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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교회를 위한 헌장, 레위기 제대로 읽기 (17) 정-부정을 가르는 생명과 죽음김경열 목사(총신대 강사)

정결한 짐승 섭취를 통해 거룩한 백성의 신분 유지하다
생명은 질서, 죽음은 무질서에 속해 … 죄의 증상으로 나타난 부정결 씻어 내는 속죄제 필요

앞선 글에서 우리는 왜 어떤 동물이 정결하고 다른 동물은 부정한지 여러 견해를 살펴보았다. 나아가 우리는 왜 산모는 부정하게 여겨졌고 나병(정확히는 악성 피부병)과 신체의 유출증은 부정한지를 질문해볼 수 있다. 정결과 부정결이 구분되는 기준은 생명과 죽음이라 볼 수 있다. 이 견해의 장점은 음식법뿐 아니라 레위기 11~15장 정결법 전체에 잘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생명과 죽음은 각각 질서와 무질서를 가리킨다. 죽음은 곧 하나님의 부재이자 거룩의 부재를 나타내며, 부정한 것이다. 생명이 제거된 자리에는 죽음이 들어온다. 하나님과 결합된 인간은 생명 안에 있기에 거룩하고, 하나님 없는 인간은 죽음의 영역에 속하니 부정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금지된 짐승과 새들 중 대다수는 피를 내면서 죽음을 유발하는 육식동물, 죽음의 찌꺼기와 사체를 먹는 청소동물(scavengers), 그리고 돼지와 같은 잡식성 동물들이다. 다른 한 부류들로는 멧돼지와 육식 조류와 같이 고대 이스라엘인들 사이에서 악마의 거주지로 간주되었던 황량한 광야와 황무지에서 사는 것들이다. 죽은 자를 부르는 강신술과 관계된 동물들 역시 부정하다. 예를 들어 이사야 65장 2~7절에서 이스라엘인들은 마술, 강신술을 동원해 집회를 열면서 돼지고기와 가증한 짐승의 국물을 먹는다. 한편 죽음은 강력한 부정결의 근원이므로 사체와의 접촉은 피해야 했다. 심한 피부병은 사체의 피부를 연상시키고, 악성 곰팡이가 핀 건물은 습한 지하나 무덤과 상태가 비슷하기 때문에 부정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신체적 유출은 생명의 액체가 몸에서 빠져 나가기 때문에 부정했을 것이다. 둘 다 남녀 생식기로부터의 유출과 관련되어 있다. 여성의 자궁 출혈과 남성의 정액 유출 및 비뇨기 질환으로 인한 유출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와 같이 모든 정-부정을 구분하는 근거는 ‘생명’과 ‘죽음’일 수 있다. 11~15장을 ‘생명’과 ‘죽음’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거의 일관성 있게 설명할 수 있다. 생명에 속하고 생명과 가까운 것은 정결하고, 죽음에 속하고 죽음과 가까운 것은 부정결하다. 더불어 더글라스의 견해인 질서와 무질서를 생명과 죽음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곧 생명은 질서에 속하고 죽음은 무질서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부정결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특히 속죄제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것은 특히 레위기 12~15장의 부정결의 증상들이 죄와 관련되어 있다는 유추를 가능하게 만든다. 추정컨대 부정을 유발하는 신체적 유출의 배경과 기원은 창세기 3장의 인간이 저지른 최초의 범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시 말해 인체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부정결과 그와 비슷한 사물의 부정결은 아담의 범죄로 인해 발생된 신체적·자연적 변화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이 있다. 죄의 증상으로 나타난 부정결을 씻어 내기 위해 속죄제가 요구되는 것이다.

레위기 11장: 정-부정 동물(음식법)과 사체 접촉

창세기 1장을 비롯 성경 전반의 우주관은 하늘, 땅, 수중으로 삼중적인데, 레위기 11장의 자연계는 4중으로 구분된다(공중/지상/지표면/수중). 땅을 지상과 지표면으로 세분화하면 생물들을 네 영역에 분포시키는 것이다. 특이하게 11장에는 자연계를 구분하는 경우 외에도 의도적으로 4배수의 숫자를 사용하고 있다. 경계선에 있는 동물 4종(4~7절); 금지된 조류 20종(13~19절); 허용된 곤충 4종(20-22절); 금지된 기는 동물 8종(29~30절). 각 영역별로 부정한 짐승들의 목록이 주어진다. 앞서 말한 대로 부정결을 판별하는 기준은 생명과 죽음이다.

