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 대구경북지역 교회 찾아가다
신천지발 코로나19 급속확산 초토화 분위기 불안한 상황에 교회 성도 의연히 대처
많은 교회 온라인으로 가정 예배 진행...미증유 위기 극복 위한 격려와 성원 필요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슈퍼 전파지가 된 대구, 그리고 인접한 경북 경산과 청도는 말 그대로 패닉 상태였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월 23일 오전 9시 기준 총 556명이며, 대구·경북지역 환자는 465명인 상태다. 이 가운데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확진자는 총 306명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은 총 5명으로 집계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지역에서만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국내 코로나19 슈퍼전파지로 관리대상인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다대오지파대구교회(신천지대구교회)와 청도대남병원 모두 대구와 경북에 소재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지역은 불과 1주일 전만해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코로나19 청정지역’이라는 남다른 자부심이 가득했다. 거리에서든, 실내에서든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1주 만에 대구의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를 확대시킨 지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코로나19 확산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대구와 경산, 청도 일대를 주말과 주일에 둘러보았다. 평소 인산인해를 이루던 대구의 중심부 동성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잇따르는 대남병원이 자리한 청도의 거리에는 방역차량만 요란한 소리를 낼 뿐 무거운 적막감이 흐르고 있었다.
 

코로나19를 전국으로 확산시킨 슈퍼전파지 신천지대구교회 모습.
코로나19를 전국으로 확산시킨 슈퍼전파지 신천지대구교회 모습.

#22일 오후 2시 신천지대구교회

코로나19로 대구는 물론 전국을 초토화시킨 진원지는 다름 아닌 신천지대구교회였다. 코로나19 31번 확진자가 바로 이곳 신천지대구교회 신도로, 2주간에 걸쳐 참석한 모임에서 전국 단위 수백 명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것으로 방역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신천지대구교회는 대구시 남구 대명로 81의 대덕빌딩으로, 대구지하철 1호선 대명역 4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신천지대구교회의 출입문은 이미 봉쇄되었고, 건물 폐쇄와 방역조치를 위해 분주했던 경찰 및 방역인력도 모두 철수한 상태였다.

대덕빌딩 앞에서 10여 분 머무는 동안 거리에는 행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한 시민이 신천지대구교회 건물을 훑어보고 가는 모습이 전부였다. 대덕빌딩 양 옆은 물론 맞은편 상가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프랜차이즈 카페나 편의점조차 굳게 문이 잠겨 있는 것을 보면 신천지 신도들의 출입으로 당분간 시설폐쇄 명령을 받은 듯 보였다.


 

인산인해를 이루던 대구 동성로 거리는 코로나19 여파로 주말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산인해를 이루던 대구 동성로 거리는 코로나19 여파로 주말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2일 오후 3시 대구 동성로

대구의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는 대구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동성로 중심인 대구백화점 앞 광장은 주말 오후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핫플레이스다. 그러나 동성로를 찾은 시각에는 젊은 커플들이 간간이 지나갈 뿐 너무나 조용한 거리의 모습이었다. 사람들로 넘쳐야 할 도시의 중심부가 사람이 없어 한산하다는 것은 그만큼 코로나19 확산이 지역민들에게 주는 압박감이 크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교회시설 이용 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을 건 대구남부교회.
코로나19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교회시설 이용 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을 건 대구남부교회.

#22일 오후 주일예배 대체로 분주한 대구의 교회들

코로나19 31번 확진자에 의한 감염 전파가 다소 미미했던 주중에는 대구지역 대부분의 교회들은 방역을 철저히 해 주일 오전예배만큼은 드리자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주말을 앞두고 걷잡을 수 없는 감염 확산 정국에 직면하면서 교회마다 긴박하게 돌아갔다. 주일 오전예배조차도 진행하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장영일 목사)와 예장합동 8개 노회 협의체인 대구교직자협의회(대표회장:윤성권 목사)가 긴박한 상황에서 지역 교회들이 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교회의 혼란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해 주었다. 이에 대다수 교회들이 교회시설 이용을 일정기간 중지하고, 각종 예배와 모임을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한 주말을 보냈다.

