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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교회를 위한 헌장, 레위기 제대로 읽기 (18) 악성 피부병과 유출병김경열 목사(총신대 강사)

‘정-부정’의 진단은 보건 위생학적 이상의 개념을 안고 있다
악성 피부병과 유출병에 대한 엄격한 조치는 거룩한 창조질서 회복에 그 목적이 있어

문둥병(나병)이 아닌 악성 피부병(레위기 13~14장)

레위기 13~14장은 표면에 발생한 악성 번식의 진단과 그 처리 방식에 대한 규정이다. 13장은 사람의 피부에 발생한 악성 번식들의 증상과 진단법이 설명되고 14장은 그로부터 정결함을 되찾는 복잡한 절차들로 채워진다. 먼저 두 가지 이유에서 ‘문둥병’(한글개역) 혹은 ‘나병’(개역개정), 즉 ‘한센병’이라는 번역은 오류다. 첫째, ‘문둥병/나병’이라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 짜라아트(tsa-ra-at)는 ‘벽이나 물건의 표면에 번지는 악성 곰팡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벽이 문둥병에 걸릴 수는 없으니 짜라아트를 ‘문둥병/나병’으로 옮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

둘째, 사람의 피부에 발생된 짜라아트의 증상들은 나병(한센병)과는 거리가 멀다. 많은 학자들이 지적한대로 사람의 피부에 나타난 짜라아트는 불에 덴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을 포함해(레 13:24~28) 매우 다양한 양상의 피부병들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피부가 눈처럼 하얗게 일어나며 피부 발진(색점)으로 붉게 부풀어 오른 종기, 전염성이 있는 피부 발진, 머리털이 빠지며 생기는 머리의 피부염을 비롯한 피부 질환들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편의상 ‘나병’이라는 말을 사용하겠지만, 사람 피부의 짜라아트는 악성 피부병, 건물이나 사물의 표면에 나타나는 짜라아트는 악성 곰팡이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러한 악성 표피 질환은 보건위생학적인 부정결이 분명하나 그보다 더욱 중요하게는 제사장에 의해 제의적인 부정결로 판정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악성 피부병과 악성 곰팡이 증상들

악성 피부병, 즉 나병의 증상들 중에 대표적인 것이 피부가 군데군데 하얗게 변하는 피부 발진인데 이때는 털도 덩달아 희어지기 때문에 마치 피부에 눈이 내린 것처럼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저주를 받은 미리암(민 12:10)과 나아만(왕하 5:27)에게서 공통적으로 나병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나병이 발하여 눈같이 되었다”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일단 나병의 증상이 발견되면 제사장이 악성 여부를 판정하는데 현대 의학적 방법으로 표현하자면 질환의 양성과 음성을 판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음성 판정이 내려지면 추방을 면하고 자신의 거처에서 일련의 정결 의례를 치러야 하지만, 악성 판정이 내려지면 그 즉시 추방된다. 여기서는 지면상 악성 피부병과 악성 곰팡이의 종류들과 증상들을 설명할 수 없다. 이 증상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종류들로 나뉜다: (1)나병증상과 진단(13:2~17); (2)치료된 종기의 감염(13:18~23); (3)화상과 피부 감염(13:24~28); (4)옴(13:29~37); (5)어루러기(13:38~39); (6)비정상적 대머리(13:40~44). 이것들에 대해서는 필자의 저서 <레위기의 신학과 해석>을 참고하라. 건물벽이나 옷, 가죽 등의 사물 표면에 발생한 악성 곰팡이는 청색 얼룩점이나 홍색 얼룩점 여부에 의해 판정된다. 악성 번식의 진단과 판정, 그리고 정결 절차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표 참조>

한편, 나병에 걸린 사람의 피부는 마치 송장과 같다(민 12:12). 즉, 나병은 죽음에 속한 증상이므로 부정하다. 또한 나병과 송장의 연관성은 시신과의 접촉으로 부정결해진 사람을 위한 정결 규례(민 19:1~13)와 나병 환자의 정결 규례(레 14:4~7)의 유사성을 통해 암시된다. 마찬가지로 악성 곰팡이가 핀 건물이나 사물 역시 무덤과 그 안에 있는 물건을 연상케 한다.

사람의 경우 최종적으로 악성 번식으로 판정되면 추방된다. 그는 즉각 진 밖으로 추방되는데, 병이 완치된 후에는 진영 내로 복귀가 가능하다. 다만 그때에는 네 단계에 걸친 매우 까다롭고 복잡한 정결 절차가 요구된다(레 14:1~32). 그것에 대한 상세한 도표와 설명도 필자의 책을 참고하라.

