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원 교수 “미국은 이미 기독교 철학 부흥기 맞아 … 철학 이해도 높은 총신, 역할 커져야”

개혁주의 기독교 사상으로 철학사 재해석
<그리스도인을 위한 서양철학 이야기> 출간

개혁주의 기독교 사상으로 서양철학사를 조망한 책이 나왔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이후 하나님을 배제한 사상만 범람했던 철학계에,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에게 축복과 같은 책이다. 크레이그 바르톨로뮤와 마이클 고힌 박사가 <그리스도인을 위한 서양철학 이야기>(IVP)를 펴냈다. 저자와 동문수학하고 지금도 함께 연구 활동을 하는 신국원 교수(총신대)가 번역을 했다. 2월 12일 신국원 교수를 만나 이 책의 내용과 의미, 향후 ‘기독교 철학’의 발전성에 대해 인터뷰했다.

역사에서 삭제당한 ‘기독교 철학’

<서양철학 이야기>를 번역한 신국원 교수가 미국 철학계에서 불고 있는 기독교 철학의 부흥을 설명하고 있다.
<서양철학 이야기>를 번역한 신국원 교수가 미국 철학계에서 불고 있는 기독교 철학의 부흥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을 위한 서양철학 이야기>(이하 서양철학 이야기)의 원제는 <Christian Philosophy>이다. ‘기독교 철학’이란 단어가 익숙하지 않다. 책 제목을 보고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기독교는 신앙 곧 영성의 영역이고, 철학은 이성의 영역이 아닌가! 기독교 철학이 가능한가?”

<서양철학 이야기>는 3부로 구성됐다. 저자들은 1부 ‘기독교 철학에 접근하기’에서 이 질문에 대답했다. 저자들이 답한 기독교 철학의 당위성은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지금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보듯, 철학에는 인류의 역사와 사상이 담겨 있고 오늘의 사회 문화를 이끄는 힘임을 지적한다. 철학이 인간 사회와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라면, 당연히 기독교 철학은 있어야만 한다.

또한 선교를 위해서도 기독교적인 철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오늘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속에서 살아가는 비기독교인들에게 그 사상을 이해하지 못한 채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선교적 측면에서도 기독교 철학은 필요한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사실 초대교회 이후 1500년 동안 서양의 사상은 기독교 철학이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철학사는 18세기 계몽주의 이후에 확립한 것이다. 그들은 기독교 신앙을 신화와 비합리로 치부하고 초대교회 교부시대와 중세를 ‘사상의 암흑기’라며 역사에서 지웠다. 그 영향으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조차 ‘기독교 철학’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기독교 철학은 인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경의 진리에 기초한 철학을 회복하는 일이다.

기독교 철학으로 재조명한 서양철학사
신국원 교수는 “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철학을 빼놓을 수 없다. 복음이 그리스 철학의 바탕 위에 세워진 로마문화 속에 전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독교 신앙(복음)과 철학의 밀접한 관계는 초대교회의 저스틴 마터, 클레멘트, 오리겐 같은 교부와 변증가들이 철학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에서 분명해진다.

신국원 교수는 특히 2세기 후반의 아테네 교부였던 아테네고라스의 일화를 소개했다.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공인을 받기 전, 아테네고라스는 자신을 철학자로 소개하며 스토아 철학자로 유명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에게 편지를 보냈다. “당대 로마는 오늘날과 다를 바 없이 다문화 다원주의 사회였다. 아테네고라스는 모든 종교와 사상을 포용하며 관용하는 로마에서 왜 기독교만 핍박하고 박해하는지를 논박했다. 그 편지의 내용은 지금 봐도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논리적이고 설득적이다.”

<서양철학 이야기>는 2부에서 서양철학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있다. 이 책은 계몽주의에 영향을 받은 사관을 극복하고, 기독교의 관점에서 서양철학의 역사와 사상가를 재조명했다.

아쉽지만 한계는 있다. 앞서 신국원 교수가 설명한 아테네고라스 등 철학사에서 삭제당한 기독교 사상가들을 모두 되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서양철학 이야기>가 ‘개혁주의 기독교 사상’으로 서양철학의 사상과 역사를 재해석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은 기독교 철학의 부흥시대”
<서양철학 이야기>를 읽으며 가장 흥분했던 부분은 2부 11장 ‘포스트모더니즘과 우리 시대의 철학’과 3부 ‘오늘의 기독교 철학’이었다. 현재 한국사회는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비롯된 상대주의와 다원주의에 강한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을 태동시키고 세계에 퍼뜨린 유럽과 미국의 철학자들은 이미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고 있다.

저자들은 11장에서 근대(모더니즘)의 이성과 자율성이 포스트모더니즘에 의해서 어떻게 무너졌는지 설명한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이 근대 철학의 기초가 연약하다는 것을 폭로”했지만, 근대 철학이 저지른 기독교 신앙을 배제했던 잘못을 인정하고 “기독교 유신론의 회복”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조지 스타이너 박사)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비기독교 철학자들이 진리라 믿었던 것들이 깨졌으며, 그 결과 기독교(성경)가 제시하는 진리와 논리를 비이성적이라고 거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저자들은 3부에서 “기독교 철학은 놀라운 부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며, 부흥의 증거로 1978년 미국의 기독 철학자들이 결성한 ‘기독교철학회’의 설립을 언급한다.

신국원 교수는 “바로 이 기독교철학회가 현재 미국철학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학회다. 미국 철학회장을 지냈고, 인문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기포드 강좌를 담당했던 앨빈 플랜팅거와 월터스톨프 같은 정통 개혁주의 기독교 철학자들이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특히 1980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플랜팅거를 ‘기독교 철학의 선도자’로 지목한 것도 소개했다.

“한국의 변화, 총신이 이끌 수 있다”
이렇듯 세계의 지성계는 급변하고 있는데, 한국교회는 다원주의 및 상대주의에 밀리며 움츠리고 있다. 신국원 교수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사상의 조용한 혁명’이 한국에도 도래할 것으로 확신했다. 과제는 그때를 준비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기독교 철학이 부흥해도 그 학문을 한국 사회의 지성인들에게 선포할 인재가 없으면 소용없다.

신국원 교수는 총신대 곧 합동 교단 출신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총신대는 한국의 신학교 중에서 가장 철학을 중요하게 여겨 비중 있게 가르치는 학교다. 한국철학회의 대표적 원로였던 서동익 박사(중앙대)와 손봉호 교수(서울대) 같은 뛰어난 기독교 철학자들이 총신대에서 강의했다. 총신대는 장신대와 한신대 보다 철학의 이해가 높은 학교”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철학자인 신국원 교수가 총신대에서 강의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서양철학 이야기>는 오늘날 혼돈의 시대에 기독교 신앙이 철학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 대화를 통해 확립한 기독교 철학이 한국과 세계의 시대정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시대의 교회에 희망을 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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