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회 내 성폭력과 미투 운동 ②성폭력은 ‘범죄’, 공정하게 처벌하고 철저히 예방해야

한국교회, "성범죄는 사회법으로?"  

현재 한국의 주요 교단 헌법 어디에도 성폭력을 범죄로 규정한 곳이 없다. 절대 다수인 남성 목사와 장로가 총대로 구성된 총회 현장에서는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마지막 날 양성평등위원회가 헌의한 ‘교회 내 성폭력 금지와 예방을 위한 특별법’이 상정되자, 남성 총대들은 “교단 헌법에 강간, 유사강간, 강간미수 등 구체적인 범죄 행위와 이에 따른 처벌 내용을 넣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며 용납할 수 없다” “사회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을 굳이 교단 헌법에 삽입할 필요가 있느냐”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결국 특별법 제정은 현실상 어렵다는 판단 하에, 법 제도 개선보다는 성인식 개선과 양성평등 및 성폭력 예방교육에 초점을 맞춘 성윤리강령 채택을 목표로 전환했다.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 이혜진 목사는 “성윤리강령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범죄 예방을 위한 교회 및 노회 지침, 성폭력 예방 행동지침 등을 담아 실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4월 내 교단 목회자와 성도들을 대상으로 성에 관한 인식 및 폭력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해 그 내용을 토대로 총회 전에 간담회를 진행하고 의견을 취합해 총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예수교감리회 양성평등위원회는 지난해 총회에서 장로 및 교역자 진급 연수 과정에 양성평등 및 성폭력예방 교육을 실시할 것을 헌의하는 긴급동의안을 올렸지만, 장정개정위원회에서 폐기돼 총회현장에서는 다루지도 못했다. 위원장 홍보연 목사는 “4월 열리는 연회 기간에 각 연회에 양성평등 및 성폭력예방 교육을 실시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더불어 2년 전 총회에서 결의됐으나 예산 확보가 되지 않아 실행되고 있지 않은 교단 산하 신학교의 양성평등 및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건도 오는 총회에서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해외교단, 헌법에 성범죄 명시...지침서 배포와 예방교육 철저

이렇듯 한국에서 양성평등위원회가 존재하는 교단들을 중심으로 성폭력 예방교육 의무 실시와 예방 지침 마련을 위한 논의가 겨우 시작된 반면, 해외 주요 교단들은 가해자를 엄격히 처벌해 범죄 재발을 막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돕기 위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 USA)는 교단 헌법에 공의회의 성범죄 정책과 어린이보호정책 채택의무, 성희롱 범위, 간단한 성폭력 접수 절차, 자발적 회개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헌법과 별도로 당회, 노회, 그 외 기관에 적용할 수 있는 성범죄 정책과 절차에 대한 지침서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또 교단 홈페이지(www.pcusa.org)와 핫라인 전화로 성범죄 제보 및 상담을 접수받고 있다.

교회 사역자 청빙 시 교단 성범죄 정책 지침서를 숙지하고 동의하는 절차를 거치게 한다. 심사과정에서 과거 성범죄로 정식 기소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고 서약하도록 한다. 특히 교회 사역자 직원 봉사자 등이 성범죄로 피해를 끼쳤을 경우, 해당 교회가 관련 조사와 재판 등 법적 책임을 지게 규정하는 것은 물론 피해보상을 위한 책임 보험에도 의무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연합교회(The United Church of Canada)도 ‘성적 학대 예방 및 대응 정책 및 절차’에 관한 지침서를 제정해, 교역자가 교회나 기관에 고용될 때 이를 숙지하고 서약하는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노회 주관으로 1년에 한번 교회 내 급여를 받는 모든 교역자를 대상으로 성범죄 예방교육을 진행한다.

노회에 성적 학대를 주관하는 조정위원회를 비롯한 관련 기구를 설치하도록 해, 성범죄가 접수되면 자문팀을 구성해 사건을 접수하고 피해자를 만나 피해 내용을 청취(문서 기록 원칙)하고 고소장 작성을 안내해 고소장을 연회 인사담당 교역자에게 제출하도록 한다. 또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센터나 법률 및 의료 고문, 상담사 등을 연계해준다.

미국연합감리교회(United Methodist Church)는 헌법에 성범죄를 범죄를 규정하고, 목회자가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직무정지를 시키는 규정을 정책에 명시하고 있다. 먼저 감독이 서명된 고소장을 접수받으면, 90일 감독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각각 면담한다. 피해 사실이 명확할 경우 조사위원회로 이송하면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기소장을 작성해서 재판을 진행하도록 하거나 감독에게 돌려보내 기각을 권고한다.

또한 여성위원회 산하에 별도의 인터넷 홈페이지(umsexualethics.org)를 개설해 피해자 제보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또 교단의 성범죄 정책을 안내하기 위한 인쇄용 전단지, 성범죄에 관한 지역교회의 정책개발 지침서, 목회자의 성범죄에 관한 보고서 양식, 성폭행 피해 이후 교회공동체 회복과 치유를 위한 안내서 등 예방 및 사후 대처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다.

독일개신교회(Evangelische Kirche in Deutschland)도 교단 홈페이지(www.ekd.de/missbruach)에서 성범죄 관련 제보 및 상담을 접수받고, 피해자에게 상담기관, 법률기관, 수사기관 등을 연계해준다. 또 ‘교회 직원으로 인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안내서’를 배포해 피해자의 대처 방식과 교회의 지원 방안도 소개하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 처리규정은 별도로 마련돼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교회 내 성범죄 문제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물론 피해자에 대한 공적인 사과 및 회개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더불어 교단 차원의 성폭력 전담 기구를 설치해 운영하는 것과 함께, 교단 밖에서 상호 견제하며 균형 있게 활동할 대책 기구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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