지상의 짐승 중에 사냥하는 짐승과 사체를 먹는 짐승, 잡식성 짐승은 부정하다. 생명-죽음이라는 기준에 따라 제일 먼저 초식 동물이 허용되며, 그것을 토대로 반추 동물(소, 양, 염소)의 공통점인 갈라진 굽과 새김질이 표준으로 결정되어 자연계 전체에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경계선에 위치한 네 부류의 짐승들에 유의해야 한다(4~7절). 언제나 진짜와 비슷한 가짜가 더 위험한 법이기 때문이다.

수중 생물 중 바닥을 청소하는 종류는 우선 배제된다. 수중에서 기는 짐승들은 수중 밑바닥에 널브러진 죽은 어류의 잔해를 섭취할뿐더러 수면 밑을 배로 쓸고 다니거나 그곳에서 산다. 수중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지느러미와 비늘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지상 동물과 달리 이 둘 중 하나만 가진 물고기는 정결한 동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더글라스가 말한 대로 육상 동물과 수중 동물에게 신체적 기준을 적용한 데는 짐승의 흠을 판별한 것과 마찬가지로(레 22:17~25) ‘완전성’이라는 교훈을 가르칠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더글라스의 구조주의적 설명에 오류는 있을지언정 그녀가 발견한 ‘신체적 완전성으로서의 거룩’이라는 개념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니 결국 ‘생명과 죽음’을 기준으로 정-부정 동물을 구분했고, 거기에 신체적 완전성의 원리가 덧붙여진 것이 분명하다. 그래야 동물의 굽과 새김질, 비늘 지느러미와 같이 정결한 짐승에게 요구된 신체적, 생태적 특징이 설명된다.

공중의 새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 주로 육식 조류와 사체를 먹는 습성을 가진 조류,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들이 부정하게 여겨졌다. 다만 금지된 조류들 사이에서 별다른 신체적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어 금지된 조류 20가지를 목록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13~19절). 이 조류들의 정확한 종류가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고 현대의 번역 성경들뿐만 아니라 고대의 역본들도 천차만별이다. 지표면을 기는 짐승을 부정하게 여긴 것은 아마도 사체와 뼈가 깔린 지표면을 쓸고 다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표면이 부정한 영역으로 취급되는 또 다른 이유는 음부(스올)의 접촉면이기 때문이다. 구약에서는 기본적으로 지하를 의미하는 음부를 망자의 세계로 인식한다. 즉 지표면은 죽음의 잔해들이 널려있고, 동시에 사체가 묻혀있는 지하 세계와 맞닿아있다. 따라서 두더지나 쥐처럼 땅속을 드나드는 짐승들 또한 기는 것의 범주에 포함되어 가증하게 여겨지는 듯하다. 곤충류는 새처럼 나는 생물임과 동시에 기는 것으로 분류되어 부정하지만, 네 종류의 메뚜기는 발로 뛰는 특징 때문에 허용된다(20~22절).

이 음식법의 목적은 정결한 짐승의 섭취를 통해 거룩한 백성의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다(레 11:44~45). 한편 레위기 11장은 부정한 짐승의 섭취를 금지함과 동시에 부정을 유발하는 짐승의 사체와의 접촉 역시 금지하고 있다. 이때 정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 사체 모두 접촉이 금지된다. 만일 접촉이 발생하면 하루의 시간이 지난 뒤 목욕하고 옷을 빤 뒤 저녁까지 기다려야 한다. 참고로 인간의 시신의 경우 훨씬 강력한 부정결의 근원으로서 송장과 접촉한 사람이나 물건과 접촉되면 그것들도 부정케 된다.

레위기 12장: 산후 정결법 

자녀를 출산한 여인은 부정하게 여겨졌는데 이것은 아이를 낳은 것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한 자궁 출혈 때문이다. 이어서 거론되는 악성 피부병(13~14장) 및 신체의 유출(15장)과 더불어 이러한 부정은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적 또는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경의 법은 그것들을 부정한 상태로 간주한다. 출산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창조 명령에 따른 행위임에도(창 1:26~28) 그로 인한 출혈은 부정하게 여겼다는 것은 언뜻 매우 부당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여기에는 오경의 신학적 배경이 놓여 있다. 11장과 달리 12~15장은 대부분 인간의 몸에서 발생되는 부정한 증상들을 다룬다. 12장은 산후 출혈, 13~14장은 문둥병으로 불려온 악성 피부병(건물과 사물의 표면에 발생하는 곰팡이를 포함한다), 그리고 15장은 생식기로부터의 액체가 빠져나가는 증상들을 부정하게 취급한다. 그것은 월경을 포함한 자궁 출혈과 정액의 유출, 혹은 비뇨기 질환으로 인한 유출이다. 더글라스는 11장의 해석과 같은 맥락에서 이러한 신체적 유출이 부정한 이유는 완전한 담지체인 몸이 체액 소실로 인해 불완전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몸으로부터 ‘생명의 액체’가 빠져나간 결과라 할 수 있다. 둘 다 남녀 생식기로부터의 유출과 관련되어 있다. 일단 이러한 액체는 몸으로부터 빠져 나가는 순간 접촉을 통해 2차, 3차 감염을 일으키는 유출물이 된다.

