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문화 꼬이면 정책 총회는 실종

총회 회의 개선 여론 높아 … 헌의안 조기 정리, 충분히 숙지 후 토론 임해야
신속한 회무 진행 위한 전자투표 도입 시급 … 구태정치 맞설 지혜 모아가야

“무질서하다. 일부 스피커들만 발언대를 차지한다. 그리고 공정하지 못하다.” 총회의 회의문화를 가리키는 말들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100년의 연륜을 쌓았지만, 총회는 그에 걸맞은 회의문화를 여전히 갖추지 못했다. 특히 9월 총회는 한 회기의 첫 걸음이다. 총회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다면 1년 농사를 그르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는 매년 수준 낮은 회의를 반복해왔다. 총대들도 이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총회정책연구위원회와 본지가 공동으로 실시한 ‘총회 정책발전을 위한 총대여론조사’에서 총대들은 총회의 회의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무 진행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37.1%로 가장 높게 나왔고, 찬반 표시의 명확성(24.9%) 회의장 질서(21.6%) 시간배분 문제(6.2%)도 개선 사항으로 지적했다. 이 결과는 총회 회무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회의부터 꼬이다보니 정치가 난무하는 총회, 정책이 실종된 총회가 될 수밖에 없다. 성숙한 회의문화 정착은 총회가 새로운 100년을 맞이하면서 바로 세워야 할 기본 중에 기본이다. 이를 위해 개선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 지난해 100회 총회에서 10여 명의 총대들이 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는 모습. 어수선하고 무질서한 회의문화는 총회 발전을 저해하는 구태 중에 하나다. 총회의 새로운 100년을 맞아 성숙한 회의문화 정착이 반드시 필요하다.

헌의안 숙지는 기본

혼란 속에 총회가 진행되는 첫 번째 원인은 총대들이 헌의안을 숙지하지 못한 채 총회 현장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총회 개회 당일이 되어서야 총대들은 비로소 헌의안을 확인한다. 매년 총회 때마다 상정되는 헌의안만 300여 건에 이른다. 따라서 총대들은 총회 기간 내내 헌의안을 파악하는 데에 시간을 허비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올바른 의사표시도 못하게 된다. 헌의안을 미리 파악한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총회를 주도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각 노회는 봄 정기노회에서 헌의안을 결정한다. 물론 이후에 추가로 상정하기도 하지만, 각 노회의 봄 정기노회가 마무리되면 그해 총회에서 다뤄질 헌의안의 밑그림이 그려지는 셈이다. 총회 서기를 거쳐 헌의부에서 선별 및 분류 작업을 한다고 해도, 헌의안을 미리 공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총대들은 총회가 개회되어야만 헌의안을 받아든다. 빨라야 총회 1주일 전 본지를 통해 알 수 있다.

타교단은 어떨까. 예장통합은 총회 한 달 전 모든 총대들에게 헌의안을 우편으로 발송하고 있다. 기장은 최소 총회 10일 전 모든 총대들에게 헌의안을 우편으로 발송하고, 총회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총대들에게 헌의안을 숙지하고 총회 현장에 입장하라는 조치다.

이번 총회에서 헌의안 처리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동부산노회 등 5개 노회가 총회 회무진행 개선을 위한 총회규칙 개정의 건을 헌의한 상태다. 이들 노회들은 △헌의안 조기 마감 △헌의안 조기 분류와 해당 상비부에 전달 △상비부 연구 및 검토 거쳐 총회 보고와 결의를 골자로 한, 규칙 개정을 통해 총회를 보다 발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제 총대들의 선택에 달렸다.

동부산노회 서기 박원주 목사(부산서문교회)는 “헌의안을 조기 마감하여 총대들에게 한두 달 전에 공지하면 총회가 더욱 알차게 진행될 수 있다. 아울러 총대들이 헌의안을 미리 알고 총회에 들어서면 정책 관련 주요 안건을 보다 깊게 토론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총회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이번 총회에서 반드시 헌의안 처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투표, 선택 아닌 필수

디지털시대를 맞이했지만 총회는 아직 아날로그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000년부터 국회에서도 회무 결의 방식에 전자투표를 도입했지만, 총회는 여전히 거수투표를 고수하고 있다. 더구나 국회의원은 300여 명 정도지만, 총회 총대 수는 1600여 명에 이른다. 거수투표로 총대들의 의사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정확성이 결여될 뿐 아니라, 무질서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드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총대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있다. ‘총회 정책발전을 위한 총대여론조사’에서 총대 70.2%가 총회 회무 결의방식을 전자투표로 바꿔야 한다는 응답했다.

이미 예장통합과 기감은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예장통합은 2003년 88회 총회부터 임원선거를 전자투표로 진행하고 있다. 기감은 올해 1월 입법의회에서 단발기를 통한 전자투표를 도입하여 회무 결의를 처리했다.

