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목사(청소년전문사역자)

교회 공동체 전체 사역으로 인식, 전문사역자 적극 양성해야

교회는 통전적 돌봄과 치유사역 최고의 장소 …
사람을 살리는 성경 말씀 다음세대 전달을 교육목표 삼아라

요즘 한국교회가 가장 힘쓰는 부분은 다음세대 살리기다. 주일학교와 중고등부서가 사라지는 교회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한 세대가 지나면 교회 존립마저 위험하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행사마다 다음세대를 강조하는 강의와 기도가 이어지고 있고, ‘신앙전수’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세미나에 목회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목회자들이 다음세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무적인 변화다.
하지만 아직 한국교회의 ‘다음세대 살리기’는 무엇인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목회자들이 다음세대를 외치고 있지만, 목회현장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이해하고 실천하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나아가 목회자들이 다음세대인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도 받는다.
다음세대는 디지털 혁명으로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시대와 세계에 사는 새로운 인간이다. 수많은 다음세대들이 전통적인 가족의 양식이 아닌, 이혼 재혼 조손 다문화 등 전혀 새로운 가정 속에서 자라고 있다. 다음세대는 학교폭력 왕따 심리이상 중독 등 이전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
목회자들은 이런 ‘다음세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교회가 해야 할 ‘다음세대 살리기’를 진행하고 있을까? 교회가 다음세대를 살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갖고 앞으로 8회에 걸쳐 김형민 목사의 기고를 싣는다. 김형민 목사는 24년 동안 목회현장에서 다음세대를 살리기 위해 사역하고 있는 청소년 전문 사역자다. 기고의 첫 시작은 김형민 목사에게 현재 한국교회 다음세대 사역의 한계와 방향에 대해 듣는 것으로 한다.<편집자 주>

김형민 목사
(청소년전문사역자)

현재 교회는 청소년들에게 고민과 방황하는 삶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목회자와 사역자들도 아이들을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 모른다. 청소년의 삶은 이전 세대와 달리 다각화됐다. 교회가 이런 청소년들에게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청소년이 아니다. 바로 교회와 가정에 있다.

문제 아이는 없다 부모만 있을 뿐

태어날 때부터 시력이 나쁜 아이가 있었다. 그 때문에 아이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고 우울증이 심해서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버지는 아이의 상태를 공감하지 못했고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아이와 함께 1박2일 캠프에 갔다. 함께 먹고 자고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와 이야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심방을 가서 아버지와 이야기를 했다. 아이의 상태를 설명한 후에, 아버지가 아이에게 사과의 자리를 마련했다. 아버지가 아이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자, 그 아이는 아버지를 끌어안고 울었다.

청소년 사역을 하다보면, 이런 사례를 수없이 만난다. 한 가정에서 두 형제가 있는데, 형은 다른 아이들을 폭행해서 문제가 되고, 동생은 왕따를 당해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형은 자의식을 밖으로 드러내 폭발시킨 것이고, 동생은 안으로 침잠시킨 것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타나는 현상은 극단적이지만 문제는 가정, 부모에게 있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양육방식은 물론 부부관계까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청소년 전문가들은 문제아는 없고 문제 부모만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문제는 부모의 양육태도와 욕심이 작용한 결과이다.

청소년이 변하려면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회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좋은 양육의 터전이라고 확신한다. 공동체로서 교회는 부모와 자녀를 위해 영적 교육적 심리적으로 통전적인 돌봄과 치유 사역을 펼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한국교회가 다음세대를 살리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면, 청소년은 물론 그들이 속한 가정 모두를 살리는 사역을 펼칠 수 있다.

교회 전체 사역으로 이해하라

현재 한국교회가 청소년 사역에 대해 가장 크게 오해하는 것은 다음세대를 별개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다음세대 사역을 교회의 한 부서로 여기고, 교역자도 잠시 거쳐가는 곳으로 생각한다. 대들고 반항하며, 가정과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사역자가 최선의 상태에서, 즉 오랜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열정과 인생을 바쳐 오직 그들을 만을 위해 헌신하려는 경우는 흔치 않다. 모두가 각광받고 인정받는 사역의 자리를 꿈꾼다. 그러다보니 청소년 관련 교육부서가 침체하는 것은 필연이다.