 

이와 같이 산모가 부정을 타는 이유는 출혈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달리 보면 그녀는 출혈과 더불어 생명을 내줌으로써 죽음에 다다르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즉 산모는 죽음과 생명의 중간 상태에 놓인 존재이기에 부정하게 된다. 12장의 산모의 부정결과 정결에 관한 규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표 참조>

레위기 12장의 가장 큰 난점은 출산한 아이의 성별에 따라 부정결한 상태가 지속되는 기한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남자 아이를 낳으면 산모는 7일간 부정한 상태로 있다가 8일 째에 아이를 할례한다(2~3절). 이때 본문에는 생략되어 있으나 다른 사례들에 비추어볼 때 산모의 부정함은 목욕과 더불어(아마도 옷 세탁을 포함) 깨끗이 씻길 것이다. 그러나 산모는 그로부터 33일이 지나야 비로소 완전히 남은 산혈이 완전히 깨끗해졌다(4절). 그러나 이 기간에는 성소에 접근이 제한되고 성물을 만지는 것이 금지될 뿐(4절), 집안에 격리되지 않고 별다른 제약 없이 일상생활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성소 접근을 금지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일상생활에도 어느 정도의 제한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아를 출산한 산모가 완전히 정결해지기까지는 총 40일간이 소요되었다. 여아를 낳았을 때는 그 기간이 두 배로 늘어난다. 목욕과 더불어 마무리되는 일차 부정결의 기간은 14일이며, 그 후 66일 동안은 성소 접근이 금지되었다. 완전한 정결을 위해 총 80일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그 동안 다양한 설명들이 시도되었다. 여아를 낳으면 실제로 출혈 기간이 더 길다는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아가 미래의 산모인 이유로 여아는 매달 운명적으로 부정결의 고통을 겪는 미래의 산모라는 점이 고려되어 두 배의 기간이 요구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의견은 고대에서의 남녀의 차이 때문이라는 견해다. 고대 이스라엘의 가부장 체제 속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열등했으며, 몸값도 반값이었다는 것이다(레 27:2~7). 그러나 반드시 부정결한 정도가 높은 쪽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시체는 돼지의 사체보다 더럽지만, 사람과 돼지의 가치는 정반대다. 결국 어느 것도 남아와 여아 출산 사이의 차이에 대한 명쾌한 답변은 되지 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든 출산을 마친 여인을 장기간 격리시키고 그녀의 활동을 제한한 배경에는 산모의 육체적 회복과 감염 방지를 위한 배려가 숨어있었을 것이다. 만일 여아의 경우 산모의 출혈이 더 오래 가고(남아의 두 배에는 훨씬 못 미칠지언정) 그만큼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 사실이라면 그 기간을 넉넉히 두 배로 할 것을 법제화했는지도 모른다.

오랜 기간이 지나 산혈이 완전히 깨끗해진 뒤 산모는 마지막으로 성소에 제사를 드리러 올라와야 한다. 이때 도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번제를 위한 어린 양 한 마리와 속죄제를 위한 집비둘기나 산비둘기 한 마리가 요구된다. 그러나 가난한 여자의 경우 번제의 어린 양을 비둘기로 대체하여 비둘기 두 마리로 약소한 제사를 바쳤다(레 12:8). 복음서에는 마리아가 예수님을 출산한 뒤 8일 만에 할례를 하고, 정결 기간을 지낸 후 희생제를 바치러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온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눅 2:21~24). 그녀가 비둘기 두 마리를 바친 점으로 미루어볼 때 예수님은 매우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셨을 것이다.

여기서 속죄제는 그녀의 부정결로 제단이 더럽혀졌기에 필수며, 번제는 아마도 자녀 출산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드렸을 것이다. 번제에 관한 규정이 앞서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순서상 번제를 먼저 드렸을 것이다. 이것은 이 희생제에서 출산에 대한 감사가 우선되어야 함을 암시한다. 그러나 사실은 뒤에 드려진 속죄제가 더 중요했다. 성소를 오염시킨 그녀의 부정결을 씻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김경열 목사  ekd@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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