교회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없지만 성도는 물론 시민의 안전과 감염확산 차단을 위해 교회의 모든 시설과 행사를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아울러 신천지 신도들의 교회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경고문도 출입구마다 부착했다.


 

반야월교회는 교회시설 이용 중단과 더불어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신천지의 교회출입을 금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반야월교회는 교회시설 이용 중단과 더불어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신천지의 교회출입을 금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23일 오전 9시 30분 반야월교회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선제적으로 교회시설 이용 중단 결정을 내리고, 중요한 주일예배를 각 처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드리기로 결정한 첫 주일 풍경을 담기 위해 반야월교회(이승희 목사)를 가장 먼저 찾았다. 반야월교회 장로들과 교역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드리는 실황을 성도들에게 전송하는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감염 전파 우려로 취재기자를 포함해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한다는 방침에 따라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반야월교회 입구에는 교회시설 사용 중단 취지와 신천지 이단의 출입을 금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예배 후 반야월교회는 2~3부 예배를 실시간 영상으로 끝까지 시청한 인원이 2030명이며, 가족단위로 추산할 경우 5000여 명의 성도들이 예배에 참여했다고 알려왔다.


 

시민의 안전과 코로나19 사태 조속 종식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경산중앙교회.
시민의 안전과 코로나19 사태 조속 종식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경산중앙교회.

#23일 오전 10시 경산중앙교회

지역에서 가장 먼저 교회시설 사용 중단 결정을 내린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를 찾았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민영 뉴스통신사 기자가 텅빈 교회풍광을 담기 위해 연신 카메라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경산중앙교회는 평소 주일이면 연인원 7000명 넘는 성도들로 북적였지만, 이 시간만큼은 넓디넓은 교회 공간이 텅 비어 있었다. 교회 입구마다 “경산시민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교회가 기도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곳곳에 걸어 놓았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놀란 시민들의 안녕과 조속한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위해 교회 차원에서 기도한다는 의미를 담았으리라.

비어있는 교회 외부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조심스레 김종원 담임목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흔쾌히 수락한 김종원 목사와 30여 분간 교회시설 사용 중지 결정을 하기까지 과정과 의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김종원 목사는 “당초 계획은 주일 오전예배는 드리려고 했다. 그러나 신천지와의 차별성과 선제적 대응을 위해서는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당회원들의 총의를 모아 시설 이용 중단 결정을 내렸는데, 때마침 대구와 경북지역의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악화되면서 시의적절한 결정이 되었다”고 했다.

2주간 교회시설 폐쇄와 예배 대체로 인한 목회적·목양적 부담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김 목사는 “오히려 바빠져 목양적 공백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일로 한 영혼의 소중함과 교회의 가치, 예배에 대한 간절함이 커지는 모습을 성도들을 통해 보게 되었다. 성도들 사이에도 온라인상 교제가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대한 공백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홀로 다니는 주일학생과 소외계층, 연로한 어르신, 농인들에게 충분한 예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까봐 마음이 걸린다. 나아가 이번 상황에서 교회와 기독교 유관기관들이 협력하는 계기를 통해 공교회성을 회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쉴 틈 없는 소독이 청도대남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쉴 틈 없는 소독이 청도대남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23일 오전 11시 20분 청도대남병원

이어 코로나19와 관련해 신천지대구교회와 더불어 주목받는 곳, 청도대남병원을 들렀다. 병원에 가기 앞서 청도 일대를 둘러봤다. 거리에 행인은 물론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말 그대로 삭막함 그 자체였다.

대남병원 앞에는 소독차량이 요란한 소리를 내뿜으며 방역활동에 한창이었다. 이를 앵글에 담기 위해 각 언론사 기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적막한 병원 모습을 대하는 취재기자들 사이에도 침묵만이 흘렀다.


