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섭 교수(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강서아이윌센터장, 심리학 박사)

▲ 조현섭 교수
-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 강서아이윌센터장
- 심리학 박사

부모가 중독자인 경우, 자녀들은 부모님의 싸움과 폭력, 방치 및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인하여 많은 심리적, 신체적 상처를 받고 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녀들은 나름 자신이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하여 가정 내에서 책임부담자의 역할, 적응자의 역할, 위로자의 역할 및 문제행동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책임부담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맏이로 집안 식구들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면서 부모님의 갈등을 중재하고, 동생들을 챙기는 등 줄곧 집안에서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을 도맡아 한다. 반면에 가족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고 수수방관하며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여 살거나, 가족환경에 적응하며 살거나, 혼나지 않으려고 눈치껏 사는 등의 적응자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가족들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하여 항상 다른 가족의 기분을 살피며 애교를 떠는 등 끊임없이 노력하는 위로자의 역할을 감당하기도 한다.

이 세 가지 역할들은 언뜻 보기에 좋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성인기에 들어서면서 이와 같은 역할들은 한계를 드러내고 결국 감정적, 정신적 결함 상태를 가진 사람으로 힘들게 살아가게 만든다. 이외에도 가족들에게 반항하고 대들며 싸우는 경우, 그리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며 각종 문제와 비행을 저지르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중독자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어디 나가서도 우리 집안의 상황을 절대 말하지 말아라, 비밀로 해야 한다, 그 누구도 믿지 말아라, 세상에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그 어떠한 것도 느끼지 말아라”는 강요를 받으면서 성장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과거의 심리적인 상처로 인하여 내면에는 불안과 우울, 분노, 수치심 및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고, 신뢰감의 결여로 인하여 친밀한 관계형성에 어려움이 있으며, 매사에 과도한 책임감으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등 스스로 학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아이를 성인자녀(Adult Children of Alcoholics:ACOA)라 부른다.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과거의 그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인하여 밤에 무서운 꿈을 꾸거나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 감정 및 상황으로 괴로움을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결국 중독자 자녀들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많은 고통 속에서 성장하고 또 성장한 이후에도 평생 많은 문제들은 안고서 고통스럽게 살아가게 된다.

우리 교회 안에도 ACOA들이 있을 수 있다. 교회에서는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많은 위로와 관심과 사랑을 주어야 하며, 이들의 우울과 불안과 분노의 마음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채우게 하고, 하나님을 진심으로 섬겨 평온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교회에서 청소년을 위한 중독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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