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건 목사의 제주교회이야기]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제주의 목회자들은 바빠진다. 각자 사역하는 교회의 성탄행사 준비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6년째 이어지고 있는 ‘목자들의 캐럴축제’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이다.

제주CBS의 기획으로 시작된 ‘목자들의 캐럴축제’는 언제부터인가 제주지역 교회들의 대표적인 성탄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전문 음악인이 아닌 목회자들이 메인 팀을 이루어 성탄절의 감동적인 의미와 따스한 정취를 가득 담은 찬양제로 마련한다.

해마다 색다른 구성으로 축제를 꾸미는데, 지난해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행사에는 뮤지컬 형식으로 2시간 가까이 이어진 무대가 펼쳐졌다. 평상시 근엄하고 품격을 갖춘 이미지로 강단에 오르던 목회자들이 추억의 교복 스타일로 등장해, 깜찍한 동작의 율동까지 선보이는 공연을 지켜보며 관객들은 그야말로 포복절도했다. 올해 성탄절에는 또 어떤 무대가 펼쳐질 지 벌써부터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사실 이 축제의 배후에는 ‘찬양하는 목자들’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기간 동역해 온 목회자들의 공동체가 존재한다. 25년 전 서귀포시에서 사역하던 목회자들이 교파를 초월해 제주선교를 위해 한마음 되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끈끈한 동질감으로 제주선교를 위해 함께 섬기는 ‘찬양하는 목자들’의 목회자 부부 모습.
끈끈한 동질감으로 제주선교를 위해 함께 섬기는 ‘찬양하는 목자들’의 목회자 부부 모습.

매주 월요일 새벽예배를 마치면 12명의 목회자들이 모여 각자의 은혜와 고충을 나누고, 사역을 격려하며, 서로 사역하는 교회와 제주복음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기도사역은 모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17년 전 연합집회 강사로 초청된 부산 수영로교회 정필도 원로목사의 메시지에 지역 목회자들이 큰 도전을 받은 결과이다.

목회자들의 기도모임은 섬기는 교회들의 연합기도회로까지 이어졌는데, 지금도 두 달에 한 차례 ‘서귀포 기도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집회가 열리고 있다.

오랜 교제가 쌓이면서 점점 새로운 활동들로 뿌리를 뻗어갔는데, 그 중 가장 열매가 컸던 일이 바로 찬양사역이었다. 멤버들 중에서는 직접 교회 새벽예배 반주를 하거나, 수준급 트럼펫 연주 실력을 갖춘 목회자들도 있어 다양한 구성의 음악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모임 명칭이 현재와 같은 ‘찬양하는 목자들’로 정해진 것도 이 무렵이었다.

초대회장을 지낸 이수철 목사의 위임식 때 특송을 담당한 것을 신호탄으로 수많은 교회 모임, 전도행사, 연합집회 등에서 순서를 맡아 활약했다. 단독으로 ‘사랑의 음악회’를 개최해 수익금으로 불우이웃돕기 사업에 연계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이 ‘목자들의 캐럴축제’로 이어진 것이다.

서귀포에서 이루어진 목회자들의 긴밀하고도 아름다운 연대는 제주시의 목회자들에게도 자극이 되었다. ‘제중단’이라는 이름의 목회자 기도모임이 탄생해 제주선교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하는 중이다. 이들이 중심이 되어 제주선교 110주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새별오름에서 3만여 성도가 모인 대규모 집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고립된 환경에서 사역하는 제주의 목회자들 사이에는 뭍에서와는 다른 끈끈함이 흐른다. 이 정겨운 동질감이 큰 동력으로 뭉쳐 제주의 복음화를 더 앞당길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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