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 목사(예드림교회·총회이대위 전문위원)

2016년 가을, 한국기독교는 이단에 관한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예장 고신의 ‘인터콥’ 관련 결정, 예장 합신의 이단규정에 관한 총대들의 반발, 예장 통합의 이단 특별사면 선포와 철회 등의 문제 등은 한국교회의 큰 충격과 도전이 되었다. 더욱이 통합의 해프닝은 한국교회 뿐 아니라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다들 자신들만 옳다고 한다는 데 있다. ‘개혁주의’가 아니면 다 이단으로 정죄하려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단을 규정하는 기준은 어떤 신학이 아니라 성경이 되어야 한다. 굳이 신학적인 평가를 하자면 ‘복음주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평가해야 한다.

이번 각 교단 총회의 이단과 관련된 일들을 바라보면서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하지만 모든 일은 ‘원인과 결과’라는 공식이 있다. 이번 문제는 ‘절차, 전문성, 감정, 소영웅주의, 밀실행정, 부정적인 정치적 판단, 소통의 부재’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불협화음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장로교에 속한 교단들이 ‘제101회 총회’라는 것을 기점으로 ‘과거사의 정리, 화해, 화합’등과 같은 ‘아젠다’를 가지고 있다. 한국교회가 과거사를 정리하고 화해와 화합으로 나아가는 일의 구체적인 대안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다툼과 분열과 정죄’의 과거가 ‘화해와 화합과 일치와 연합’이라는 관점에서 돌아보아야 한다. 이 일에 한국교회사에서 이단이나 사이비로 정죄된 이들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자녀를 키워본 사람들은 공통분모를 가진다. 미숙한 자녀가 성장하면서 겪는 ‘성장통’은 부모와 자식이 함께 아파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부모는 자녀양육에 있어서 사명감을 가지고 가르치고 야단도 치면서 바른 길로 지도한다. 또한 맏형도 동생들을 감싸면서 잘 지도할 책임이 함께 있다. 목회의 현장에서 신학적 정체성 확립의 부족으로 인한 미숙한 발언과 행동에 대하여 책망은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정죄하는 것이 능사(能事)는 아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교회사에 나타난 이단에 대한 새로운 연구와 재정립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즉 리셋(Reset)한 상태에서 새롭게 원점에서 연구해서 그들의 주장과 주의를 살펴보고 ‘객관성과 합리성, 공정성, 공익성, 형평성’을 가지고 새롭게 연구해야 한다. 그들에게는 ‘잘못과 실수와 미숙함’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그들을 올바른 길로 지도할 무한 책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의 정리에 있어서 예외도 있다. ‘교주를 우상’처럼 받드는 집단이나 자신을 ‘보혜사’라고 하는 개인에게는 ‘변명할 기회’ 조차 줄 필요가 없다. 이들에게 제공한 변명이나 해명의 기회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심지어 교계 언론을 통한 ‘사과성명’ 조차도 ‘모략’이라고 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가 있는 이단들이다. 이처럼 아무리 리셋(Reset) 버튼을 누르고 싶어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 버튼으로 말미암아 한국교회의 일원이 되어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나아가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곳들이 있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각 교단의 차이점은 인정하되 성경적인 관점과 복음주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재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우리의 형제와 자매로 받아주는 일을 할 때에 반드시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그 대상자들의 ‘진정성 있는 회개와 한국교회를 향한 사과,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 경건한 복음주의적인 정통교회의 교리를 수용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 등과 같은 의지가 분명해야 한다. 어쩌면 자신의 단체가 와해될 위기도 수용하겠다는 분골쇄신(粉骨碎身)하는 자세가 전제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한국교회 전체가 동의할 수 있는 ‘법과 절차와 상식’의 범주를 가지고 ‘다양성과 일치성’이라는 균형감각을 놓치지 않는 연구를 해야 한다.

최근 장로교단의 총회에서 드러난 일들을 ‘하나님의 섭리’라는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이단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을 통한 교회의 아픔을 승화시켜 나아가게 만드실 것이다. 우리에게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귀한 사명을 감당할 교단은 한국교회의 맏형에 해당하는 본 교단이 가장 적합하다. 본 교단이 이러한 일에 기준을 세워주어야 한다. 합리적인 판단과 지도로 한국교회에 개혁과 부흥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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