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징계이자 사랑의 표현”
하나님의 공의와 거룩의 섭리 드러내는 도구

구약성경에 나오는 전쟁 이야기를 읽다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자신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창조하신 선과 사랑의 하나님께서 왜 그들 마음에 악을 허락하셔서 하나님의 뜻에 역행하는 삶을 살도록 하셨고, 마침내 전쟁까지 허락하시는가?

최근 발간된 <전쟁과 섭리>(이재호 저·두란노 간)는 여기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실 때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하셨고, 이 자유의지를 통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선의지(善意志)에 맞춰 살기를 원하셨지만, 반대로 인간은 하나님과 동행하기보다 역행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하나님의 선물로 부여받은 자유의지를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사용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향한 저급한 욕망으로 사용했다. 이로부터 창조주의 ‘내재된 의지’와 피조물인 인간의 ‘자유의지’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전쟁을 하나님께서 ‘자신의 뜻’을 구현하기 위해 현실세계에서 사용하시는 물리적 수단으로 해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구약성경에 나타난 부족 간 또는 크고 작은 전쟁은 우발적 분쟁이 아니라 그릇된 길을 행하는 인생들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였으며, 징벌적 수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님의 사랑과 자애로움의 표현이었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책에서 전쟁이라는 도구를 통해 정통개혁주의의 핵심교리 중 하나인 ‘하나님의 섭리’를 드러내고자 했다. 이를 통해 사랑의 하나님뿐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와 ‘거룩함’을 알리고, 왜 인류에게 메시아이신 예수님이 필요한지 역사를 통해 스스로 깨닫게 하고자 했다. 독자는 ‘섭리’라는 숲을 기초로 시대별로 일어난 ‘전쟁’이라는 각각의 나무를 통해 전쟁 속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특별히 저자의 이력이 이채롭다. 저자는 군인 출신으로 20여 년 동안 전·후방에서 참모와 지휘관으로 복무했으며, 그후 도미해 서남침례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를 전공해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자는 성경에 나타난 전쟁의 역사적 사실성을 재조명하기 위해 수년 동안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대 고증, 이스라엘 답사를 통해 지식을 확증했다. 또 책을 집필하는데 있어 프랑스혁명 이후 각종 국제 전쟁에서 도출된 경험칙에 의거하고, 동서고금의 전쟁술의 원칙이 된 제반 요소들을 고려해 성경에 언급된 전쟁과 전투를 가능한 한 성경 원문에 충실하게 재구성했다. 저자의 군인 이력과 전쟁 지식, 치밀한 자료 수집 덕분에 책은 독자들에게 사실감을 더한다.

책은 504페이지 분량으로 총 4부로 구성됐으며, 기원전 1801년 싯딤 골짜기에서 벌어진 동맹군 전투부터 기원후 586년 바벨론의 3차 유다왕국 침공과 바벨론 포로 이동까지 구약성경에 나오는 모든 전쟁 역사를 수록했다. 전쟁사를 통해 구약성경을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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