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나니아의 옷장 대표〉

나니아의 옷장에서 공연했던 한 싱어송라이터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아직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터라 길거리 버스킹 등을 계속해오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예전에 나니아의 옷장에서 찍은 찬양 영상이 인터넷에 알려져 길거리에서 알아보고 인사하는 사람이 꽤 있다는 것이었다. 실로 SNS시대, 영상의 힘을 실감했다. 나니아의 옷장에 직접 와서 그의 찬양을 들은 사람은 고작 열 댓 명이지만 온라인상으로는 수천 명의 사람이 그를 보고 기억하고 있었다.

예배에 있어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최근까지도 그 신학적 적합성에 대해 논의가 많았지만 코로나19바이러스로 인해 한국교회는 갑작스럽게 온라인 예배의 세계를 접하게 되었다. 유명한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찬양과 설교가 잘 담긴 고화질의 예배 영상이 제공되면서 사람들은 그중에 맘에 드는 것을 ‘골라’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한 기독교 매체에서는 엑셀 파일 형태로 각 교회의 온라인예배 영상 링크를 정리해서 제공했다. 누군가 동의하든 아니든 이제는 주일 오전 11시, 수백 개의 링크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보다가 맘에 안 들면 닫아버리고 다른 곳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미국의 경우는 이러한 현상이 이미 예전부터 진행되어오고 있다. 35세의 젊은 복음 전도자인 마르쿠스 로저스(Marcus Rogers)는 페이스북을 통해 설교영상을 나누는데 8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갖고 있다. 새들백교회(30만 명)를 훨씬 뛰어넘고 조엘 오스틴(100만 명)에 근접한 놀라운 숫자다. 그는 오프라인에 교회를 갖고 있지 않지만, 그가 설교하면 (이론적으로) 80만 명이 듣는다. 또한 온라인 세계의 특성상 젊은 세대의 비율이 매우 크리라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갑작스럽게 부각된 온라인 예배에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니아의 옷장에서 팟캐스트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갑작스럽게 부각된 온라인 예배에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니아의 옷장에서 팟캐스트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면대면 접촉을 꺼려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을 더욱 가속화시킬 듯하다. 수년 전 ‘소셜다이닝’이라는 코드로 ‘집밥’이라는 싸이트가 인기를 끌었다. 외로운 도시의 직장인들이 모여 함께 저녁을 먹는다는 컨셉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개인화의 가속은 더욱 심해졌고 현재 집밥 사이트는 문을 닫은 상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0여 년 전, 작은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소위 ‘소셜 벤처’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최근에 모두 실패하고 문을 닫았다고 한다.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라는 현대인의 모순된 심리에 있어서 ‘혼자’라는 키워드가 더 우세해지고 있는 것 같다. 외로운 부분은 온라인을 통해서 대리 충족하는 형국이 아닌가 싶다.

교회는 이러한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또 기독교문화관점에서는 어떠할까. 늘 그렇듯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리라.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이 공연해온 나니아의 옷장도 갈수록 오프라인 관객은 줄고 있지만,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올린 영상에는 지구촌 각국에서 ‘God Bless You’, ‘Praise the Lord’라는 댓글이 늘어나고 있다. 변화하는 상황 가운데 영원히 변하지 않는 복음의 가치를 전하는 데 집중한다면 길이 보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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