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형 목사(찾는이광명교회·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상임이사)

어느 교파, 어느 교단, 어느 교회를 떠나서 지금 한국교회는 함께 무너져가고 있다. 도시와 농어촌, 교회규모에 상관없이 교인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교회의 내일인 교회학교와 학생수가 두드러지게 줄어들고 있다.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에 대한 국민들의 전반적인 신뢰상실이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주요 3대 종교에 대한 신뢰도나 이들 종교의 지도자(교직자)에 대한 신뢰도에서도 개신교와 목회자에 대한 신뢰도는 항상 꼴찌로 나타나는 것도 오래전 일이다. 이렇다 보니 새롭게 신앙을 가지는 초신자들은 거의 없는데, 이 교회, 저 교회 떠도는 수평이동신자와 더 이상 교회와는 담쌓고 홀로 거하거나 아예 믿음을 버리는 신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서 각 교단의 가장 중요한 정책과 책임을 논의하는 총회는 마땅히 이러한 현상들을 깊이 고민하고, 바른 대안과 문제의식을 나누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지역교회를 이끌어가는 중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목회자들의 자질향상과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고양하는 일은 총회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특별히 이 문제는 우리 합동교단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그 중에서도 목회자의 부적절한 성윤리 문제는 압권이다. 최근 박남춘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성폭력을 저지른 종교인이 5년간 450명에 이르는 등 종교인에 의한 성범죄가 전문직 직업군 가운데 가장 많고,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전직 국회의장조차 단한번의 성추행에 대해 사법처리를 서슴치 않는 사회적 분위기와는 정 반대로, 수년에 걸쳐 여러 명의 여성도를 상습 추행해 온 전병욱 목사는 우리교단에서 번번이 처벌을 면했을 뿐 아니라 이제 공공연히 재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최근 여고생들을 강간, 추행한 혐의로 물의를 빚은 라이즈업무브먼트 이동현씨가 해당 예장 고신 총회에서 즉시 목사 면직 처분을 받은 것과도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또한 사회적 형평성은 물론 적은 소득으로 힘겨워하는 대다수 목회자들의 국가적 수혜를 위해서도 범 기독교적으로 추진되어야할 종교인 납세결의는 합동교단을 비롯한 일부 보수적 기독교 정치인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교단만 해도 정작 일선 목회자들과 교인들의 의식은 이러한 교단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예로 작년 3월 기독신문이 창간 50주년을 맞아 진행한 목회자 의식조사에서 무려 57%에 달하는 목회자들이 납세를 찬성한다고 응답하였다(납세반대 39.6%). 또 목회자가 평가하는 한국교회 신뢰도는 3.2%, 교단 신뢰도는 24.6%에 불과해 교회와 교단에 신뢰향상 과제가 매우 심각함을 입증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목회자들은 이미 널리 퍼져 있는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57.2%가 찬성하고 있으며(38.8% 반대), 여성목사 안수에 대해서도 교단 공식 입장과는 달리 무려 50.6%가 찬성하고 있다(47.2%가 반대). 우리 교단은 소속 목회자들이 더 안정적이고 삶에 뿌리내린 실천목회를 할 수 있도록 이중직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해야할 것이고, 여성 목사 안수가 정말 성경에 위배된 것인지 양심적이고, 정직하게 묻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교회세습과 목회자 성 및 윤리문제의 심각성에 관한 일반교인들의 부정적 인식은 조금만 수고해도 확인할 수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도 이러한 현실인식과 심각한 목회자 자질과 윤리 향상 문제는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을 전망으로 보인다. 정년 75세 연장, 임원 선거규정 및 헌법 개정, 이단관련 등 모든 안건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으나 목회자윤리강령의 채택만은 번번이 무산되어 오고 있다. 모두가 다 알고 있으나 우리 스스로만 방치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문제를 이제는 직시해야 한다.

총회는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목회자윤리강령을 만들어 교단 목회자들의 자질향상을 책임져야 할 것이며, 이러한 의지를 교단발전과 교회갱신의 토대로 삼아야할 매우 중대한 시기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합동총회가 더 이상 부정적 뉴스들의 생산지가 아니라, 한국교회의 바른 변화와 개혁을 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 주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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