유출병들과 정결례(레위기 15장)

정결법의 마지막 주제는 남녀 생식기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유출병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생명의 기운이자 씨앗인 피와 분비물, 그리고 정액의 유출은 곧 생명이 빠져 나간다는 의미다. 신체의 유출은 생명에서 멀어지고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이기에 부정하게 여겨졌다. 유출병을 다룬 레위기 15장은 크게 남성의 만성 유출과 설정(1~18절), 그리고 여성의 만성유출과 월경(25~30절)으로 나뉜다. 한편, 유출병으로 인한 부정결의 이차, 삼차 감염의 양상과 그것에 따른 조치는 굉장히 복잡하다(필자의 저서의 도표를 참고하라).

(1)남자의 만성 유출과 설정(1~18절): 남자의 성기로부터 발생하는 유출은 정액 유출과 만성 비뇨기 질환에 의한 유출로 나뉜다. 첫 번째 유출병인 몸(즉, 성기)에서 액체가 흘러나오는 증상(3절)은 성기로부터 분비물이 나오는 임질과 같은 성병일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성기에 분비물이 끼어 배뇨에 지장을 주는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비뇨기 질환으로 인한 유출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유출병을 앓던 남자의 유출이 중단되면 그날로부터 7일을 기다린 후에 옷을 빨고 목욕을 한다. 그리고 8일 째에 그는 성소에 올라가 속죄제와 번제로 비둘기 두 마리를 바친다. 여기서 핵심은 속죄제인데, 그는 유출병으로 인해 그 자신뿐 아니라 성소 역시 더럽혀졌기에 속죄제의 피로 그러한 오염을 씻어낸다. 한편, 남자의 성기로부터의 설정은 두 가지로 나뉜다. 몽정처럼 불가항력인 설정과 정상적인 성관계에 의한 설정이다. 두 경우 모두 하룻동안 부정케 된다. 당일에 목욕을 한 뒤 저녁까지 기다렸을 것이다(18절).

(2)여자의 만성 유출과 월경(19~24절): 여자의 자궁 출혈 또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매달 생리적 현상으로 찾아오는 월경과 다른 하나는 비정상적으로 계속되는 자궁 출혈이다. 월경이 찾아오면 여자는 7일간 부정한 상태로 지낸다. 이 기간은 대략 여성의 평균적인 월경 기간과 일치한다. 본문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추정컨대 7일째 되는 날 여자는 옷을 빨고 목욕을 한 뒤 그날 저녁이면 정결을 회복한다. 이때 성소에 올라가 희생을 드릴 필요는 없었다는 점에서 이어지는 만성 자궁 출혈에 비해 부정결의 정도가 낮았다. 월경 중인 여자와 잠자리를 할 경우 심각한 결과가 초래된다. 본문은 남자가 여자와 마찬가지로 7일간의 부정결 기간을 겪어야한다고 명시한다. 7일째 되는 날, 본문에 역시 언급되지 않으나 그는 옷을 빨고 목욕을 해야 했을 것이다. 한편, 여자의 만성 출혈은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25~30절). 이것은 여자의 성기로부터 출혈이 오래 지속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월경으로 인한 정상적인 출혈을 넘어 장기간 지속되는 이러한 만성 자궁 출혈은 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혈루증일 가능성이 크다. 자궁 출혈이 지속되는 동안 환자인 여자는 부정결한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월경과 마찬가지로 접촉을 통해 부정결이 감염된다. 출혈이 멈추면 그로부터 7일을 더 기다린 뒤 본문에는 언급되지 않지만 옷을 빨고 목욕을 해야 했을 것이다. 월경과는 달리 8일 째에 그녀는 반드시 성소에 비둘기 두 마리를 가지고 올라와 속죄제와 번제를 드려야한다. 이러한 사실은 만성 자궁 출혈이 월경보다 훨씬 더 강한 부정결이었음을 말해준다. 무려 12년 동안 만성 자궁 출혈을 앓던 복음서의 혈루증 앓던 여인에 대한 이야기는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할 때 그녀의 절실함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정결법의 의의

정결법에 관해 한 가지 풀어야할 숙제는 왜 자연스러운 출산과 생리, 그리고 정상적인 성관계를 더럽게 여겼느냐는 것이다. 출산과 월경의 문제는 앞서 어느 정도 설명한 바 있는데 출산과 성 관계가 그 자체로는 더러운 것으로 간주되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 창조의 축복이었으나 다만 그런 행위 뒤에 발생한 신체로부터의 피와 정액의 유출 때문에 부정을 유발했다. 앞서 말한 대로 이것은 ‘생명력의 소실’이므로 부정하게 여겨진다. 성경신학적 관점에서는 이 문제를 포함한 레위기 11~15장의 부정결들은 아마 창세기 3장에서 인간의 범죄로 인해 몸과 자연의 창조질서가 다소 어긋난 결과로 보아야할 것이다.