예장통합총회 관계자는 “전자투표는 정확하고 신속하게 선거 결과를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표소에 들어가 터치스크린 투표를 하고 있지만, 투표 종료와 동시에 결과가 나와 선거를 1시간 이내에 마친다”고 밝혔다. 기감총회 관계자는 “단말기를 이용한 전자투표를 진행한 결과, 신속한 회무가 가능하다. 아울러 총대들의 재석 확인도 바로 이뤄진다”며 전자투표의 장점을 소개했다.

이들의 이야기처럼 전자투표는 정확성을 갖췄을 뿐 아니라, 신속하게 회무를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총회는 임원선거와 회무 결의 때마다 총대 1600여 명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300여 건의 헌의안과 긴급동의안까지 처리하느라 매번 회무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자투표는 타교단이 아니라, 우리 총회에 반드시 도입해야 할 제도이다.

구태를 홀연히 벗자

규칙과 제도만 바꾼다고 총회가 달라질까. 그것으로 부족하다. 제도 개선과 더불어 총회의 낡은 구태를 벗어야 한다.

지난날의 총회를 되돌아보자. 총회 현장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거친 말들이 오갔다. 심지어 용역과 가스총도 등장했다. 사회자는 본분을 잊은 채 의도성을 갖고 회무를 진행하여 비판 받았다. 주요 안건을 다룰 때 일부 무리가 기획총회를 벌였다는 말들이 무성했다. 스무 명 남짓의 소위 스피커들이 발언대를 독점했다. 이렇다 보니 총의가 모아질 수 없었다. 지난 100년은 이랬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장자교단이라고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장자교단에 걸맞은 품격 있는 회의문화를 갖춰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누구보다 총대들이 앞장서야 한다. 총대는 교회와 노회의 대표로서 총회에 참석한다. 따라서 총대들은 구태정치에 맞서고 성숙한 회의문화를 정착시킬 책임이 있다.

나아가 정책을 마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총회로 이끌어야 한다. 총회정책연구위원회 서기 김기철 목사는 “총회가 정쟁에 머문다면 교단의 미래가 없다. 총회가 회의의 기본을 먼저 지키고, 이를 토대로 한국교회와 다음세대를 위한 정책을 세우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총회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전국 교회와 성도들의 시선이 제101회 총회로 향하고 있다. 그들이 새로운 100년을 맞이하는 총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시할 것이다. 그리고 구태를 벗는 총회를 바란다는 점을 기억하자.

▲ “밀실회의 그만!” 총회는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마다 비공개회의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총회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밀실 속 비공개회의를 근절하는 것이 총회 신뢰 회복의 첫 걸음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총회 구태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납골당’의 내면에는 비공개 회의가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다. 납골당 투자에서부터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총회 은급재단은 “민감한 사항이니 비공개” “언론의 부정적 보도 때문에 사업에 차질이 있다”면서 비공개를 원칙으로 일관해 왔다. 심지어 <기독신문>의 취재·보도를 금지하자는 논의까지 할 정도로 밀실 회의를 진행해 왔다. 결국 ‘밀실 회의’는 납골당 문제를 더욱 키우는 기폭제가 됐고, 이는 총회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비공개 회의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정답은 ‘당사자의 이해관계’ 때문. 공개된 투명한 회의는 모종의 뒷거래를 어렵게 만든다. 보는 눈이 많아지기 때문에 담합이나 거래가 봉쇄된다. 물론 이해관계자들은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합의·화해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말하지만, 납골당 사태를 통해서 총회가 얻은 결론은 “비공개 회의는 담합·뒷거래에 대한 의혹만 증폭시킨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비공개 회의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인격을 보호하고,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비공개 회의가 장기화 될수록 이해관계자·해결사들의 손길이 뻗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총회에 반하는 결과물들이 나오게 된다. 즉 비공개→밀실, 합의→담합, 화해→뒷거래, 침묵→의혹으로 변질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총회 전체의 정서이기도 하다. <기독신문>이 제101회 총회를 앞두고 실시한 ‘총회 정책발전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총대들은 재판국과 선관위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응답자 585명 중 72.2%가 ‘총회 재판국 및 선관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신뢰한다는 응답은 25.0%에 불과해 총대 4명 중 3명이 재판국·선관위를 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총대들에게 불신을 받는 이유는 공정하지 않은 회의 절차와 비공개로 인한 각종 의혹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밀실 속 비공개 회의는 총회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원인이다. 일부 인사들이 밀실에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동안 총회는 불신으로 멍이 든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총회의 새로운 100년을 여는 시점에서 바로 잡아야 할 것은 성숙한 회의 문화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투명하고 공개된 회의 절차에 있다. 주요 상비부나 특별위원회의 밀실 속 비공개 회의를 멈추는 것이 총회의 신뢰 회복의 첫 번째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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