한국교회 어느 교단도 중고등부서에 대해 통계조사를 하지 않는다. 필자는 최근 서울시의 대형 교회들의 중고등부서를 전수조사했다. 중고등학생이 많이 있다는 대형 교회들도 장년 대비 청소년 숫자가 6~7%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최소한 청소년이 10% 이상 있어야 현상유지를 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다음세대를 우리의 미래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청소년 사역을 가정의 사역, 교회 공동체 전체의 사역으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신학교부터 청소년 사역에 헌신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신학교에서 커리큘럼도 마련해야 한다. 신학교는 외국의 신학교에는 이미 개설되어 있는 기본신학과목과 청소년학과목을 접목하여 청소년사역학과(Youth Ministy) 트랙을 개설하여 청소년지도사자격증 청소년상담사자격증 등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 전문가는 무엇보다 청소년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문제가 있는 청소년을 비난하지 않고 이해하고 애통하게 여기는 은사가 필요하다. 필자는 청소년기에 방황한 경험이 있다. 이 자기경험을 통해서 소위 문제 청소년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공감을 하면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또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지난 주 전라도 광주, 충북 진천, 충남 천안 등을 돌아다니며 5가정을 심방했다. 일주일에 7~8가정을 심방한다. 아이들과 이야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부모를 만나서 영적이고 교육적인 조언을 한다. 이렇게 심방을 하는 이유는 달라지는 아이들을 보는 기쁨이 그 무엇보다 크기 때문이다. 오랜 청소년 사역으로 흐트러질수 있는 초심을, 누구보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앞에서 다시 추스릴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담임목사와 당회는 청소년에 헌신한 사역자를 지원하고 양성해야 한다. 청소년 사역을 하다보면,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욕과 비난을 들을 때가 있다. 부모와 학교에서 항의가 들어올 때도 있다. 이때 리더십은 이 사역자가 사역자로서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비난하거나 낙심하지 말고 꾸준히 청소년 사역의 전문성과 경험을 키워가도록 배려해야 한다. 청소년을 위해 밀알처럼 썩어질 주옥과 같은 전문 사역자를 교회가 키워야 한다.

오직 말씀만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청소년 사역에 결정적으로 실패하는 부분이 예배라고 생각한다. 예배의 중심은 설교, 곧 말씀이다. 하지만 많은 교회의 청소년부서 말씀이 유머(개그)나 지식의 전달에 그치고 있다. 사람은 말씀으로만 변화된다. 개혁교회는 성경 말씀의 권위를 믿고, 그 말씀이 다음세대에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성경 말씀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 고려할 점은 어떻게 전달하느냐이다. 말씀 속에서 한 주제에 집중하고, 동영상 자료 등 멀티미디어를 활용해서 관심을 끌어야 한다.

말씀이 중심이 될 때, 교회가 달라진다. 아이들에게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좋은 직장 얻고, 잘먹고 잘살라는 이야기가 설 자리를 잃는다. 말씀대로 가르치면 청소년들이 당장 시험공부보다 예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교회가 수능을 앞두고 기복적인 특별기도회를 하지 않게 된다. 결국 다음세대를 살리는 것은 교회의 교육목적이 변화할 때 가능하다. 한국교회는 잘 먹고 잘사는 행복이 목표가 아니라, 예수님처럼 또 다른 사람을 살리는 삶을 최고의 교육목표로 해야 한다.

김형민 목사는 청소년 시절 프로야구선수를 꿈꾸며 운동을 했지만, 가정 형편으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 학교와 가정에서 부적응과 방황의 시간을 보내며 힘들어했다. 그때 선생님도 부모님도 청소년기의 질풍을 받아내지 못했다.

변화의 계기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찾아왔다. 친구와 함께 간 수유리의 작은 교회에서 예수님을 닮은 선생님을 만났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치려고만 하던 어른들과 달리, 그 교사는 김형민 목사를 품었다. 항상 교회에 있으면서 먹을 것을 주었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반항심이 가득했던 청소년시절, 처음으로 자신을 받아주는 선생님에게 마음이 열렸다.

“교회의 돌봄과 양육을 그때 처음 체험했다. 누구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을 때, 이구선 선생님은 내 입장에서 나를 이해했다. 그 선생님 때문에 마음이 열려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예수님을 영접했다. 지금까지 내가 청소년 사역에 사명감을 갖고 계속 사역할 수 있는 힘도 그 선생님 덕분이다. 주일학교 교사의 힘이 이렇게 위대하다.”

예수님을 만난 후, 김형민 목사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교회로 삶의 터전이 이동했다. 그때 처음 자신처럼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의 삶을 뒤바꾼 선생님은 목회자 사모가 되어 현재 방글라데시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다. 김형민 목사는 지금도 그 선생님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선생님처럼 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해 살고 싶다는 소망은 1995년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구체화됐다. 청소년을 위한 전문적인 사역은 1997년 성서유니온 간사가 되면서 국제단체인 이곳에서 국제청소년사역자 훈련과 청소년캠프 등을 경험하며 배웠다. 이때 <청소년 매일성경>의 초대 편집장을 맡아 3년간 창간을 이끌었다. 이후 두란노서원에서 <청소년 새벽나라> 편집장을 6년 동안 역임했고 온누리교회와 함께 청소년 집회인 ‘패션’을 개최했다. 당시 겨울방학에 2회 열린 ‘패션’은 청소년 6000명이 참석할 정도로 유명한 집회였다.

김형민 목사가 청소년 선교단체의 활동과 함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교회 사역이다. 하나님은 늘 교회를 중심으로 역사하심을 믿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총신신대원에 재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장충교회 대길교회 우리들교회 등에서 24년째 청소년부 담당 교역자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교회에서 좀 더 청소년을 이해하고 돕기 위해 중앙대학교에서 청소년학으로 석사와 명지대학교에서 청소년상담 전공으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목회현장에서 만났던 이혼과 재혼 가정에서 청소년의 위기와 적응을 위한 교회의 돌봄 사역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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