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지난 글, 미국 이야기를 연속으로 하는 셈이다. 지난 14일의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내용이 미국 내부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이민자 출신이거나 이민자 후대인 진보진영 여성 하원의원들에게 “출신지로 되돌아가라”고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겨냥한 이들 중에는 뉴욕에서 태어났거나 이민자 부모를 두고 있고 소말리아에서 탈출해 미국으로 망명한 최초의 흑인 의원 등도 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역임했던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반응이 나왔다. 그는 ‘미국은 어디서 왔는지가 아닌 어디를 향하느냐를 묻는 나라’라는 취지로 말했다.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 대사와 같은 이 말은 나를 들여다보게도 했다.

미국의 조상이 누군가? 메이플라워호에 몸을 맡긴 퓨리탄(Puritans) 102명은 1620년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했다. 그렇게 이민이 시작되었고, 그들이 미국을 이뤘다. 그들은 단순히 새로운 땅을 찾은 것이 아니다. 그들의 신앙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신앙의 자유를 찾아나선 것, 그것이 그들의 정체다. 그렇게 미국 이민 역사가 시작되었고, 그들은 그런 믿음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어디서 왔느냐가 아닌 어디를 향하느냐? 간다면 ‘왜 가는지’가 중요하다. 핵심은 공간이 아닌 가치다. 가치를 실현할 곳을 찾았고, 가치 또한 귀했기에 그들은 길을 열 수 있었다.

주님께서는 항상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으신다. 예수님을 만난 이후 이제 어디로 가는 지, 무엇을 지향하는 지를 중요하게 여기시기 때문이다. 바울 사도 역시 스스로 과거의 부끄러운 행위는 뒤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이제부터 달려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천명했다.

나 역시 그래야 한다. 과거? 출신? 요즘 표현으로 금수저, 흙수저? 아니다. 나는 어디로 가는 지, 그리고 왜 가는 지가 분명하면 된다. 어디서 왔냐는 질문만으로는 앞으로 나가는 데 방해가 된다. 또는 잘못된 방향으로 빨리 달리는 것 역시 심각한 일이다. 따라서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에 다름이 아니다.

소위 ‘금수저’ 물고 태어난 것 같은데 삶은 탕진하며 살기도 한다.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하는가? 무엇을 향한 것인가? 이것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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