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N이 방영했던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오는 대사를 잊을 수 없다. 기억에 깊이 남아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활자화하고 있다.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가 내부대신 이정문(강신일)에게 모리 타카시(김남희)의 밀정 역할을 해온 프랑스인 레오(파비앙)를 잡아 넘기며 한 말이다.

“전쟁을 해보면 말입니다. 빼앗기면 되찾을 수 있으나 내어주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어떤 여인도 어떤 포수도 지키고자 아등바등인 조선이니 빼앗길지언정 내어주진 마십시오.”

유진 초이의 이 의미심장한 말을 이정문도 가슴에 새긴 모양이다. 그는 고종(이승준)에게 이렇게 전달한다.

“폐하, 신도 두렵습니다. 허나 신이 가장 두려운 것은 싸워보지도 않고 대한이 일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이옵니다. 한 이방인이 말하길 빼앗기면 되찾을 수 있으나 내어주면 되돌릴 수 없다 하였습니다. 이방인의 눈에 지금 대한은 빼앗길 틈도 없이 내어주고 있나 보옵니다. 하여 신은 싸울 것입니다. 쉬이 손에 쥘 수 없음을 보일 것입니다. 미움 받겠습니다. 하오니 부디 신을 칼날 삼으시고 폐하 백성과 함께 싸워주시옵소서.”

대신 중에도 조선을 구하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는 이정문 같은 이가 있었고, 이름 뿐의 황제 고종 또한 나름 자신의 방식으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을사오적이라 불리던 자들은 싸워볼 생각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냥 조선을 ‘내어주고’, 남들보다 빠르게 자기들의 욕망을 채웠다. 그렇게 나라를 순순히 내어준 그들은 뭔가를 손에 쥔 것 같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었다는 것이 역사의 증언이다.

대한제국을 일제에게 무력하게 내어줄 수는 없기에 처절하게 싸우면서 가족도 잃고 생명도 잃었던 분들이 있었다. 바로 그들이 빼앗겼던 이 나라를 다시 찾아 우리의 가슴에 안게 해준 것이다. 참 고마운 분들이다. ‘빼앗길지언정 내어주지 않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은 역사의 흔적으로 그대로 남아 있다. 그 흔적을 교과서가 아닌 우리들의 가슴에 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내어주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이 있는지 물어야 한다. 대세라 생각하며 그냥 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싸워볼 생각도 없이 그냥 내준 것은 없는지. 그래서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고, 그리스도인이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다시 찾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다 내어준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아니 지금 이 순간도 그렇게 세상에 내주고 있는 하나님나라의 소중한 가치들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총칼로 위협당하는 것도 아니면서.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