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박윤식·변승우·이명범 특별사면 공포
통합 내부 "분명한 총회결의 위반" 논란 커져

▲ 예장통합 총회장 채영남 목사가 이단들의 특별 사면을 공표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총회장:채영남 목사·이하 예장통합)가 끝내 이단을 사면했다. 예장통합은 9월 12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김기동 씨, 박윤식 씨, 변승우 씨, 이명범 씨를 특별 사면한다고 공포했다. 유예기간은 2년이며, 그동안 특별사면과정동행위원회가 사면 받은 이들에 대한 재교육 및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예장통합 채영남 총회장은 “제100회기는 희년을 두 번 맞이하는 해로, 자유와 해방을 선포해야 할 때다. 성경과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용서는 권리가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라며 “우리는 이단을 해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단적 주장과 행위를 반성하고 뉘우치는 이들을 용서하겠다는 것”이라고 이단 사면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어 특별사면위원장 이정환 목사는 “비본질적인 문제로 인해 이단 정죄를 받은 사람, 본질적인 문제라 할지라도 그 부분을 인정하고 회개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 예장통합이 주도하는 재교육을 받고 공개적으로 한국교회에 사과하는 사람 등 6가지의 선정기준을 거쳤다”고 밝혔다.

특별사면위원회에 따르면 김기동 씨는 양태론적 입장을 보인 것을 사과한 뒤 잘못을 시인했고, 그의 아들 김성현 씨는 교회의 변화와 개혁을 시행하고 있어 예장통합의 신앙고백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사면했다. 박윤식 씨는 ‘하와와 뱀이 성교하여 가인을 낳았다’는 등의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법원이 판결한 데 이어 박 씨가 세상을 뜨기 전 사과문을 발표했다는 것을 사면 이유로 들었다.

변승우 씨는 ‘계시’라는 용어를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함으로써 많은 오해를 야기한 사실을 시인했으며, 이명범 씨 역시 실수와 잘못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시인한 뒤 오래 전부터 그것을 주장하지 않고 있어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특별 사면을 놓고 예장통합 내부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단 예장통합 이단대책위원회 의견과 상반되는 결론을 내린 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단대책위원장 최성광 목사는 “제100회 총회 당시 이단과 관련한 문제는 ‘총회 이대위에 의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한다’고 결의했는데, 이대위가 이단으로 명시한 이들까지 사면한 것은 총회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에 이정환 목사는 “최종 결정은 우리가 하는 것이다. 이단대책위원회의 보고는 최근 이단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며 “이단대책위원회가 잘못했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가 판단의 폭을 넓힌 것이다. 이전에는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이제는 이해하게 됐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사면을 공포하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특별사면위원회는 위원회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목사는 “제100회 총회 결의에 따르면 ‘100회기 내에 이 문제를 처리하기로’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이미 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했고, 100회기 내에 사면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면 발표 후 예장통합 산하 7개 신학대학 교수들과 서울남노회, 평양남노회, 부산동노회 등 5개 노회들은 성명서 및 질의서를 발표하며 특별 사면 철회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단은 사면이 아니라 교리적, 윤리적 문제가 해소되었을 때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지하는 대상”이라며 “절차상 문제와 총회 결의를 무시한 월권에 대해 공개사과 하라”고 주장했다.

예장통합의 이런 행보는 다른 교단들의 이단 문제에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사면이 예장통합의 향후 연합 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교회연합은 이번 사면 이후 “확실한 신학적 규명과 검증도 없이 각서나 사과문 하나로 정치적 사면을 단행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단들의 사면이 공포된 후 같은 자리에서 사면 받은 이들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김기동 씨의 아들 김성현 씨, 박윤식 씨의 후임 이승현 씨, 변승우 씨, 그리고 이명범 씨는 입을 모아 “그동안의 잘못을 사죄하며 앞으로 재교육을 충실히 받아 한국교회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 변승우 씨, 이승현 씨, 김성현 씨, 이명범 씨(왼쪽부터)가 한국교회에 사과문을 발표하고 인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