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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교회를 위한 헌장, 레위기 제대로 읽기 (16) 거룩한 백성의 정결한 삶(레 11~15장)

정결과 부정결의 교훈은 ‘거룩’의 주제와 연결되어 있다

레위기 11장은 부정한 짐승의 문제를 다룬 ‘음식법’ …
상징과 실제의 세계 혼동하지 말아야

 

▲ 김경열 목사(총신대 강사)

돼지를 먹지 못한 구약 백성들

이스라엘 땅에 혹독한 기근이 찾아왔다. 곡식과 과일은 거둘 것이 없었고 가축마저 떼죽음당해 식량 부족으로 온 나라가 아우성이다. 기근의 고통은 신실한 요아킴과 그의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들판에는 산양, 야생염소, 사슴, 비둘기, 참새, 등등 아직 더러 있었으나 특히 멧돼지들이 많이 보였고 녀석들이 굶주림에 식량을 찾아 마을 어귀까지 내려오곤 했다. 그러나 요아킴과 마을 사람들은 굶주림 속에서도 멧돼지만은 잡지 않았다. 멧돼지만이 아니라 야생 새들 중 독수리와 따오기와 같은 새들, 그리고 기근을 함께 버티고 있던 가축들인 낙타와 노새도 끝까지 잡아먹지 않았다. 이것들은 하나님의 율법에서 엄중히 식용 금지된 부정한 짐승이기 때문이다. 율법에 불순종하여 하나님의 징계로 찾아온 대기근 속에서 요아킴과 백성들은 크게 회개하며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율법을 준수하려 애를 썼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단비가 내렸다. 대지를 적시며 땅이 살아나고 온갖 생명이 힘차게 다시 약동했다. 순종하는 백성에게 ‘이른 비와 늦은 비’를 주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께서 은혜를 내려주신 것이다.

왜 어떤 짐승들은 식용 금지되었는가?

소위 ‘정결법’이라 불리는 레위기 11~15장은 모든 짐승들을 정결한 것과 부정한 것으로 분류하는 한편(11장) 인간과 사물의 다양한 부정결한 상태를 정의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12-15장). 부정결의 문제는 결국 ‘거룩’이라는 주제와 결부되어 있다. 거룩한 백성은 곧 정결한 백성이기 때문이다. 레위기 11~15장의 주제를 장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1장, 정-부정 동물과 음식법; 12장, 산모의 출산 후 부정결; 13-14장, 악성 표피 질환의 부정결, 15장, 신체의 유출들의 부정결.

