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약수교회, 성경적 자녀교육 ‘쉐마’에 진력하다

설동주 목사 “존립위기 한국교회, 생명력 있는 말씀 양육이 해답”

“지금 한국교회는 위기상황 정도가 아닙니다.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진단입니다. 장년 성도를 위한 행사와 투자를 줄이십시오. 교회의 모든 여력을 다음세대에게 쏟아부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푸근했던 설동주 목사의 눈매가 매워졌다. 좀 전까지 누긋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던 목소리가 아니다. 그는 예장합동 교단 산하 교회 중 주일학교가 없는 교회가 65%에 이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냐고 물었다. 20~30년 후 현재 총회의 1만2000교회 중에서 8000교회가 없어진다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것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무엇이 있습니까?”

 

목회는 머무름이 아니다

과천시 주택가 지역, 수수한 모습에 높이 십자가를 내건 과천약수교회가 자리 잡고 있다. 교회 이름 ‘약수’는 한자로 언약 약(約)과 지킬 수(守)를 쓴다. 하나님의 언약(구약 신약)인 ‘성경을 지키는 교회’라는 의미이다. 노출콘크리트공법의 예배당 외부는 수수한 회색빛으로 튀지 않고 주위와 어울렸다. 내부로 들어서면 목재와 부드러운 조명으로 따뜻하고 안정감을 느낀다. 거친 세상 속에서 지친 영혼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 성경적인 자녀교육을 전파하고 있는 설동주 목사. 설 목사의 쉐마교육은 이제 교회를 넘어 일선 학교와 공공기관에서 관심을 보일 정도로 한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설동주 목사가 “성경의 교육 방법을 사회와 국가가 따라하려는 모습이 곧 교회가 사회를 이끄는 것 아니냐”며 밝게 웃고 있다.

과천약수교회는 1984년 1월 7일 당시 설동주 전도사가 별양동 일반 주택의 지하에서 개척했다. 1991년 주일예배를 3부까지 드릴 정도로 부흥했다. 부흥의 발판은 제자훈련이었다. 설동주 목사는 모든 성도를 주님의 제자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개척 1년 후부터 직접 12명씩 36주 동안 제자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개척 20주년인 2004년 예배당 건축을 시작해 2006년 12월 24일 현 예배당에 입당했다. 안정기에 접어든 교회는 근심이 없었다.

“연말 우연히 교회학교 예결산서를 봤습니다. 예산의 대부분을 달란트 시상비와 놀이기구 대여비, 간식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더군요.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습니다. 20년 넘게 제자훈련을 했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성경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각성을 하게 됐습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정부청사가 터를 잡은 과천에서 설동주 목사와 훈련받은 성도들은 안정을 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각성으로 과천약수교회는 다음세대에 신앙을 전수하는 일에 온 힘을 쏟지 않았음을 반성했다. 평탄한 길을 버리고 다시 좁은 길을 걷기로 했다.

 

다음세대 신앙교육의 소명

설동주 목사와 교육부서 담당 교역자들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기독교교육에 대한 책을 읽고, 다음세대 교육을 잘 한다는 교회를 탐방하고, 올바른 신앙전수를 위한 교육의 방향을 고민했다.

“2년 동안 공부하고 리서치를 했습니다. 다음세대 교육에 탁월하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교회들은 대부분 음악 미술 방과후학습 같은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교회로 이끌어 오는데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이었지만 제가 생각하는 교육방법은 아니었습니다.”

그때 설동주 목사는 쉐마를 만났다. 쉐마를 유대인의 교육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하나님께서 신명기 6장에서 말씀하신 교육방법이다. 하나님께서 제시한 다음세대 교육의 핵심은 ‘자녀에게 성경을 가르쳐 전수해야 하고, 부모가 자녀 말씀 교육에 가장 큰 책임자’라는 것이다. “교회가 세상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회의 다음세대 교육 원칙과 방향 역시 하나님의 말씀대로 해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교회만이 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쉐마입니다.”

2010년 4월 9일, 과천약수교회는 토요쉐마학당의 문을 열었다. 토요쉐마학당의 원리는 간단하다. 부모와 자녀가 성경 말씀을 토대로 대화하고 교육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대화가 아니다. 부모는 성경 말씀을 토대로 자녀에게 질문을 하고, 자녀가 생각해서 내놓은 답변을 듣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토론을 이어간다. 부모와 자녀가 말씀을 주제로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함께 성경을 배우며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토요쉐마학당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성도들은 물론 과천 주민들과 멀리 지방에서 부모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찾았다. 토요쉐마학당에서 가르친 방법대로 했더니, 자녀가 바뀌었고 가정이 변했다는 경험담이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갔다. ‘성경적 자녀교육’의 가능성을 확인한 과천약수교회는 2012년 4월 23일 국내외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목회자쉐마학당세미나를 시작했다. 오는 10월 23일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서 열리는 세미나는 10기를 맞는다. 매번 250명에 넘는 목회자와 교역자들이 세미나를 찾을 정도로 여전히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역사는 말씀만으로 가능합니다. 생명력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부모와 교회가 자녀에게 가르치는 것, 이것이 교회교육의 핵심이고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유대인은 수천년 동안 이 말씀을 따라 자녀를 교육했고, 우리는 안했습니다. 다음세대를 방치한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든 교회가 다음세대 사역에 가진 역량을 최대한 쏟아 부어야 합니다. 다음세대 문제는 이제 교회존립의 문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쉐마, 교회의 울타리를 넘다

