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호프 ‘자살 이후 한국교회 목회 메뉴얼’ 포럼

▲ 라이프호프가 주관한 포럼에서 조성돈 교수(오른쪽)가 자살자 유가족의 신앙생활에 관심을 갖고 교회차원의 자살예방과 사후 목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조성돈 교수 “개인문제 아닌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 치유·회복 돕는 목회 활동 중요”

#사례1: 한 교회에서 성도 가족이 자살을 했다. 담임 목회자는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장례예배를 준비하던 중 장로의 염려섞인 지적을 들었다. “자살자는 장례를 치러줄 수 없다”는 말이었다. 목회자는 유족들과 이미 약속한 것을 어길 수 없어서 고민하던 중 교육전도사를 보냈다. 당황한 교육전도사는 현장에 가서 “자살한 사람은 구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만…”이라는 말로 예식을 시작했다.

#사례2: 자살방지와 유가족을 신앙으로 인도하는 일을 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유가족들 모임을 인도하던 중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바꾼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랐다. 그 이유는 해당 교회나 성당 등에서 자살자의 장례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자살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교회의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또 자살을 부끄러운 행위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자살자의 유가족 문제를 교회 안에서 논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러나 자살 문제에 대해 ‘쉬쉬’하기만 하는 반면, 자살을 예방하고 사고 이후 유가족을 돌볼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위의 사례에서 든 경우처럼 기독교인의 자살률이 적지 않고 연쇄 자살이 일어나거나 유가족들이 개종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라이프호프(대표:조성돈 교수)는 10월 6일 보라매열린교회에서 ‘자살 이후, 한국교회 목회 매뉴얼’이라는 제목으로 포럼을 개최하고, 목회자의 인식 변화만 있다면 이미 전문 기관이 제공하고 있는 자료들이 있기 때문에 자살예방과 자살자 유가족 상담을 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조성돈 교수는 발제를 통해 “한국의 자살자의 숫자는 1998년 IMF 사태 때부터 급증하였다가 2011년 이후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는 2012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시행된 것에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같은 변화는 자살을 개인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질병으로 여기고 사회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반증”이라면서 “교회도 이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자살에 이르지 않도록 예방활동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 “자살하면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주장은 성경적인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로마가톨릭에서 지켜오던 것”이라면서 “최근 로마가톨릭은 죽은이에 대한 장례를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신교회는 여전히 금지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다행히 최근 교회의 인식이 변화되어 가고 있으며, 예장통합교단의 경우 공식적으로 2014년 자살에 대한 목회지침이 마련돼, 장례예식서가 수록됐다”면서 “목회자들이 자살자 예배를 예식서에 따라 드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자살자 예방과 유가족을 돕기  위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들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교회 주보에 이들 상담 기관들의 연락처를 기록하여 도움을 받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발제자 노용찬 목사(빛고을나눔교회)는 자살자 유가족을 더욱 배려하고 돌보아야 하는 이유는 △상실의 아픔이 있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말할 수 없는 가족의 비밀 때문에 극심한 소외를 당하고 △자신에게도 삶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불안과 그럴 경우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며 △지속적으로 우울감이나 심한 경우 우울증으로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노 목사는 “목회자는 이들을 위해 한 영혼을 돌보겠다는 사명감과 인간의 삶과 고난, 질병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 개인의 심리정서와 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이해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설교를 통해 성도들에게 안식과 회복을 주고, 교회 안에 치유와 회복의 프로그램들을 준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노 목사는 “물량화된 사회의 영향으로 도심의 교회도 대형화를 추구하고 양적 성장을 목표로 해왔다”면서 “영혼을 돌보는 목회로 유턴하여 신앙공동체의 모습을 갖추도록 해야 하며 교인들을 직접 찾아가서 돌보는 목회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논찬자로 나선 조은하 교수(목원대)는 “자살자들 가운데는 그 전에 폭력이나 왕따를 겪었던 피해자들이 많다”면서 “교회가 9월 10일 자살예방의 날을 지킨다든지, 평소에 생명 존중과 배려를 위한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살예방을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중앙자살예방센터(http://www.spckorea.or.kr): 산하에 각 시도별 광역자살예방센터, 시군구별 지역자살예방센터나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200여 군데가 설치되어 있다. 자살예방교육, 정신보건교육, 심리테스트, 심리상담, 취약자 돌봄 서비스를 진행한다.

생명의전화(http://www.lifeline.or.kr):전국에 17개 센터가 있으며 전국 공동의 상담전화 1588-9191으로 연결된다. 홈페이지에서는 사이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생명의친구들(http://www.counselling.or.kr):전문 상담가들이 홈페이지를 통해서 전문적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프호프자살예방센터(http://lifehope.or.kr): 2012년 창립됐으며, 생명문화 확산이 최선의 자살 예방이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캠페인과 중고등학교 생명 보듬교육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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