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장애인 사역에 희망을 ① 장애인 사회적 활동, 현황과 제안

‘일’은 자존감의 원천 … 실효성 있는 현장교육과 고용정책 마련 중요

인간에게 ‘노동’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장애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일할 권리를 빼앗기거나 혹은 일할 수 있도록 교육받고 노동의 현장에 투입될 기회를 가지지 못해 매일 꽉 막힌 벽 안에서 갇혀 살아야 한다면 그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반면, 자신이 가진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받아, 그 일을 통해 생계를 이어갈 돈을 벌 수 있을 때 비로소 장애인들은 자신이 가진 장애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

▲ 희망일굼터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아 희망카페에 고용된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커피음료를 만들며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그들이 사회생활의 장이자 삶을 영위해 나가는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희망일굼터 보호작업시설(이하 희망일굼터)은 만 18세 이상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업적응훈련과 직업훈련, 취업지원 등 현장 중심의 맞춤형 실무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시설이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 대다수는 발달장애인이다.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일해서 생계를 이어가는 일에 얼마나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한상명 원장은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의 의미이며 자신감과 자존감의 원천”이라고 답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을 할 수 없다면, 지적장애나 자폐증 등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중증장애인인 발달장애인 대부분은 집에 갇혀 지내야만 한다. 지체장애인들과 달리, 취미생활을 가지거나 집 근처로 가볍게 산책을 나가는 일조차 어렵다. 더욱이 발달장애인들은 지적인 장애로 인해 스스로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기에 장애인들 중에서도 특히 소외되어 있다.

이대호 팀장은 “발달장애인은 장애 특성상 하나의 일을 교육받으면 그 일 이상의 일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매번 현장이나 일의 형태가 변화될 때마다 교육이 필요하다. 직업훈련을 하는 일부터 현장에 투입하는 일까지 몇 배로 어려움이 많다”며 “그러나 장애인이 만든 제품에 대한 편견을 버리기 위해서라도 생산품 및 서비스의 질 확보에 힘을 쏟기 때문에 그 어떤 노동자들와 비교해도 결과물이 훌륭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희망일굼터에 고용된 중증장애인들 일부는 자체 브랜드인 친환경 살균소독제 ‘이지케어’를 제작하고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또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10여 명의 중증장애인들은 양천구청과 신월보건분소 등에 위치한 희망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두 현장 모두 비장애인이 전반적인 업무를 관리하고 장애인들이 생산과 서비스를 담당하며 서로 돕고 협력하고 있다.

한 원장은 “장애인 또한 스스로 일해서 그 일의 결과로 월급을 받고 국가에 세금을 내고 있다. 자활자립이 가능할 때 장애인 차별도 해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장애인들이 자활자립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고 지속가능한 직업훈련과 일자리창출 등 구체적인 정책 수립과 예산 지원을 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후원계좌:신한은행100-032-428607)

밀알복지재단은 서울 송파와 도봉, 경기도 구리와 전북 전주 등지에 굿윌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굿윌스토어는 기업에서 후원받은 새 상품과 개인에게 기증받은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기증품 매장으로, 총 120여 명의 장애인들이 매장영업과 물류 상품화 작업, 용역작업 등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는 “직원들의 월급 전부를 매장 수익에서 지급할 수 있을 만큼 굿윌스토어가 잘 운영되고 있다. 직원들은 스스로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자긍심으로, 가족들은 자녀가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음에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밀알복지재단은 굿윌스토어와 더불어 기업으로부터 후원받은 새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저소득 취약계층에 환원하는 ‘기빙플러스’ 스토어도 운영한다. 4월 20일 1호점으로 문을 연 구로지밸리점에는 장애인 3명이 출근해 물품 정리와 판매 등 업무를 담당했다.

밀알복지재단은 앞으로 서울은 물론 전국에 굿윌스토어와 기빙플러스 스토어를 확대해 지속적으로 장애인 고용에 힘쓸 계획이다. 정 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인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기도와 후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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