화될 것을 대비해서 온라인예배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자모임과 문서사역을 주로 하는 저에게 코로나19는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점에 가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종이책 판매량이 급감했습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을 잃은 성도들도 발생해서 신앙서적을 살 수 없게 됐다고 호소합니다. 신앙서적을 해외에서 들여와서 배포하는 사역도 항공기 결항 등으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큐티 강좌와 주일학교 사역 세미나도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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