정액이 부정결을 유발하기 때문에 하나님 면전에, 즉 성소에 올라갈 때나 거룩한 전쟁을 수행할 때는 부부간의 성관계가 금지되었고(출 19:15; 삼상 21:4~6; 참조. 삼하 11:11), 몽정을 해도 그 사람을 진 밖으로 내보냈다(신 23:10). 바울이 기도에 집중하려 할 때 부부가 방을 따로 쓰도록 권면한 이유도(고전 7:5)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방의 제의에서 성관계는 성소 내에서 중요한 제의 중 하나로 실행되곤 했다. 수메르 사회에는 ‘성혼례’(sacred marriage rite) 제도가 있었는데 신당의 꼭대기 층에서 새해를 맞을 때마다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며 선택된 여자 사제와 도시 국가의 통치자인 왕이 혼인식을 거행하고 성관계를 가졌다. 그러나 구약은 인간의 성 행위를 철저히 인간의 영역으로 제한했다. 성소에서는 어떠한 성 행위도 금지되었으며 각자의 처소에서 성 행위를 한 후에는 성소에 접근할 수 없었다. 자녀의 출산은 창조의 질서 내에서 하나님의 축복으로 허용되는 것이지 성소에서의 제의적 성행위라는 수단을 통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 자체는 하나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선물이지만 인간에 의해 최상의 쾌락을 위한 수단으로 오용될 위험은 상시 존재했다. 그로 인해 하나님 앞에 특히 집중해서 나아갈 때는 일시적인 성적인 절제가 요구되는 것으로 보인다.

정결법의 정-부정 구분은 기본적으로 제의 신학에 의한 것이지만 그 배경에는 보건-위생학적 관심이 결부되어 있다. 먹지 못하도록 금한 짐승들 중 일부는 비위생적인 곳에 서식하며, 월경을 겪는 여자의 일시적인 격리와 산모의 장기 격리는 그녀의 신체적 회복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또한 악성 피부병과 곰팡이는 강한 전염성과 번식력으로 인해 그 오염원이 차단되거나 파괴되었다. 유출병 환자의 활동 제한과 부분적 격리는 병원균의 감염을 차단하고 불결한 신체적 상태를 청결케 하여 환자가 조속히 회복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레위기의 정-부정의 진단은 언제나 그런 보건 위생학적 조치 이상의 제의적·신학적 개념에 의한 것이다. 앞서 강조한 대로 ‘부정 탔다’는 것은 그런 위생적 개념 이상의 정신적·관념적 개념으로, 부적절하고 흉조를 예감케 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미 논의한 바와 같이 정결법의 목적은 ‘거룩’에 있다. 신약에서 정결법의 형식은 모두 폐지되었지만 그 본질적 취지는 율법을 통해 계승된다.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이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기록되었으되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하셨느니라”(벧전 1;15~16; 참조. 벧전 2:9). 바울은 신자들의 모임인 교회를 ‘성전’이라 칭하면서 그 영적인 성전을 더럽히면 하나님께서 그를 멸하실 것이라 경고한다(고전 3:16-7). 그러므로 신자는 거룩한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세상과는 구별된 정결한 삶을 살아야 한다. 바울은 ‘부정한 것을 만지지 말라’는 레위기의 정결법을 영적·윤리적 교훈으로 바꾸어 재적용한다: “그러므로 너희는 그들 중에서 나와서 따로 있고 부정한 것을 만지지 말라”(고후 6:17). 음식법은 폐지되었으므로 먹는 문제로 하나님의 사역이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만물이 모두 깨끗하고 부정한 음식이란 없으며 거리낌으로 먹는 사람에게 악할 뿐이다(롬 14:20). 하나님의 백성은 “거룩함을 온전히 이루어 육과 영의 온갖 더러운 것에서 자신을 깨끗케”해야 한다(고후 7:1). 이렇게 자신을 깨끗하게 하는 사람은 귀하게 쓰이는 그릇이 되어 주인이 기쁘게 사용하고 모든 선한 일을 하기에 합당한 사람이 될 것이다(딤후 2:21). 이렇듯 신약에서는 신체적·외적 정결성과 완전함보다는 내면의 도덕적 정결성과 완전성이 산 제물로 드려지는 신자의 표준이 된다.

김경열 목사  ekd@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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