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박행 목사(복내전인치유선교센터)

잘 쉬는 것이 가장 좋은 경쟁력

 

복잡한 도시문명 속에 사는 현대인들의 삶은 어쩌면 잔뜩 감긴 자명종의 태엽과도 같습니다. 생존경쟁사회 속에서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성취하기 위해 쉼 없이 뛰는, 피곤하고 병적인 삶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느덧 쫓고 쫓기며, 숨을 헐떡이며 사는 삶이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쩌면 이런 바쁜 삶의 패턴에 우리 모두가 중독돼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치발드 하트(Archibald Hart) 박사는 이런 증상을 아드레날린 중독현상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아드레날린이라는 화학물질은 위급한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사람을 긴장시킬 때에만 나와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평소에도 지나치게 긴장된 삶을 살기 때문에 아드레날린이 펑펑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되면 몸은 극도로 산성화 되고, 면역성은 극히 저하됩니다. 몸은 계속 찌뿌듯하고 뻐근하게 느껴집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휴식을 취하여야 합니다. 인간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태어나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휴식은 삶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불충분한 휴식이 의사 결정, 안전, 그리고 인간 상호간의 의사소통 기술의 질을 저하시키며, 대뇌 전두엽의 기능적 능력의 심각한 저하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피곤한 사람은 흡연, 음주, 혹은 과식과 같은 자기 파괴적인 습관으로 인해 곤란을 겪게 됩니다. 하루의 시작엔 매우 잘해 나가지만, 피곤함이 자리 잡게 되는 하루의 늦은 시간에는 이 투쟁에서 지고 맙니다.

의사 스왠선은 무리한 스트레스에 중독되어 살다 보면 산소 부족과 긴장 때문에 몸의 근육들이 마침내 비틀어지고 조여드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이런 증상을 ‘톨크(Torgue)’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사회적으로 급증하는 이혼율, 부부가 주중에 떨어져 살아야 하는 현실,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하는 추세들, 실직과 입시지옥, 교통 체증 등의 현상들은 긴장을 더욱 조장하고 말았습니다. 해결하자니 너무 큰 문제들이라서 직면하기보다는 도피하려는 생각부터 들지 모릅니다. 직면해야 하는 일을 미루거나 우회 또는 부정하는 겁쟁이가 되기 쉽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더 심각한 ‘톨크’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위기 인생, 그 자체가 되고 맙니다.

세포를 쉬지 못하게 할 때 양성 종양이 악성 종양이 됩니다. 바꿔 말하면 충분히 쉬게 할 때 양성 종양이 악성 종양으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악성 종양도 양성 종양으로, 양성 종양도 건강한 세포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밤에 일하는 간호사가 낮에 일하는 간호사보다 유방암 발병 확률이 3, 4배 높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너는 엿새 동안에 네 일을 하고, 제칠 일에는 쉬라. 네 소와 나귀가 쉴 것이며, 네 계집종의 자식과 나그네가 숨을 돌리리라”(출 23:12)고 말씀하셨습니다.

▲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쉼은 필요하다. 왜곡된 생태시계를 회복해야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생활을 보면 온종일 제대로 햇볕을 쬐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정신없이 학교로 달려갑니다. 예전처럼 체육시간이 없어 한낮에도 늘 교실 안에만 있습니다. 학교를 파하면 학원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운동장에 남아 있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밤늦게야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체중은 늘었지만 체력은 형편없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은 구호일 뿐 현실과는 동떨어진 개념이 되어버렸습니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햇볕을 다시 쬘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재수정해야 합니다. 주일학교도 주말에는 자연으로 나와서 생명을 회복하기 위한 전인교육 프로그램을 가져야 합니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공부로만 내몰지 말고 자연의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따사로운 햇볕 아래서 대화를 나누고 산책을 하며, 밭에서 함께 노작을 할 수 있다면 자녀들이 건전한 가치관과 건강한 육체를 얻게 될 것입니다. 떡을 달라는 자녀에게 뱀을 줄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유방암을 유산으로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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