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문제, 정죄보다 회심에 초점 맞춰야"

김선일 교수 "투쟁과 공격 대상으로 내세우면 교회 본질 의심하게 만들어"
논란 본질은 신본주의 대 인본주의 대결 ... 혐오의 언어는 탈동성애 못도와

 

동성애는 성경에서 죄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동성애자들은 죄에 빠져 있는 것이다. 교회는 동성애자들을 선교의 대상으로 여기고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혐오와 배제의 대상이라고 정죄하는데 그치지 말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찾아가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한다. 과연 한국교회는 복음을 잘 전하고 있는가?

▲ 김선일 교수는 교회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성정치론(性政治論)과 같은 논리적 연결고리가 약한 주장들을 끌어오면서 동성애자들을 정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는 “한국교회의 동성애 반대운동 취지는 동의하지만 동성애 반대 투쟁이 기독교의 표지로 비칠 정도가 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더구나 기독교계 내부에서마저 동성애 반대 투쟁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까지 의심하려드는 경향이 있어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성경은 분명 동성애를 죄라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로마서 1장을 들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로마서는 바울이 로마교회에 직접 가지 않은 상태에서 썼으며 동성애에 대한 본질적인 원리를 지적했다. 김 교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일부 학자들이 로마서 구절은 특정 시대와 상황 속에서 쓰여졌으며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로마서 1장의 동성애에 대한 바울의 언급은 상황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원론적인 지적이기 때문에 이 구절이 동성애 반대와 무관하다는 학자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그러한 주장은 자기 관점을 관철하기 위해서 성경을 재해석하려는 시도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교회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동성애 반대가 교회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문제”라면서 “이는 복음과 하나님 나라를 대변하고 전해야 하는 교회의 본질을 오해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성애 반대 운동에 대해 신중한 접근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동성애 자체와 동성애를 통한 일부 쾌락과 타락행위와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자들 가운데는 성적 탐닉이나 쾌락으로 동성애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것이 동성애자들 전체의 문제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기독교의 정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물론 동성애 반대 운동을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느냐를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 “예를 들어서 동성애자들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 주고 법적 권한과 생활과 관습에 평등을 요구하는데 거기 동의하면 필연적으로 동성혼 법제화에 도달하게 된다는 우려는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동성애가 존재의 문제냐 성향의 문제냐, 즉 선천적이어서 탈동성애가 불가능하냐 후천적이어서 가능하냐는 논쟁도 민감한 주제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주장은 성경말씀을 따르는 기독교인이 동성애 찬성 논리를 따를 수 없지만 동성애 문제와 인권의 문제는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동성애 문제는 선한 싸움을 싸워야 할 대상”이라면서 “동성애 반대를 기독교의 투쟁과 공격 대상으로 전면에 내세우지 말고 질문이 들어왔을 때 대답하고 동성애자들에게 다가가서 회심토록 하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동성애자들을 반대하기 위해 설득력이 약한 주장들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동성애를 하면 에이즈가 발생한다는 주장이 그 하나이다. 남성끼리의 성교를 하면 에이즈 감염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콘돔을 사용하면 피할 수 있고 레즈비언은 에이즈와 관계가 없다.”

동성애가 사회주의자들이 기독교를 무너뜨리려고 펼치는 성정치(性政治)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교계 일부에서는 독일에서 일어났던 68혁명 참여자들이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이즘을 바탕으로 기독교를 공격했는데 그 영향을 받은 이들이 한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운동하면서 교회를 괴멸시키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68혁명의 목적은 교회 파괴가 우선이 아니라 인권 확보였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들의 운동을 당시 기득권 세력 가운데 하나인 로마가톨릭교회가 반대했기에 그들이 가톨릭교회에 적대적 감정을 가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 참가자들이 마오이즘을 지지하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으나 치기어린 추종이었다”면서 “68혁명은 성공하지 못했고 참여자들은 대부분 진영에서 떠났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68혁명론 위기론을 말하는 이들은 초기에 68혁명 추종자들이 국내에서 기독교 파괴를 꾀한다는 증거라면서 한국 정부가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면서 “여러가지를 종합해 볼 때 68혁명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 한국 기독교 파괴 전략을 구사한다는 논리는 약하다”고 설명했다.

동성애가 인정되면 소아성애와 수간이 퍼진다는 주장 역시 동성애를 곧 성적 타락이나 폭력과 동일시하는 시각으로 보는 것이어서 지나치고, 위 두 가지는 인권단체나 동물보호단체가 먼저 나서서 반대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동성애 논란의 본질은 하나님을 따를 것이냐 인간 중심적 자기결정을 따를 것이냐는 신본주의 대 인본주의의 대결”이라면서 “이런 갈등은 세계사 속에서 반복된 흐름”이라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영국이나 미국에는 동성애자들이 회심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그룹들이 여럿 있다”면서 “정죄에만 그치지 말고 동성애자들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탈동성애할 수 있도록 돕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동성애자들을 혐오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들은 기독교에 대해서 다가올 수 없다”면서 “사실 대부분의 동성애자들은 자신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공감이 언어를 전달한다”면서 “아무리 정당한 메시지라도 배제와 혐오로 보여져서는 전달력을 잃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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