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 자립 “5년이 한계” … “먼저 현장 목소리 들어달라”

‘현실과 동떨어진 목회프로그램만 무성’ 지적
재정 지원 앞서 상담센터 운영·사역지원 중요

지난 2편에서 총회 산하 미래자립교회의 86%가 도시 지역에 있지만, 총회는 농어촌 지역의 미래자립교회를 위한 사역에 집중하는 한계를 지적했다. 이번 3편은 도시 지역에서 사역하는 3명의 목회자에게 교회 개척과 목회의 경험을 듣고, 도시 미래자립교회를 위한 지원 방향을 알아본다. 인터뷰에 응해준 김정남 목사(예수나무교회) 이은준 목사(새인교회) 정완수 목사(여울교회)에게 감사드린다. 현장 목회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총회교회자립개발원의 교육팀장 김태훈 목사도 동석했다. <편집자 주>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들이 늘어선 도심, 그 도시에서 사역하는 미래자립교회 김정남 정완수 이은준 목사(왼쪽부터)와 총회교회자립개발원 김태훈 목사가 자리를 함께 했다. 3명의 목회자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복음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고, 재정의 어려움 속에서도 목회사역을 위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들이 늘어선 도심, 그 도시에서 사역하는 미래자립교회 김정남 정완수 이은준 목사(왼쪽부터)와 총회교회자립개발원 김태훈 목사가 자리를 함께 했다. 3명의 목회자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복음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고, 재정의 어려움 속에서도 목회사역을 위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완수 목사는 2014년 경기도 분당 정자동에서 여울교회를 개척했다. 1990년부터 전도사 사역을 시작해 판교에서 유명한 ㅎ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일하다가 개척했다. 개척 당시 ㅎ교회는 일정기간 생활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정 목사는 “목회와 교회부흥을 위해서 안 해본 일이 없다. 도움이 된다는 세미나와 교육, 작은도서관 운영을 위한 자격증까지 취득했다”고 말했다.

이은준 목사는 2016년 경기도 용인시에서 새인교회를 개척했다. 사역은 1984년 시작했지만 중간에 목회를 그만두었다. 하지만 소명을 따라 용인시에서 다시 개척했다. 도시 지역이지만 농촌 문화가 살아있는 지역에서 이 목사는 계속 복음전파의 길을 찾고 있다. 이 목사는 “인근에 김대건신부의 성지가 있다. 많은 주민들이 가톨릭 신도들이다. 문화사역과 다음세대사역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남 목사는 중국 선교사로 11년 동안 사역하다가 추방됐다. 2014년 추방된 후 후원이 끊기면서 일용직 노동까지 했다. 2017년 서울시 미야동에서 예수나무교회를 개척했다. 선교와 교회개척은 너무 달랐다. 김 목사는 “교회 인근에 중고등학교가 있다. 학생선교에 비전이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청소년 사역방식의 한계, 청소년과 소통을 위한 재정 문제가 항상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도시 개척 목회자들 “5년이 한계”
3명의 목회자는 모두 상가에 예배당을 마련했다. 월 임대료로 70~80만원을 내고 있다. 성도수는 10~20명이었다. 생활은 전적으로 사모들이 책임지고 있었다. 생활비는 물론 간혹 예배당 임대료까지 사모에게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가장 마음 아프다고 했다.

이은준 목사와 정완수 목사는 노회에서 선교비로 20만원을 받고 있다. 김정남 목사는 최근 소속한 경기노회에서 시작한 미래자립교회 목회자를 위한 생활비지원사역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렇게 노회 지원금을 포함해 외부 선교비를 모두 합해도 월 50만원을 넘지 않는다. 3명의 목회자들은 생활을 위해서 일을 한 경험이 있다. 한 목회자는 컴퓨터 관련 기술을 갖고 있어서 부업으로 매주 하루씩 컴퓨터 조립판매업을 하고 있다. 한 목회자는 목회와 병행할 수 있는 건강식품판매업을 준비하고 있다.

3명의 목회자 모두 ‘목회에만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내의 헌신이 없다면 목회를 하지 못할 것이다.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다. 그래도 목회가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목회자들은 극한의 상황이 다가옴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건설일용직노동까지 하면서 목회를 이어가고 있었다.

