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나니아의 옷장 대표〉

어릴 적 여름성경학교를 떠올려 보면 무언가 신나는 꺼리가 많았던 것이 기억난다. 재미있는 분장을 한 선생님들이 북을 치며 동네를 돌면서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교회에 모인 후, 재미있는 인형극이 시작되고 아이들은 마음을 열었다. 이것이 아주 간단한 형태의 문화선교 개념이 아니었을까 싶다.

성찬예식은 ‘씹고 맛보기’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하는 개신교의 소중한 문화다.
성찬예식은 ‘씹고 맛보기’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하는 개신교의 소중한 문화다.

물론 이 개념이 매우 의미 있지만, 이제는 이것을 포함하여 좀 더 성숙한 기독교 문화선교의 방식을 고민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전도행사 시작하기 전 준비 순서로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복음이 담겨 있는 문화 콘텐츠로서의 성숙 말이다.

최근 한 크리스천 디자인 기업에서는 고난주간을 맞아 향초와 노트 세트를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다.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묵상을 하고 있는 소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제품으로 무화과 향이 나는 향초를 켜놓고 고난주간 묵상노트에 하루하루 해당본문을 필사할 수 있게 제작되어 있다.

냄새를 맡고, 손으로 쓰고 상상력을 발휘하며 일주일간 오감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2020년 소비트렌드 중 하나는 ‘소유가 아닌 경험’이다. 우리가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인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세상 사람들의 필요를 아는 지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사람들은 말로만 전해 듣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이용하여 무언가를 ‘체험’하기를 원한다.

종교개혁 이후에 개신교는 아무래도 이러한 감각적인 요소를 멀리한 경향이 있다. 중세의 가톨릭이 과도한 외부치장을 통해 변질되다 보니, 개신교는 텍스트, 즉 이성에 집중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다보니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오감이라는 축복을 사용하는 법을 소홀히 했다. 하지만 성경을 보면 인간의 오감을 이용한 체험의 요소가 매우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그 절정은 성찬예식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음식을 꼭꼭 씹어 맛을 보고 음료를 마심으로 얻는 경험보다 더 확실한 체험이 있을까.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는 예식을 그렇게 ‘글’이 아닌 ‘체험’을 통해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지켜왔다.

향기에 대해서도 성경은 여러 곳에서 말씀하고 있다. 물론 교단 별로 신학이 다르고 즉각적인 적용은 어렵겠지만, 앞서 말한 대로 현대인들에게 친숙한 향초 형태로 복음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어 접근하는 것은 좋은 시도라 생각된다. 요즘 향초시장이 세계적으로 크게 성장세에 있다고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 접촉이 줄고 온라인을 통한 만남이 늘어간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체험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리라 본다. 하나님께서 인간은 그렇게 몸으로 느끼며 살도록 창조하셨기 때문이리라. 사이버세계에서는 채울 수 없는, 복음을 통해 진실한 체험을 제공하는 기독교 문화콘텐츠가 있다면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시대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기독교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 세대의 사명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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