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변호사(법무법인 에셀 대표변호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지만 벌써 사회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관공서 주변의 고급식당가가 한산해지고, 대신 구내식당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기사도 보인다. 주말 골프장이 썰렁해졌다는 보도도 눈에 띈다.

김영란법의 시행은 한국교회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된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교인, 교계언론, 미션스쿨 등에서 일차적으로 김영란법의 영향을 체감할 것이다.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적용대상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김영란법이 ‘공무수행사인’에 대해서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법령에 따라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 위탁받으면 공무수행사인이 되고, 법령에 따라 설치된 각종 위원회의 위원도 공무수행사인이 된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자는 생각보다 많다.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는 행위의 범위도 예상보다 넓을 수 있다. 며칠 전에 김영란법 강의를 듣는데 강사가 이런 예를 들었다. 만일 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신호를 위반하여 교통경찰이 범칙금을 부과하려고 하자 운전자가 ‘한번 봐 달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법령을 위반하여 행정지도·단속의 결과를 조작하거나 또는 그 위법사항을 묵인하게 하는 행위’는 부정청탁금지조항에 의하여 금지된다. 김영란법은 이해당사자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직접 부정청탁하는 것도 금지하지만 그 경우 과태료는 부과하지 않는다. 그런데 동승자가 그런 말을 할 경우에는 김영란법에 위반될 수 있다. 더욱이 교통경찰이 다음부터 조심하라고 하면서 한번 봐주면 형사처벌대상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김영란법은 국민권익위원회가 펴낸 매뉴얼, 권익위의 질의회신 등에 근거하여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김영란법의 위반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하게 될 것이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 및 금지되는 행위 여부 등에 대한 좀 더 분명한 가이드라인은 결국 법원의 판례가 쌓이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에는 권익위 매뉴얼 등을 참고로 하여 최대한 보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위반소지가 있는 행위는 아예 삼가는 편이 현명하다.

교회에서도 앞으로 어떤 행사를 열 때는 이 법에 위반될 소지는 없는지 미리 점검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참석자 중에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공직자 등’이 있는지에 따라 행사내용 등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 예컨대 김영란법은 금품 등 수수금지의 예외조항으로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 등’을 들고 있는데, 권익위는 선물의 경우 위 조항에 따른 예외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교회에서 공직자 등이 참석하는 행사를 개최하면서 선물을 제공할 경우 이 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 미션스쿨 학교법인의 비상임이사, 감사 등을 맡고 있는 교역자나 교인들도 주의해야 한다. 비상임이라도 학교법인의 이사, 감사는 적용대상이다. 이사 등이 미션스쿨이나 학교법인 일과 무관하게 금품 등을 받은 경우에도 동일인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매 회계연도 300만원이라는 한도를 초과해서 받으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또한 교회가 건축 등과 관련하여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려고 할 경우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김영란법 시대’는 매우 불편할 수 있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행사를 열 때마다 참석자가 누구인지, 음식이나 다과는 어떻게 준비할지 등을 신경써야 한다. 별생각 없이 잘 봐달라고 했다가 과태료를 내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법은 분명 실보다 득이 훨씬 많은 법이다. 공의의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으로서는 적극적으로 환영해야 하는 법이다. 이 법이 제대로 정착하면 연줄이나 돈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특혜를 받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사라질 수 있다. 무척 힘든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과 비슷한 출발선에서 경쟁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법이 뿌리내려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새롭게 하는 데 기여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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