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섭 목사(대대교회)

▲ 용산전망대에서 촬영한 아름다운 순천만 모습. 붉은 노을, 갯벌, 원형 갈대, S자 수로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전망대까지는 정문에서 도보로 40분이면 충분하다.(공학섭 목사 제공)

순천만은 매일 다른 노을을 갈아 입는다
서 있는 자리, 미묘한 자연환경 변화에도 아름다운 창조세계의 질서 보여

▲ 공학섭 목사(대대교회)

순천만을 365일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순천만습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보다 출근 일수가 훨씬 많다. 이들은 다름 아닌 순천만 노을에 홀딱 반한 사진작가들이다. 순천만에 마음을 빼앗긴 작가들은 도대체 무얼 먹고 사는지 모르겠다. 사진 찍는다고 밥 나오고 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비를 구입해야하고 비싼 숙박료와 음식 값을 치러야 한다. 정말 밑지는 장사다. 그래서 뒤에서 흉을 보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래도 그들은 남들이 뭐라 하든 괘념치 않는다. 조금도 주춤거리지 않고 외롭게 쓸쓸하게 자기 길을 걷고 또 걷는다. 이들은 작품을 돈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작가 정신이 투철하지 못하면 지속할 수 없는 일이다. 하나의 작품을 위해서 몸부림하는 작가들을 지켜보노라면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다. 차라리 작품을 위해 쏟아낸 수고에 치하를 보내고, 예술적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겨난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이들의 수고로 탄생한 순천만 관련 작품들은 모두 다 우리 주민의 재산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하나님의 나라 관점에서도 가치 있는 일이다. 작가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자신이 정성을 들인 작품을 통해서 하나님의 창조의 능력과 솜씨 그리고 지혜를 드러내는 까닭이다.

▲ 날마다 달라지는 순천만의 노을 풍경은 하나님의 능력과 솜씨를 드러낸다.(권남덕 기자)

순천만의 노을을 논하려면 일단 용산 전망대에 올라가야 한다. 전망대까지의 거리는 순천만습지 정문에서 빠른 걸음으로 40분이면 충분하다. 용산 전망대를 오르다보면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진 작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의 뒤를 따르다 보면 마치 성소에 올라가는 걸음걸이처럼 보인다. 그들은 옷차림부터 다르고 얼굴 생김새와 표정까지 비범하게 보인다.

작가들은 눈이 확실히 다르다. 사물 하나하나를 가볍게 스치는 법이 없다. 모든 것이 작품의 소재이고 대상이 된다. 그런데 유별나게 순천만의 붉은 노을에만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어찌 말로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만, 몇 가지 큰 줄기만 얘기하자면 순천만 노을은 그냥 해넘이가 아니다.

우선 해가 넘어가는 산봉우리가 범상치 않다. 해가 지는 곳은 모두가 서산에 위치하여 있지만 순천만에서 바라보는 일몰 광경에서는 산봉우리가 정말 잘 어울린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예쁜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노을의 모양이 날마다 다르다. 어제의 태양이나 오늘의 태양이나 같은 것이지만, 지는 위치에 따라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니 내일도 가보지 않고는 궁금해서 못 견디게 만든다.

▲ 와온해변에서 바라보는 순천만 일몰 장면이다. 이곳의 노을을 예쁘게 꾸며주는 장식품으로는 솔섬을 빼놓을 수 없다.(공학섭 목사 제공)

순천만의 노을이 뭇사람을 유혹하는 매력이 또 하나 있다. 노을과 조화를 이루는 넓은 갯벌이다. 해가 질 때면 널따란 갯벌 위에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다. 석양의 붉은빛이 비추이면 검은 진흙갯벌이 온통 붉은 갯벌로 물든다. 어떤 화가가 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수 만평의 넓은 진흙 캔버스에 이토록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존재는 인간세계에서는 찾을 수 없다. 오로지 위대한 예술가이신 하나님만이 그려내실 수 있다. 하나님은 날마다 어제의 그림을 지워내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심으로 그의 위대하심과 지혜로우심을 드러내신다.

순천만의 노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또 있다. 다름이 아니라 S자 모양의 수로 때문이다. 노을과 갯벌 그리고 수로는 환상적인 짝꿍이다. S자 수로의 멋진 자태는 아무 때나 보여주는 싸구려가 아니다. 물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 썰물 때에만 멋진 S자 모양을 연출해 낸다. 노을과 갯골이 드러나는 시간이 일치된 때를 맞추려면 확률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수로는 너무 크지도 적지도 않으면서 적당하게 아름다운 곡선을 빚어내고 있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강은 거의 다 곡선 형태다.

강은 구불구불 생김새를 가져야 좋다. 그래야 물이 흐르는 속도가 느려져 홍수 때 범람을 막을 수 있고, 많은 생물들도 품을 수 있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사람들이 중장비를 동원하여 구부러진 물길을 반듯하게 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직강은 유속을 빠르게 함으로 고기들의 안식처가 될 수 없게 한다.

홍수 피해도 그만큼 커진다. 강줄기는 사람이 손을

▲ 용산전망대에서 촬영한 아름다운 순천만 모습.(공학섭 목사 제공)

대면 안 된다. 순천만도 하마터면 그리될 뻔 했다. 하지만 사람이 건드리지 않고 가만 두었더니 아름다운 갯골이 생겼다. 하나님께서 물길에다 그런 힘을 넣어 주셨다. 노을을 탐내는 작가들에게 S라인 수로는 화룡점정과 같다.

이제 순천만의 노을을 더욱 아름답게 해주는 소재가 하나 더 남아있다. 원형 갈대가 바로 그것이다. 원형 갈대는 마치 오륜기를 펼쳐 놓은 듯이 둥그런 모습을 그리며 군락을 이룬다. 사람이 일부러 만든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정교하게 원형을 이루고 있다.

끝으로 순천만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순천만에 인접해 있는 와온해변이다. 와온해변 노을은 순천만 노을과 난형난제다. 와온해변에서 순천만의 노을을 바라보는 포인트가 있다. 솔섬이라 불리는 작은 무인도다. 솔섬을 배경으로 순천만 노을을 감상해보는 것도 적극 추천할만하다. 고급 카메라가 아니어도 괜찮다. 초보자가 아무렇게나 찍어도 작품이 되는 곳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