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귀석 목사(주평강교회)

정귀석 목사(주평강교회)
정귀석 목사(주평강교회)

우리 동네는 천마산과 백봉산에 둘러싸여 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야생화와 진달래의 향연, 비 오는 날의 운무, 알록달록 가을 단풍, 겨울 눈꽃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이들이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아름다움을 만끽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어느 날 간호사인 권사님 한 분이 찾아오셔서 기도를 요청하셨습니다. 병을 진단받았는데 그 병의 진행 속도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남편을 이미 천국 보내드리고 가슴 아픈 시간을 보내시다가 자녀들이 결혼해서 이제야 소소한 재미를 누리고 계셨던 권사님의 고단한 삶을 알기에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말씀을 전하면서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왕의 생명을 내가 중히 여긴 것 같이 내 생명을 여호와께서 중히 여기셔서 모든 환난에서 나를 구하여 내시기를 바라나이다 하니라”(삼상 26:24) 다른 이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돌보았던 권사님의 건강을 주님께서 붙들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얼마 후 권사님 얼굴을 뵈었는데 얼굴이 환하게 빛났습니다. 동네의 모든 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는 말씀하셨습니다. 생명이 주께 있음을 기억하면서 담대하게 사시겠다는 겁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마음부터 어루만져 주심을 느끼면서 감사를 올려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사사 기드온이 하나님을 만나고 화평하게 된 것을 기념하여 제단에 붙인 이름을 ‘여호와 샬롬’이라고 합니다. 샬롬! 저도 늘 사용하는 인사입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안이 없으면 두려움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병드는 것도 두렵고 외로울까 봐 두렵고, 무시 당할까 봐 두렵고, 빼앗길까 봐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삶에 다가오는 어찌할 수 없는 풍파 속에서 마음과 생각을 지켜나가는 것이 예수 안에 사는 사람입니다. 샬롬의 삶은 풍파가 없고 두려움이 없는 삶이 아니라, 두려움이 찾아올 때 예수를 부르고 예수로 채우는 시간을 사는 것입니다. 보지 못하던 것을 보게 되는 시간입니다.

코로나19가 두려움에 떨게 합니다. 우리 교회는 영상을 통해 가정에서 드리는 예배로 전환하였습니다. 결정하기까지 마음이 많이 복잡하고 긴장되었습니다. 교역자들만 모여서 새벽기도를 하는 데 눈물이 흐릅니다. 마음껏 예배할 수 있고, 사랑하며 섬길 성도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를 깨닫습니다. 더욱더 하나님을 바라보는 눈이 열리고,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입니다. “안심하라 내니 두려워하지 말라”(막 6:50)는 주님의 말씀대로 속히 코로나가 떠나가고 우리 민족과 온 세계 위에 샬롬이 넘쳐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가 사모하는 예배를 성전에서 얼굴을 대하면서 드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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