쉐마교육을 한국교회에 전파한 것은 불과 5년 밖에 안됐다. 하지만 500여 교회가 쉐마를 교육부서에 적용해서 진행하고 있다. 설동주 목사는 교회들이 쉐마교육을 잘 적용할 수 있도록 쉐마학당연구원을 설립하고 꾸준히 교육 교재와 자료를 보급하고 있다. 이미 유아부부터 청년부까지 쉐마교육을 할 수 있는 공과공부 교재를 완간했다. 이외에도 성경적 자녀교육의 주체인 부모를 위한 교육자료, 토요쉐마학당을 비롯해 금요쉐마캠프와 역사탐방 및 성경암송학교 운영을 위한 교재 등 쉐마교육을 위한 모든 방안을 교재로 만들었다.

최근 설동주 목사는 한국교회를 위해 중요한 교재를 내놓았다. 모든 교회가 제각기 운영하고 있는 주일교회학교 예배와 교육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매뉴얼을 완성했다. 유치부를 예로 든다면, 유치부 교사들은 주일교회학교 예배시간에 앞서 교사기도회(7분)로 모여 다음세대를 위한 준비를 한다. 예배시간은 총 55분으로 드리는데, 찬양-대표기도-성경암송-설교-헌금-주기도문(축도) 등을 30분에 마치고 공과공부를 25분 진행하도록 제시했다. 주일교회학교를 마친 다음에 교사들은 담당 교역자와 함께 교사교육을 하고 기도를 하도록 했다. 이런 매뉴얼집까지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 총회 교육국장님이 전국 교회를 다니며 조사했는데, 성경공부 시간이 평균 15분에 불과했다고 하더군요. 교회에서 1주일에 겨우 15분 성경을 가르친다는 것은 심각합니다. 그래서 아예 주일교회학교 진행 방안을 매뉴얼로 만들었습니다. 성경교육 시간을 늘린 것과 함께 교사교육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위해 기도로 준비하고, 일방적인 전달식 교육이 아니라 쉐마교육에 따라 아이들과 소통하며 성경을 가르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교재들을 과천약수교회에서 먼저 적용해서 검증을 받는다는 점이다. 현재 글로벌목회자쉐마학당 세미나에서 강의하는 모든 교육 방법과 관련 자료들은 과천약수교회에서 먼저 시행해보고 잘 정착한 것들이다. 이론이 아니라 목회현장에서 임상까지 거친 실제적인 방법인 것이다.

작년부터 설동주 목사는 더욱 바빠졌다.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 각 기관에서 자녀교육 방법을 강의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10월 6일에도 경지지방경찰청의 요청으로 강의를 하고 왔다. 일선 학교의 주입식 교육에 대안을 찾고 있던 지방교육청에서도 쉐마교육의 토론식 교육방법, 자녀교육에 부모의 적극적인 참여 방법 등을 전수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이것이 바로 말씀이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 아닙니까. 왜 불신자들이 공공기관이 쉐마교육에 주목하겠습니까. 왜 일반 학교 교사들이 토요쉐마학교에 찾아옵니까. 그들 역시 성경적인 교육, 하나님이 말씀하신 쉐마교육이 대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오직 말씀을 따른다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교회가 사회를 이끄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동주 목사는 성경말씀으로 자녀를 가르치고 양육하는 쉐마가 다음세대 교육의 확실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설 목사는 이제 쉐마를 교회 밖 세상에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현재 쉐마학당연구원을 더욱 확장해서 한국 사회의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 방법과 교재를 개발할 비전을 갖고 있다.

“왜 이렇게 하냐고요?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냐고요? 하나님께서 다음세대 교육을 하라고 명령하셨기 때문입니다. 과천약수교회가 그 소명을 깨달았고 은혜를 주셨기에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매일 쉬지 않고 기도하는 성도들 때문입니다. 세미나 기간 내내 자원봉사하는 성도들, 지하예배당에서 쉬지 않고 기도하시는 할머니 권사님들, 너무나 귀한 우리 성도들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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