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메소드연구소, ‘비블리오드라마’ 활용한 신앙교육 제시

복음서에는 혈루병을 앓던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지는 사건이 등장한다. 대부분 이 이야기에서 주목받는 부분은 등장인물인 예수님과 문제의 여인, 그리고 그녀의 믿음을 칭찬하신 말씀 정도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관심을 예수님께 몰려드는 군중들, 그들을 막아서는 제자들, 그밖에 바깥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구경꾼들로까지 확대해보면 성경은 어떻게 읽힐까.

예술적 체험을 통해 성경을 이해하는 액션메소드연구소의 비블리오드라마 워크숍이 진행되는 모습.
예술적 체험을 통해 성경을 이해하는 액션메소드연구소의 비블리오드라마 워크숍이 진행되는 모습.

액션메소드연구소(소장:이영미·blog.naver.com/actionm0301)는 이처럼 색다른 접근으로 성경의 세계에 다가간다. 일단의 그룹 전원이 주어진 성경 속 상황에서 각자 배역을 수행하며, 당시 상황과 메시지를 입체적으로 학습하는 이른바 ‘비블리오드라마’라는 방식을 동원한다.

예를 들어 예수께서 물 위를 걸으신 기사를 시연하기 위해 누군가는 예수님과 제자 베드로의 역할을, 그 밖의 멤버들은 다른 제자들의 역할을 맡아 스토리를 전개하며 각자의 입장에서 상상의 여백을 채우고 논리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마치 VR처럼 성경 속 세계를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다.

맡은 역할이 꼭 인물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겨자씨의 비유’를 다룰 때면 장성한 하나님나라를 상징하는 커다란 나무의 모습을 집단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새가 깃들이고, 가지를 뻗으며, 풍성한 열매를 맺는 풍경을 묘사하는 장면이 연출될 때면 말 그대로 장관이 펼쳐진다.

“우리가 성경을 배워온 전형적인 방식은 설교자나 교사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주입하는 형태였죠. 비블리오드라마는 배우는 쪽에서 두뇌 뿐 아니라 감성과 신체까지 활용하며 성경을 폭넓게 이해하고, 전인적으로 체험하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방식입니다. 또한 주인공 중심으로 성경을 바라보는 차원을 넘어 주변 인물들의 입장까지 폭넓게 탐색하는 시각을 제시하지요.”

이영미 소장은 이와 같은 성경공부의 방식을 10년 전 심리학 분야에서 다루는 ‘사이코드라마’로부터 착안했다. 한국심리상담학회에서 활동해온 이 소장은 ‘이미지와 상담’ ‘이미지와 기독교’ 등의 주제와 관련된 연구 발표에 선구자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의 심리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사이코드라마를 교회교육으로 이끌어오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다행히 포항 한동대학교에서 비블리오드라마 활성화를 주도하면서 길이 보였고, 이 소장도 비블리오드라마를 교회교육에 적절한 형태로 다듬기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탰다.
단지 대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성극 수준에 그치지 않고, 비블리오드라마는 한 차원 높은 공동체적인 학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연구했다. 또한 참여한 이들이 스스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는 소득까지 얻도록, 다른 이들과의 소통과 관계형성에 진보를 보이도록 여러 장치들을 마련했다.

완주 샘물교회 이명렬 목사의 아내인 이 소장은 먼저 샘물교회 중고등부와 청년대학부를 대상으로 비블리오드라마를 활용한 성경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여기서 좋은 반응이 나오자 구역장들 등 소그룹 리더들의 훈련프로그램으로 활용하는 등 성인 대상의 사역도 시작했다.

액션메소드연구소에서 제작한 ‘이미지성경공부’ 교재(사진 왼쪽)와 돌봄 출석부.
액션메소드연구소에서 제작한 ‘이미지성경공부’ 교재(사진 왼쪽)와 돌봄 출석부.

“놀랍게도 비블리오드라마에 대한 호응은 어른들을 대상으로 할 때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나요. 공동체적으로 함께 작업하는 가운데 스킨십이랄지 감정적 교류처럼 평소에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경험을 얻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성경교육의 효과와 함께 집단치료의 효과도 함께 거둘 수 있습니다.”

드라마 시연을 전후해 말씀을 연구하고 나누는 시간에 연륜이 오랜 성도들 못지않게 새 신자들도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게 이 교육프로그램의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이 소장은 설명한다.

얼마 전부터는 목회자나 선교사 등 전문 사역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강좌 형식의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보수적인 신앙을 지닌 이들에게서 행여 거부반응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4기에 걸친 일정 모두에서 다행히 괜찮은 평가가 나왔다. 이에 힘입어 지역교회들이 성경교육과 공동체훈련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직접 찾아가 코칭을 해주는 사역에도 착수했다.

한편으로 비블리오드라마 연구와 개발을 주 사역으로 삼는 액션메소드연구소의 책임자 역할까지 맡으며 이영미 소장은 더욱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교육에 예술을, 공동체에 기쁨을, 관계에 성장을’이라는 슬로건을 담아 <이미지 성경공부>라는 이름으로 비블리오드라마의 기초학습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은 교재를 발간했다.

조만간 발간할 <이미지 성경공부> 제2권에는 부활절과 고난주간에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을 예정이며, 교회 단위로 이루어지는 훈련프로그램이나 연구소가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도 가동할 계획이다. 이 소장에게 남은 가장 간절한 소망은 이것이다.

“이미 일부 교단에서는 비블리오드라마가 기독교교육의 효과적인 형태 중 하나로 제법 각광 받고 있습니다. 실제 적용한 교회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죠. 우리 총회에서도 교육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자산으로 비블리오드라마가 활용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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