3명의 목회자는 이제 개척한 지 6년차를 맞고 있다. 지금은 목회가 최우선이지만, 상황이 더 악화하면 ‘최우선’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도시의 개척교회, 자립 20% 미만”
인터뷰하면서 도시 교회의 자립은 개인의 역량보다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완수 목사는 “분당 지역은 유명한 대형 교회들이 많다. 열심히 전도해서 1~2년 동안 양육한 성도가 대형 교회들로 옮긴다. 그때마다 너무 힘들고 지친다”고 말했다. 도시 지역은 교회를 개척하는 방식도 문제가 있다. 교회를 하다가 문 닫은 그 자리에 간판만 바꿔서 다른 교회가 들어선다. 그렇게 작은 교회들이 건물마다 하나씩 있다. 정 목사는 “5년 동안 옆 건물의 교회가 3번 바뀌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3명의 목회자는 대형 교회로 성도들이 옮겨가는 문제, 작은 교회들이 서로 경쟁하는 구조가 도시 교회의 자립화를 막는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적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도시 교회를 바라보는 의식의 문제”도 지적했다. 한 목회자는 “정말 힘들어서 딱 한번 몇몇 교회들에게 선교비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때 교회들은 더 힘든 시골 교회들을 돕고 있다며 지원할 수 없다고 했다. 도시의 작은 교회 현실을 전혀 모르는 상황, 그것이 도시 교회의 자립을 막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말했다.

교회자립개발원 김태훈 목사는 “교회자립개발원에서 조사한 결과, 실제로 도시 지역의 작은 교회들의 재정 문제가 더 심각했다. 예배당 임대료와 기본생활비에서 도시의 교회들의 재정지출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3명의 목회자는 도시에서 개척한 교회 중 자립하는 교회는 20%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도움보다 목회사역 지원을!”
도시의 작은 교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재정’ 문제를 많이 언급했다. 하지만 3명의 목회자와 오래 대화한 주제는 도시 개척의 어려움과 자립을 막는 현실 문제 및 구조적 한계 상황이었다. 목회자들은 성도의 수평이동과 작은 교회들이 경쟁하는 구조적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은 교회들을 제대로 지원하겠다는 의식만 있으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중에 하나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것이다. “총회를 비롯해 많은 기관에서 작은 교회를 돕겠다고 세미나를 열고 목회프로그램을 가르친다. 그런데 정작 우리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작은 교회의 상황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을 교육한다.”

목회자들은 교회자립을 돕기 위한 세미나와 프로그램들 대부분이 작은 교회에 맞지 않다고 단언했다. “작은 교회는 목회자 혼자 전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전도법은 성도들을 훈련시켜 전도팀을 구성하고 사역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20년 넘게 전도방법을 연구했다는 기관조차 ‘목사 혼자 전도하는 방법’을 몰랐다.” 이뿐이 아니다. 총회와 노회 등은 작은 교회를 위해서 1박2일 또는 3박4일 동안 부부세미나 사모세미나를 진행한다. 그런데 작은 교회는 대부분 사모들이 일을 한다. ‘당일 무료 세미나’가 아니면, 미래자립교회 부부들은 어떤 세미나에도 참석할 수 없다.

목회자들은 최근 총회교회자립개발원에서 진행한 ‘미래자립교회 목회자를 위한 아카데미’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은준 김정남 목사는 “아카데미에서 프레지를 활용한 설교법을 배웠다. 다른 세미나처럼 한번 강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르쳐줬다. 지금 프레지를 활용해서 학생들과 소통하며 말씀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자립교회 목회자의 현실을 이해하고, 목회자들이 사역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미래자립교회와 목회자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질문했다. 목회자들은 2가지를 요청했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위한 상담센터가 있으면 좋겠다. 목회를 하면서 겪는 다양한 의문과 문제를 상의하고, 사역하면서 받은 상처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재정 지원은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사역 지원이다. 지역의 큰 교회들이 작은 교회들을 위해서 전도팀을 파송해 주면 정말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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