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지난 5월 26일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 선수는 홈경기에서 팀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팀이 2-3으로 뒤진 9회말 2사 1, 2루의 찬스에 대타로 나서 상대 마무리 투수 조상우의 시속 150㎞짜리 초구를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역전 끝내기 안타로 만들었다. 팀에 4-3 역전승을 안겼다. 초긴장의 순간에 만들어낸 승리이니 참 대단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승리의 기쁨도 잠깐, 그리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은 다음 날 아침 매우 안타깝고 불운한 일이 벌어진다.

자녀를 등교시키고 귀가하던 그는 오전 9시쯤 대구 모처에서 차량접촉사고를 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65%,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전날 밤 경기 승리 후 늦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마신 술이 화근이었다.

그는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2001년, 삼성 라이온즈 선수로 KBO리그에 데뷔한 그는 올해까지 19년 동안 통산 2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4(7392타수 2174안타), 146홈런, 906타점, 149도루, 1211득점을 기록했다. 2003년에는 170개로 최다 안타 1위, 2006년에는 89득점을 하며 역시 득점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었다. 올 시즌, 40의 나이에도 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7, 2홈런, 13타점을 기록하던 중이다.

그런 박한이 선수의 야구선수로서의 생명은 여기서 끝났다. 은퇴할 나이가 되기도 했지만 명예로운 그라운드에서의 은퇴식도 할 수 없게 됐다. 그의 백넘버 33을 영구결번으로 기록하는 영광도 잃은 채 불명예스러운 은퇴와 함께 협회의 징계까지 남겨두었으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유명한 선수를 무너뜨린 음주운전. 술이 잘 나가던 인생의 발목을 잡고 만 것이다. 이 슬픈 결말을 보면서, 나는 비록 술을 마시진 않아도 뭔가에 정신을 빼앗긴 적은 없었는지 생각했다. 그로 인해 잘못된 판단과 실수를 하진 않았는지. 성령으로 충만해야 할텐데 온갖 세상의 욕망이 내 속에 가득한 것은 않은지 생각도 해본다.

아울러 승리 후 조심해야 한다는 평범한 교훈도 얻는다. ‘섰다고 생각한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는 말씀을 외우고 살았지만 박한이 선수 덕분에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잘 나갈 때 우쭐대다가는 무너지기 십상이라는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묵상하며 나를 돌아본 것이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 나 스스로 많이 찔린 것. 단 한 번의 음주운전이란 실수를 은퇴로 책임을 지는 태도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기 쉽지 않은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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