왜 어떤 짐승이 부정하고 사람과 사물의 어떤 상태가 부정한가? 오래도록 학자들은 이 문제를 놓고 씨름해왔는데, 주로 레위기 11장의 연구에 주력해왔다. 그들은 오랜 연구 끝에 결국 레위기 11장은 11~15장의 전체적 맥락 속에서 파악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과연 레위기 11~15장을 관통하는 부정결의 근원적 원리(rationale)는 무엇인가? 레위기 11장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을 살피면 그 답이 발견된다. 특히 레위기 11장은 강단에서 가장 흔하게 풍유적(알레고리) 해석으로 설교되는 본문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레위기 11장은 신명기 14장과 더불어 부정한 짐승의 문제를 다룬 ‘음식법’이다. 오늘날도 유대인들은 여전히 ‘코세르’(kosher)라는 이름으로 이를 준수하고 있다. 레위기 11장은 음식 관련 규정과 더불어 사체 접촉의 부정결이라는 주제를 다루는데 양자는 밀접히 결부되어 있다. 짐승은 음식으로 허용된 짐승(정결한 짐승)과 금지된 짐승(부정결한 짐승)으로 나뉜다. 이때 짐승의 구분은 구약의 세계에서 허용된 상징을 통해 교훈을 주기 위한 목적을 가질 뿐 부정하고 흠이 있는 짐승이 내재적·존재론적으로 열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시고는 보시기에 좋았다 하셨다(창세기 1장). 따라서 구약을 읽을 때는 상징의 세계와 실제의 세계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독수리는 경우에 따라 부정적인 상징으로 쓰이기도 하고, 긍정적 상징으로 쓰이기도 한다. 레위기 11장(신 14장)에서는 먹지 못할 새로 가장 먼저 언급될 만큼 부정한 생물의 대표 격이며, 신명기 28장 48~51절에서는 장차 이스라엘을 침공할 흉악한 민족을 상징하지만, 출애굽기 19장 4절(신 32:11)에서는 이스라엘을 시내산까지 이끌어주신 하나님의 완벽한 보호와 인도하심에 대한 상징물로 사용된다. 또한 나귀와 낙타는 부정한 짐승이었지만 짐을 부리는 가축으로 매우 귀한 재산이기도 했다. 부정한 짐승은 순전히 먹는 것과 관련해 그 상징성 때문에 부정하게 여겨졌다. 부정한 짐승들은 몇 가지 신체적 특징과 기준에 의해 판정되거나 짐승들의 목록으로 범주화된다. 그동안 동물을 정-부정으로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들이 제시되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a) 보건-위생학적 설명: 부정한 짐승은 비위생적이며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이다. 일부 유대교 랍비들의 해석으로, 제칠일 안식일 교회가 이를 따른다. 어떤 랍비들은 일부 동물들은 서식 환경이 불결하다는 이유로 금지된다고 말하기도 하고,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물고기는 탁한 물에서 살고, 체액이 차기에 먹으면 몸에 해롭다. 또한 육식조류의 피는 탁하고 진하므로 이것을 먹으면 마음이 잔인해지고 몸에서 검은 빛깔의 체액이 분비된다. 미생물학이 발달한 근대에 이르러 부정한 짐승들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돼지고기는 선모충균이 가득하고 토끼는 야토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보건-위생학적 설명이 힘을 얻었다. 이런 견해의 문제점은 금지된 짐승들 중에는 영양이 뛰어나고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것들이 많고 반대로 허용된 짐승들 중에도 건강에 좋지 않은 것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허용된 초식성 반추동물 중에도 위험한 기생충의 숙주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돼지를 비롯한 금지 동물뿐 아니라 닭이나 염소 등도 불결한 생활습성을 가졌다. 위생을 기준으로 음식의 정-부정을 판가름했다면 ‘독초’는 왜 부정한 음식에 속하지 않는지 설명할 길이 없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건강을 고려하여 주신 법이기에 이 법은 계속 유효하다는 주장은 신학적 문제를 내포한다. 신약은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구분을 완전히 폐기했다. 제칠일 안식일 교회는 레위기 음식법의 항구적 유효성을 주장하지만 예수(막7:14~20)와 사도들(행10:9~16)의 가르침을 볼 때 이는 더 이상 효력이 없음이 분명하다. 하나님께서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주신 법을 나중에는 스스로 제거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음식법 외에 다른 정결의식에 관한 율법들, 말하자면 출산한 여인을 장기간 격리시키고, 곰팡이와 피부병을 취급할 때는 청결을 엄격히 요구하고,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사체를 멀리하게 하는 조치에는 보건 위생학적인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므로 음식법에도 그런 위생학적 고려가 전혀 없었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보건-건강학·위생학적 설명은 이미 제시된 여러 난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그 규정에 대한 포괄적인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레위기의 정결법에서 정결과 부정결은 보건 위생적 개념을 일부 포함하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고도의 신학적 개념이다.

b) 상징적(풍유적) 해석: 정결하고 부정한 짐승의 구분은 그것들이 지닌 상징성 때문에 주어졌다. 정결한 짐승들은 의인으로서 이스라엘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나타내며, 반대로 부정한 짐승들은 죄인들의 모습을 나타낸다는 식의 해석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유순한 초식 동물을 먹고 난폭한 육식 동물은 피해야 한다. 갈라진 굽은 의와 불의의 구분을 상징하고 새김질은 회상을 표시한다. 파괴적 습성을 가진 쥐는 혐오스럽고, 족제비는 입 모양을 볼 때 소문내기의 상징이다. 지느러미와 비늘을 가지고 강한 물살에 저항하는 물고기는 인내와 절제를 상징한다. 이와 같은 해석이 오래도록 한국교회 강단에서 여과 없이 전달되었다. 그러나 풍유적 해석법은 현대의 성경 해석학에서 매우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어 더는 주석가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근거없는 해석은 주관성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예를 들어 한국교회에서는 흔히 갈라진 굽은 신약과 구약의 말씀을 상징하고 새김질은 말씀의 묵상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흔히 통용된다. 그러나 갈라진 굽은 선과 악을 상징하고 새김질은 선악의 분별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둘 중 어느 것이 옳은 것인가? 이와 같이 풍유적 해석은 명확한 기준이 없기에 주관성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성경 해석이야 교인들에게 감동과 은혜만 되면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로는 이단의 창궐을 막을 수 없다.

그 외 금지된 동물이 이방의 제의에서 제물로 바쳐졌다는 ‘이방 제의 기원설’이 있으나 이스라엘의 이웃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소, 양, 염소가 주 제물이었다는 점에서 잘못된 주장이다. 또한 ‘생태학적 설명’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생태적 환경이 부정한 짐승들이 인간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배척되어 결국 금지된 짐승으로 법제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생태적 환경에 사는 이웃 나라들이 그런 짐승들을 허용했다는 것은 이런 설명을 수용하기 어렵게 한다. 학자들에게 가장 인기있고 매우 중요한 이론은 다음의 구조주의적 설명이다.

