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은성 교수(총신대·역사신학)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기뻐하라

 

약속 있는 첫 계명은 부모공경이다. 이 계명은 한국사회의 ‘효’(孝)사상과 유사하게 여겨지기에 우리에게 친숙하다. 교회서도 이렇게 여겨 부모공경을 강조하기도 하고 부모공경 행사도 행한다. 하지만 이 계명에 대한 하나님의 의도는 ‘효’사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1차적 의미는 일반적인 뜻을 함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이다. 개혁신앙은 5계명의 의미를 무엇이라 가르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부모’란 어떤 의미일까? ‘부모’라는 의미는 혈육의 부모만 아니라 연령과 경험상 모든 윗사람을 의미한다. 특별히 가정, 교회 또는 국가에서 하나님의 규례를 따라 권위를 가지고 우리보다 위에 있는 분들을 의미한다(<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서> 124문).

예를 들면, 국가의 지도자, 교회의 지도자, 사회의 지도자를 포함한다. 요즘처럼 위계질서나 합당한 권위가 무너진 사회가 귀담아 들어야 하는 명령이 아닐 수 없다. 삼강오륜(三綱五倫)에 속한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의미가 조금 있다고 여겨진다. 그렇다고 흔히들 ‘짠밥’ 순서로 이 의미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 나이든 자가 부모로 대접받는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존경을 받아야 하는 분이 부모인 것처럼 부모와 같은 위치에 있는 모든 권위에 있는 자를 일컫는 말이다.

윗사람을 부모라 부르는 이유는 윗사람으로 하여금 먼저 아랫사람을 향해 모든 임무에 있어서 혈육의 부모처럼 여러 관계에 따라 그들에게 사랑과 친절함을 나타내도록 가르치기 위함이고, 또 아랫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부모에게 하듯 윗사람에게 더 자발적이고 즐겁게 이 임무를 행하도록 시키기 위해서이다(<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서> 125문).

이러한 설명은 남녀의 부부 관계에서도 동일하다. 윗사람 또는 남편이 권리만을 내세우지 말고 사랑과 그것에 따른 임무나 책임을 성실히 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신분(권리)만 주장한다면 5계명을 어기는 죄를 범한다 하겠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무슨 책임을 가지고 있을까?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능력과 그들이 처해 있는 관계에 따라서 아랫사람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복을 빌고, 교훈하고, 권면하고, 보상하고, 보호하는 것이다(<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서> 129문).

어른 값을 하라는 것이다.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대접하라는 그리스도의 명령과 같다 하겠다. 시부모, 교회 지도자, 사회 지도자, 직장 선배는 그것에 따른 행동과 위엄을 갖추라는 명령이다.

더욱이 자신의 개인적 권리를 주장하거나 아랫사람에게 과도한 요구는 금지해야 한다. 게다가 불법적인 것을 명하는 부모나 윗사람의 행동은 금지해야 한다. 스스로의 분에 넘쳐 아랫사람을 심하게 다루거나 감정 폭발로 이어진다면 5계명을 어기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무슨 책임을 가지고 있을까? 당연히 존경이다. 뿐만 아니라 기도와 감사이고, 자발적인 순종이고, 인격과 권위에 충성해야 한다. 노아의 아들 중 함의 행위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비록 부족한 경우라 하더라도 부모와 같은 윗사람의 영예를 실추시키거나 돌아서서 비난하는 행위는 5계명을 어기는 것이다. 특별히 국가의 지도자에 대해 툭하면 물러가라는 식으로 매스컴의 뉴스에만 몰입하여 사실여부를 확인치도 않고 성급하게 지도자를 성토하는 행위 역시 5계명을 어기는 것이다.

더욱이 교회 지도자가 뭔가에 미치지 못하여 부족할 경우가 있지만 바른 진리를 선포한다면 언제든 합당한 영예를 보존해야만 한다.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교회 지도자에 대한 연판장을 돌리거나 인터넷에 글을 올려 영예를 떨어뜨리는 행위 역시 5계명을 어기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5계명의 범위는 부모, 윗사람, 아랫사람에만 그치지 않는다. 동료까지도 포함된다. 혼자서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에 특별히 신자는 교회라는 단체 안에서 몸의 지체처럼 서로를 돕고 의지해야 한다. 서로의 존엄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서로의 재능과 진보를 보면서 자신의 것처럼 기뻐하는 것이다(<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서> 131문).

자칫하면, 피해망상증에 걸려 동료가 잘 되면 배가 아파 시기하고, 밀어내고 그 지위를 찬탈하려는 행위는 선택된 하나님의 자녀에겐 허용될 수 없는 행위이다. 만일 이러한 시기심으로 분열이나 불화를 일으켰다면 그 즉시 화해를 위해 몸을 낮추고 하나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유아독존(唯我獨尊)할 뿐 아니라 모든 자가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망상에 빠져 스스로 반신반인의 자세를 가지고 있다면 그야말로 교만이 극에 달하는 것이다.

5계명에 따른 약속은 “너희 하나님 나 야훼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이다. 이 약속의 말씀을 하나님께서 부속시킨 이유는 이 계명을 지키는 모든 자에게 이 계명이 하나님의 영광과 그들 자신들의 선을 위해 봉사하는 한, 장수와 번영에 대한 명확한 약속을 주기 때문이다(<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서> 133문).

지상에서 개혁신앙인은 복을 누리게 되어 있다. 특별한 경우에 욥의 시험처럼 받는 경우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말할 때 지상에서도 노력하고 수고한 것에 따른 보상을 받도록 하나님은 섭리하신다. 수고의 보상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간증하거나 자랑하거나 또는 내세운다면 그야말로 하나님을 수단으로 악용하는 자이기에 3계명을 어기는 죄를 범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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