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택 목사(부안 산월교회)

▲ 흰눈썹황금새는 여름철새로 참새보다 작다. 주로 나무구멍에 둥지를 튼다.

 

아는만큼 보이고 좋아하면 배우게 된다
창조세계 아름다움 가르쳐준 탐조생활…그 기쁨 전시회 통해 나누고파

 

새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당초 전체적인 그림을 열 가지 주제로 잡았다. 주제를 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노트에다 열 가지의 주제를 스케치하였고, 이야기를 써내려갔는데 이후 두 번이나 연장의 기회가 더 주어져 이제 열두 번째 글로 새 이야기를 마치려 한다.

이제 내 자신이 새 사진을 촬영하면서 깨닫게 된 몇 가지 교훈들을 열거해 본다.

먼저는 ‘좋아하면 배우게 된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더 열심히 공부하듯이, 필자 또한 새를 좋아하여 새를 공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촬영한 새가 무슨 새인지 도감을 사서 공부하고, 그래도 모르는 것은 고수 분들에게 묻기도 하며 공부했다.

또한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도 알게 됐다. 언젠가 홍도에 탐조를 갔는데 거기서 새를 붙잡아 자세히 살피는 학자들의 모습을 보고 바로 그 점을 느꼈다. 우리는 단순히 외모만으로 새를 구분하려 하고, 또 사진으로 담는 일에 신경 쓰지만 학자들은 크기와 몸무게와 깃 하나까지 꼼꼼히 살피는 것을 보면서 넘기 힘든 차이를 실감했다.

두 번째로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관심이 없는 사람은 새가 옆을 지나가도 그리 마음 쓰지 않지만, 새에 대한 관심이 큰 사람들은 약간의 움직임만 있어도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돌린다.

어떤 새인지를 모르고, 또 어떤 새가 귀한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새가 그냥 ‘새’ 일뿐이다. 하지만 점점 새를 알아가면서 각각 구분 짓고 분별할 수 있게 된다. 내게도 새에 대해 잘 모를 때에는 수리 종류를 보면 모두 ‘독수리’라고 불렀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니고데모’와 ‘삭개오’가 다른 것처럼, 새들 각자의 이름을 정확히 구분하여 부르려고 애쓴다. 새들의 습성 또한 아는 만큼 가까이 접근할 수 있고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 뒷부리장다리물떼새는 우리나라에 아주 드물게 찾아오는 겨울철새이다. 사진은 몽골에서 촬영한 것이다.

새 사진을 하면서 때로 ‘미쳤다’는 소리도 들었다. 어느 해인가 동료들과 군산에서 홍여새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경찰이 왔다. 짐작하건데 아마도 이상한 차림새로 촬영하는 사람들을 보고 누군가 신고를 한 것이라 여겨졌다. “무엇을 하십니까?” “새를 찍고 있습니다.”

우리를 한참 지켜보던 경찰이 떠나가자 이번에는 어느 아주머니가 지나다가 마치 특수부대원처럼 카메라에 망원렌즈까지 갖춘 채 위장한 우리의 모습을 보고 또 질문한다. “뭐하세요?” “카메라는 얼마예요?” “그거 찍어다 어디다 써요?” 그냥 취미로 사진 찍는다는 소리를 듣고 가면서 아주머니는 우리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한 마디를 던지고 갔다. “미쳤다!”

그 소리를 들은 우리 모두는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면서 인정했다. 그리고 부정하지 않았다. 어떤 것에라도 열정을 가진다면 이런 소리를 들을 것이다.

새가 있는 곳이라면 국내 어디나 찾아다녔고, 새들이 지나가는 봄철이면 홍도나 어청도 그리고 외연도를 들어가 탐조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필자의 집에서 가까운 위도는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첫배를 타고 갔다가 막배를 타고 오기에 딱 좋은 섬이다.

이제는 끝으로 새 사진 전시회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새 사진전을 시작하면서 내 자신에게 여러 번 질문했던 것들이 있었다. “새 사진을 어디에 어떻게 쓸까?” 그리고 “내가 사진작가인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다 새 사진을 사용할 목적을 이렇게 생각했다. “먼저는 하나님께 영광에 되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기쁨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많은 사진들 중에서 몇몇 작품들을 골라내 액자를 만들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2007년 11월 전주 예수병원에서부터 시작된 전시회는 27사단 민관군페스티벌, 부안군청, 새만금전시장, 정읍학산고등학교, 군산동고등학교 등에서 잇달아 열렸다. 산정현교회(김관선 목사)와 정읍성광교회(김기철 목사) 성도들에게도 새 사진을 선보일 기회가 있었다. 마지막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부안군청 로비에서 금년 들어 두 번째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예수병원에서 전시회를 할 때 약간의 수입이 생기면 수익금은 어려운 환우들을 위해 쓰기도 했다. 

부안군청 문화공간에서 전시회를 열던 중 방문해 준 목회자들을 위해 설명회를 갖는 모습.

  에필로그

새 이야기 연재를 마감하면서 그간 악필의 한계를 넘지 못해 독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역시 글맛을 내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 글을 써본 요령이나 경험이 없는 탓에 처음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를 한 주제에 다 넣으려는 절제되지 못한 실수도 했다. 전문적인 지식의 깊이가 없이 개인적인 생태 경험 위주로 글을 쓰다 보니 학술적인 대답과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 보니 건강을 이유로 시작한 새 사진이었는데, 어느새 탐조활동과 새 사진은 나의 생활에 활력소를 불어넣어 주는 소중한 취미가 되었다. 물론 처음보다는 그 열정이 많이 식었지만, 그래도 새 사진이라는 장르를 조금이나마 경험하면서 야릇한 중독성도 느끼고 있다.
기독신문에 <류병택의 새 이야기>를 연재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자신에게 큰 축복이었으며, 개인적으로도 큰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때때로 일반계시로서 새 사진(생태사진)이 특별계시를 더욱 빛나게 하는 조명 역할을 할 때 목회자로서 그 순간이 더욱 감동으로 다가왔다.

▲ 장다리물떼새 지나가는 나그네새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번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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