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주후 1921년 10월 1일 하오 8시에 두정리 당회가 제17회로 본 예배당에 회집하여 기도로 개회하니 참석원은 이자익, 이호종, 양순칠 제씨이다. / ◯◯◯와 ◯◯◯모친은 가정불화에 관하여 권고하고 ◯◯◯댁 ◯◯◯은 부모불효와 주일 범하므로 회개할 동안 성찬 불참케 하다. / ◯◯◯은 주일 범하므로 권면하고 ◯◯◯은 도박한 일로 출교하고 ◯◯◯은 귀신공경하므로 출교하고 ◯◯◯은 도박일로 학습제명하고 ◯◯◯은 신행을 심사키 위하여 호출하기로 가결하다. / 동 10시 폐회하기로 가결하고 이호종 씨 기도로 회장 폐회하다. / 회장 이자익 서기 이호종”

몇 년 전 우리 교우들과 김제 금산교회를 방문했을 때 본 약 100년 전 당회록 사본이다. 나뿐 아니라 함께 돌아본 성도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주일을 지키지 않거나 불효, 도박 등으로 징벌을 했다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고 지금도 그렇게 한다면 징벌 받지 않을 교인들이 있을까 싶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어찌 교인들 뿐이겠는가, 목회자인 나는 과연 징벌을 피할 수 있을까? 이렇게 당회가 권징으로 교회의 순결함을 지켜냈기에 일제 강점기에도 교회는 생명력을 잃지 않았으리라.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렇게 지켜낸 교회의 오늘 모습이 당회록 사본을 전시해야 할 만큼, 그런 일들은 이미 희귀한 일이 된 지 오래다. 주일성수 위반으로 징벌을 받는 사례를 본 적 있는가? 불효를 죄목으로 교회 내부에서 수찬금지 처분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는가? 도박이나 가정불화가 징벌 사유로 당회 의안으로 상정되었다는 소식 역시 들어본 적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만일 그렇다면 이혼한 교우들이 교회 안에 발을 붙일 수 있을까? 또 합법화한 도박으로서의 카지노 산업이 얼마나 부흥하고 있는지 정녕 모르는가?

앞에서 언급한 일들로 인한 권징 가능성, 결코 없을 것이다. 혹시 용감하게 권징한다 쳐도 옆 교회로 옮기면 그만이다. 더욱이 교인 수나 헌금 감소 염려로 권징을 감행할 용감한 목회자는 사라져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한국교회 안에서 교회의 순결함, 세상과 다름을 찾기란 쉽지 않게 되었다. 그러기에 역사 속 한 페이지로 공부할 뿐이다. 문화재로 지정된 예배당을 찾는 역사 탐방에서나 보이는 것이다. 개교회 뿐일까? 교회의 거룩성을 감시하고 담보해야 할 책임을 가진 총회 역시 그런 용맹함을 갖기는 벅차다. 경악을 금치 못한 일조차 그냥 덮고 가는 이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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