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 편중 현상 해소 위해 중남미·아프리카 지원자 훈련비 50% 감면하기로
“제도 정착되면 선교사 재배치로 연결 기대 … 파송교회 이해와 협력 절대 필요”


특정지역에 선교사가 밀집하는 것을 막고, 현재 선교사들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은 한국선교계의 공통적인 과제다. 총회세계선교회(이사장:김찬곤 목사·GMS) 역시 마찬가지다. GMS의 경우 상대적으로 동남아시아에 선교사들이 밀집해 있다. 반면 서부아프리카나 중남미 지역에는 선교사들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표>

가톨릭권인 동남아 한 국가에는 선교사가 194명이 있는데 비해, 같은 가톨릭권인 중남미 아르헨티나에는 고작 17명이 사역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 내에서도 불균형 현상을 보인다. 인구가 1600만명 되는 한 불교권 국가에 114명의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는데, 그보다 인구가 16배 많은 이슬람권 한 국가에도 별 차이 없이 115명의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다.

선교사가 동남아 지역에 밀집하는 주된 이유는 접근성 때문이다.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로서는 이왕이면 파송 후에도 방문하기 쉽고, 선교 프로그램을 시행하기가 비교적 쉬운 동남아 지역을 선교지로 원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선교사 자신이 먼 지역을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 비자 취득이 용이한 지역을 선호하는 것도 이유들 중 하나다.

이러한 선교지 집중과 밀집 현상은 최근 10여 년 동안 증가한 것으로 선교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전철영 GMS 훈련국장은 “20여 년 전만 해도 아프리카나 중남미로 상당수 선교사들이 갔는데, 요즘에는 가는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며 “한국교회가 정체기에 접어들고, 선교 열정도 식어가는 가운데, 선교도 실용적인 면을 따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선교사들의 지역 편중과 밀집은 적지 않은 문제들을 낳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중복투자다. 좁은 지역 내에 한국 선교사들이 세운 교회와 선교센터, 신학교들이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의 경우 한국 선교사들이 세운 신학교나 선교센터가 담 하나를 경계로 붙어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선교사들로서는 파송교회의 요구도 있고, 가시적인 성과물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중복투자를 고민할 겨를이 없다.

선교사들이 찾지 않는 지역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선교사들이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후배 선교사 충원이 안 돼 사역의 연속성을 가질 수가 없다. 이렇듯 지역 편중과 밀집 현상은 선교계 전체적으로 볼 때 효율성을 크게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GMS는 전략적으로 선교지 편중 현황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첫 단계로 GMS는 8월 4일까지 접수를 받는 GMTI 94기 훈련생 중 중남미와 아프리카 선교지원자에 한해 훈련비 50%를 감면하기로 했다. 두 지역은 최근 들어 선교훈련생조차 드문 상황으로, GMS는 호응도를 확인한 후 관련 혜택과 조치를 늘여갈 계획이다. 조용성 GMS 선교총무는 “일련의 선교 불균형을 해소하고 전략적 선교를 지향하는 차원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훈련비 감면 배경을 설명했다.

▲ GMS는 선교지 편중 현상을 막고, 장기적으로 선교사 재배치까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7월 6일 제19회기 제4회 선교사 임명식 장면.

이번 GMS의 시도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파송교회의 이해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파송교회가 선교지를 정해놓고 선교사를 파송하기보다 GMS와 머리를 맞대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찬곤 GMS 이사장은 “GMS 선교의 파송주체는 GMS본부고, 교회는 GMS에 선교를 위탁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파송교회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본부의 선교전략에 따라 선교사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용성 선교총무는 이를 ‘맞춤형 선교’로 표현했다. 조 선교총무는 “맞춤형 선교는 선교사나 교회가 선교지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본부가 현장 선교사들의 필요에 따라 선교지를 정하는 것”이라며, GMS 역시 맞춤형 선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총무는 덧붙여 “교회나 선교후보생들이 단순히 단기선교 몇 번 다녀온 후에 선교지를 정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선교지가 멀더라도 전략적으로 필요한 지역이라면 선교사를 보내고, 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맞춤형 선교는 선교훈련 단계에서도 요청된다. 선교훈련생들의 자질과 특성, 현장 필요를 고려해 선교본부가 선교지를 추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GMS 선교훈련을 책임지고 있는 전철영 훈련국장은 “선교후보생들의 80% 이상이 이미 교회와 협의해 선교지를 정하고 온다”며 “그렇다보니 선교후보생 면담 때 어디를 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12주 훈련을 받은 뒤 결정을 하라고 말을 하지만, 훈련을 마칠 시점에 선교지를 바꾸는 경우는 별로 안 된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GMS는 전략적인 선교사 파송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선교사 재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 선교사 재배치를 하기 위해서는 파송교회의 동의와 자녀교육, 비자문제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있지만,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 GMS본부의 판단이다. 전철영 훈련국장은 “재배치는 철저히 재정과 연관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교사 재정을 일부라도 풀링(pooling)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찬곤 이사장은 “필리핀의 경우 시니어선교사들이 스스로 재배치를 논의하고 있다”며 “각 지역 시니어선교사들이 스스로 어려운 지역을 찾아가고, 자발적으로 재배치를 실천하는 모델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용성 선교총무는 “훈련비 감면 등 일련의 맞춤형 선교 전략들이 제도적으로 시행되면, 선교사 재배치까지 자연스레 연결될 것으로 본다”며 파송교회와 선교사들의 관심과 협력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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