질서는 정결, 무질서는 부정결로 간주하는 구조주의적 설명

구조주의에 입각한 메리 더글러스는 ‘부정결’과 ‘오염’은 질서를 벗어난 것, 변칙적이고 자리를 이탈한 상태, 그리고 흠이 있는 불완전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와 반대로 정결한 것은 원래의 자리에 있는 상태, 정상적인 것, 그리고 흠이 없는 완전한 상태를 말한다. 정결과 더불어 거룩 또한 적합한 질서를 일컫는 개념이다. 모든 동물은 하늘, 땅, 수중의 각 영역에 맞는 신체 구조와 이동 방식을 지녀야 한다. 예를 들어 정한 것으로 분류되는 짐승, 물고기, 새, 그리고 곤충은 저마다 삶의 영역에 부합하는 신체 구조와 이동방식을 가졌다. 더글러스에게 있어 모든 생물은 창세기 1장의 자연 생태계에 적합한 신체 구조와 이동방식을 가져야 하며, 이 기준을 벗어난 것은 무엇이든 “변칙적인 것”이기에 부정하다.

(1) 지상(땅): 정상적인 지상 동물에게는 갈라진 굽과 새김질이 필수다. 예컨대 굽이 갈라지지 않은 발(paw)은 펑퍼짐한 모양의 손과 같다. 즉 규칙을 이탈해 손이 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신체적 특징을 가진 개, 고양이, 호랑이 등의 짐승들은 부정하다. 날거나 걷지 않고 기는 동물 역시 물고기나 새, 짐승 중 어느 것으로도 분류할 수 없으므로 자동적으로 배제된다. (2) 공중: 예를 들어, 새 중에 공중과 수중의 두 영역을 넘나드는 것은 질서를 어지럽히므로 부정하다. 새에는 구체적인 신체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20종류의 목록이 제시된다. (3) 수중: 정상적인 어류에게 요구되는 지느러미와 비늘을 가진 물고기만이 정결하다. 따라서 상어나 갈치처럼 지느러미가 없는 어류는 부정하고, 해삼, 낙지, 멍게, 조개류는 자동으로 배제된다. 또한 이들은 기어서 이동하는 종들이다. 수중에서 기는 동작은 정상적인 이동 방식이 아니므로 부정하다. (4) 기는 것: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않는 애매한 동물들은 부정하다. 땅, 물, 공중을 불문하고 기어 다니는 짐승들은 물고기도, 짐승도, 새도 아니기 때문에 모두 부정하다.

결국 더글러스에게 있어서 부정한 동물이란 정상적인 신체 형태와 이동 방식을 벗어난 변칙적인 것들이요 정결한 동물들은 그러한 요건을 갖춘 것들이다. 이러한 음식법의 표준과 정-부정 동물은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온전하고 완전하신 분임을 증언한다. 그것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완전성, 정결성, 통일성을 인식시킨다. 더글러스의 새로운 견해에 성경학자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으며 지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이론은 많은 반론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동 방식의 변칙성(anomaly) 설명에 대한 집요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것이 전 동물계에 일관성 있게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가축의 경우 굽의 갈라짐은 논외로 하더라도 새김질은 신체적 특징이나 운동방식과는 무관하며, 음식섭취와 관련이 있다. 물고기의 비늘 역시 운동방식과 아무 상관이 없다. 부정한 새들이 공중과 물을 오가며 이동할 것이라는 주장도 추론에 불과하다. 11장의 목록에 있는 20가지의 새들 중 많은 것이 어떤 종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그 새들 전부가 다이빙을 하고, 수영을 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또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생활환경은 물이 드문 고지대였으므로 그들에게 익숙한 조류는 대부분 오히려 강이나 호수의 생태적 습성과 거리가 멀었을 것이다. 게다가 공중을 나는 새는 모두 땅을 걸어 다니므로 두 영역을 넘나드는 변칙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따라서 더글러스의 기준은 일관성이 없다. 무엇보다 왜 지상의 짐승다운 짐승의 표준이 갈라진 굽과 새김질로, 또한 수중의 짐승의 표준은 마땅히 지느러미와 비늘로 결정되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답변들에 만족하지 못한 일련의 구약학자들은 정-부정을 가르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생명과 죽음의 두 축이다. 우리는 지면상 이 문제를 다음 호에서 다루기로 하자. 동시에 그 생명-죽음의 두 축이 어떻게 레위기 11장의 음식법과 나머지 12~15장에 이르는 모든 정결법에 일관되게 적용되는지 살펴볼 것이다. 우리는 생명-죽음을 기준으로 나뉘는 정결과 부정결의 교훈이 결국 ‘거룩’을 가르치기 위한 레위기의 중대한 신학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김경열 목사  ekd@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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