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혁신, 상처는 없어야 한다

관련분야 기구 통합 아직은 신중한 입장
복잡한 이해관계, 적법한 소통 절차 필요

제101회 총회에서 유사 상비부와 위원회 통합 또는 통합을 위한 연구를 하기로 결의했다. 단순히 1~2기구의 통합이 아니라 규모가 전방위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101회 총회는 △교육부와 교재개발위원회를 ‘교육위원회’로 통합=교육부에 맡겨 통합 △농어촌부 전도부 이만교회운동본부 교회자립지원위원회를 ‘국내선교부’로 통합=연구위원 5인 선정 △군목부와 군선교사위원회를 ‘군선교위원회’로 통합=군목부 군선교사회 군선교회 임원들에게 맡겨 연구 후 보고 △이단전문가와 신학교수들로 구성된 ‘이단대책 상설위원회’ 신설=총회 임원회에 맡겨 재구성 등을 결의했다.

기구통합의 대전제는 ‘중복된 업무와 부서를 통합하여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기구통합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상비부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만만찮다. 상비부나 위원회의 역할과 특수성을 인정해야 하고, 오히려 기구통합의 효율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기구통합 과정에서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되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기구통합 찬반양립으로 ‘혼선’

총회에서 결의되었기 때문에 일단 기구통합은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관련 부서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기구통합에 거론되는 상비부와 위원회를 사안별로 확인한 결과 교육위원회 통합은 신중론 우세, 국내선교회 통합은 찬반 양립, 군선교위원회 통합은 방향 모색, 이단대책위원회 재구성은 예의주시로 요약할 수 있다.

교육부와 교재개발위원회를 교육위원회로 통합하는 결의는 결의 자체에 오류가 있어 이를 먼저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교육부 내에 교재개발위원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정관상 교육부 산하에 교육위원회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그래도 큰 문제는 아니다. 교육위원회 통합의 맥락을 총대들이 이해한 만큼 총회 회의록 채택에서 정서를 반영해 진행하면 될 일이다.

교육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다루는 만큼 교육위원회 구성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사명감을 갖춘 인물을 선별하고, 무엇보다 정치색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선례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 산하에 존재하는 교육위원회의 과거 행적이다. 1994년에 구성된 교육위원회는 지금은 유명무실화됐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교육지원과 공과개발 등을 주도해왔다. 특히 당시 교육위원회는 총회 재정이 아니라,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금으로 운영돼 현재의 총회 교육시스템을 마련하는데 보탬이 됐다. 총회 재정이 배당되지 않다보니 정치꾼들의 개입도 자연스럽게 차단된 경우다.

교육부장 김기성 목사는 “교육은 다음세대를 키우는 총회의 핵심사역이기에 교육위원회가 꼭 필요한지 부원들과 의견을 나누며 신중하게 결정하겠다. 만약 교육위원회를 발족해야 한다면 정치색을 배제하고, 전문성과 사명감을 갖춘 인물들로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선교부(HMS) 통합은 각 상비부와 위원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복잡다단한 상태다. 우선 전도부와 농어촌부, 이만교회운동본부는 각 부서의 성격과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구통합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전도부는 전도정책 개발 및 보급과 도시 미자립교회 지원, 농어촌부는 농어촌교회 자활과 재정 지원, 이만교회운동본부는 교회 개척에 사역의 방점을 두어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만약 국내선교부로 통합된다면 각 부서의 중점 사역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통합에 따른 고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는 각 부서에 더 많은 지원을 해 효과적인 사역을 펼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교회자립 업무를 전담하며 이번 101회 총회에서 교회자립개발원으로 명칭을 바꾼 교회자립지원위원회는 대체적으로 국내선교회 병합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교회자립개발원 소속 모 실행위원은 “현재 한국교회가 전도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러 사례를 통해 연구와 준비가 동반된다면 여전히 전도가 승산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 체계에서 한 걸음 나아가 국내선교회가 설립된다면 미래를 내다보고 교회 부흥을 도울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선교회 통합을 두고 찬반이 나눠진 상태지만, 관계자들 모두 충분한 대화와 단계를 거쳐 통합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또한 총회임원회에 국내선교회 설립을 위한 연구위원 선정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상처 없는 통합 지혜 필요

군선교위원회 통합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갑작스런 총회결의로 혼란을 겪었지만 관련 부서 임원들에게 연구를 일임한 만큼, 군선교 활성화에 방향을 잡고 대화의 창을 열어놓았다. 군목부와 군목단, 군선교회는 11월 22일 연석회의를 갖기로 하는 등 대안 마련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여기서 세 기관은 연석회의에서 통합의 장단점을 나누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단대책위원회 재구성은 총회임원회가 결정권을 쥐고 있다. 기존 총회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이하 이대위)를 대신하여 이단 전문가와 신학교수들도 구성된 이단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기존 이대위원들은 오래전부터 이단 전문가와 신학교수들과 협의해 공동으로 이단대책을 마련해왔다. 사실 교단 내부에서 기존 이대위원들이 장기집권한다는 지적이 불거져왔고, 이에 따라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총회이단대책 법률자문단 구성 등 한국교회 이단대책을 주도해온 이대위의 성과를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단대처에는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단대책위원회 재구성에 기존 이대위원을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또한 이단대책에 관한 전문성과 더불어 교단 정체성을 뿌리 깊게 품고 있는 인물을 이대위원으로 선정해야 할 것이다. 이를 간과할 시 최근 예장통합이 벌인 이단 해제와 번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총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이렇듯 기구통합은 벌써부터 쟁점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시점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기구통합의 본질은 총회의 혁신이라는 것이다. 혁신에는 진통이 따른다. 진통은 있어도 상처를 남기지 않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통과 적법한 절차를 거치고, 전문성과 사명감을 겸비한 인물을 등용해야 한다. 아울러 관련 상비부와 위원회도 기득권을 버리고 총회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새로운 100년을 여는 총회가 구태를 벗어내고 새로움을 덧입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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