 

주 2회 무료급식을 주민을 섬기는 청도대성교회가 코로나19 사태로 2월말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주 2회 무료급식을 주민을 섬기는 청도대성교회가 코로나19 사태로 2월말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23일 낮 12시 청도 대성교회

대남병원과 600미터 떨어진 대성교회(방인용 목사)를 방문했다. 사실 외부인이 방문하는 것이 미안한 입장이지만, 방인용 담임목사는 청도를 방문했다는 그 자체로 미운털이 박히지 않을까 오히려 방문한 기자를 걱정해 주었다. 마침 교역자들과 주일 낮예배를 마친 시간이었다.

대성교회는 매주 두 차례 무료급식을 실시하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2월말까지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교회 식당 입구에 붙어 있었다. 또한 3월 1일까지 모든 예배와 모임을 중단하고 가정에서 갖기로 했다는 공지사항이 청도의 긴박한 사정을 대변하는 듯 보였다.

먼저 청도 분위기를 물었다. 방인용 목사는 “정말 초토화 분위기다. 전반적으로 감염에 대한 공포감과 동시에 지역에서 큰 일이 터진 것에 대한 허탈감이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에 책임이 있는 신천지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방 목사는 이어 “청도지역 교회들이 우리 교회처럼 당분간 모든 모임을 중단하기로 했다. 목양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담임목사로서 지금 상황은 솔직히 답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방 목사과 함께 자리한 김광휘 은퇴장로는 “교회설립 때부터 출석하고 있는데 주일예배를 예배당에서 드리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추신 "성숙한 모습으로 위기 상황 대처하는 교회와 성도 응원하자"

여느 때 같으면 활기로 넘쳐야 할 대구와 인근 지역의 주말과 주일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미증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교회들과 성도들은 큰 소동없이 지금의 사태를 믿음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로 가득해 보인다.

특히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를 필두로 대구동신교회(권성수 목사) 범어교회(장영일 목사) 반야월교회(이승희 목사) 대구부광교회(김성일 목사) 등 대구의 대형교회들이 1~2주간 교회시설 이용을 전격 중단하기로 하고, 모든 공예배와 새벽기도회를 인터넷과 SNS를 활용한 영상으로 대신한다는 결정을 하면서 동참하는 교회들이 잇따랐다.

교회시설 이용 중단으로 예배 차질을 두고 소위 ‘믿음없는 행위’로 단정하지 않고, 성숙한 모습으로 지금의 상황을 헤쳐가자는 공감대가 지역교회와 성도들을 격려하는 분위기다. 23일 주일 예배를 가족들과 실시간 영상예배를 드린 성도들의 소감을 들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대구동신교회 하선탁 집사 가족들.
대구동신교회 하선탁 집사 가족들.

“교회에서 예배드릴 때와 같이 경건한 마음으로 예배에 임했다. 울컥하는 마음도 생겼다. 이 상황에도 더 강력하게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며 말씀하고 계심을 느끼는 예배시간이었다.”-대구동신교회 하선탁 집사


 

대구동신교회 한상겸 집사 가족들.
대구동신교회 한상겸 집사 가족들.

“혼란스럽고 급박한 상황으로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들이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교를 통해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가족이 모두 함께 같은 설교를 듣고 같은 기도문으로 기도를 하니 더욱 하나가 되는 것 같았고, 예배 직후에 자녀들과 설교 내용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대구동신교회 한상겸 집사


 

반야월교회 이재옥 장로 가족들.
반야월교회 이재옥 장로 가족들.

“오랜만에 3대가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게 되어 감사했다. 함께 신앙생활하는 성도들을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다. 조속히 코로나19가 사라지고 주일날 교회에서 예배드릴 수 있도록 기도했다.”-반야월교회 이재옥 장로


 

반야월교회 민웅기 장로 가족들.
반야월교회 민웅기 장로 가족들.

“매주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의 소중함과 갈급함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온가족이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는 소중함도 느꼈다. 그럼에도 사태가 빨리 해결되어 속히 예배의 자리로 나가길 기도한다”-반야월교회 민웅기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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