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택 목사(부안 산월교회)

▲ 큰유리새는 어두운 골짜기의 바위 틈에 이끼를 모아 둥지를 튼다.

 

어미 새의 날개는 생명 온기 전하는 안식처
먹는 것도 자제하고 알을 품고, 위급한 상황에선 날개 아래 새끼들을 불러 모아

새들이 다른 짐승과 구별되는 점 그리고 또 새들의 가장 중요한 외모적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날개가 있다는 것이다. 새들 중에는 타조처럼 날개가 퇴화된 종류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새들에게는 날개가 가장 큰 생명력인 것이 사실이다.

새들의 날개는 공중을 나는 데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물속에서 사냥을 하는 새들은 날개가 헤엄을 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만약 고양이 같은 침입자가 둥지 가까이 접근하여 새끼들이 위험에 빠진다면, 어미 새는 마치 날개가 부러져 부상을 입은 것처럼 바닥에서 퍼덕거린다. 고양이를 유인하기 위함이다. 고양이는 부상당한 어미 새를 사냥하기 위해 방향을 돌려 따라가는데, 어미 새는 약탈자를 둥지에서 멀리 유인한 후 새끼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할 즈음에 멀리 날아가 버린다. 이 외에도 새들의 날개는 다양한 도구로 쓰인다.

이제 새끼를 기르는 어미의 날개가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에 모음 같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야생의 새들 역시 그 새끼를 날개 아래에 품기도 하고 모으기도 한다. 새끼와 관련하여 어미의 날개가 사용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상황별로 나눌 수 있다. 바로 알을 품을 때와 새끼가 알에서 나와 기를 때이다.

첫째로 알을 품을 때 어미 새의 날개 안쪽에서는 생명의 온기가 전해진다. 어미 새는 둥지에 알을 낳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극히 긴장하고 주의 깊게 행동한다. 혹시라도 둥지가 약탈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행동까지도 조심한다. 알을 품기 시작하면서는 먹는 것도 자제하고, 자신의 몸에 열을 내어 따뜻한 온기로 알을 품는다. 어미 새의 따뜻한 체온이 알에게 전달되면서 신비하게도 생명이 태어나게 된다.

어미 새가 알을 품으면서 시작하는 특이한 행동이 있다. 바로 자신의 가슴에 있는 털을 뽑는 것이다. 이럴 때에 나타나는 것이 ‘포란반’이다. 알을 품는 어미 새는 약간의 바람만 불어도 가슴의 맨살이 휑하게 보이는데 바로 이것을 ‘포란반’이라고 한다. 새에게 포란반이 보인다면 곧 알을 품고 있다는 증거이다.

가슴의 털을 뽑는 어미의 행동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는 털이 둥지 주변과 알 사이에서 보온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원앙이나 오리들의 둥지를 보면 푹신하고 따뜻한 털로 가득 차 있다. 다음으로 자신의 피부를 알에 직접 닿게 해, 더 따뜻한 온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날개로는 그 온기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아늑하게 품는다.

▲ 꼬마물떼새는 자갈밭이나 모래톱에 둥지를 튼다. 알의 색깔은 자갈색과 비슷한 보호색이다.

알을 품을 때에 어미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을 하는데 알을 향하여 계속해서 어미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새들은 알 속에서 들은 소리를 어미의 소리로 인식한다. 그래서 알에서 깨어난 아기 새들은 어미 새의 목소리를 듣고 따르게 되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태중의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며, 교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연의 새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아마도 새들 중에서 가장 일찍 육추를 시작하는 새는 수리부엉이일 것이다. 수리부엉이는 2월이 되면 알을 낳아 품기 시작한다. 때로는 너무 일찍 알을 낳아 품기 때문에, 눈을 맞으면서 알을 품는 경우도 있다. 바위절벽이 있는 곳을 좋아하는 수리부엉이는 둥지라고 부르기에 너무나 허술한 곳에서도, 어미로서 자신의 넓은 가슴으로 알을 품고 날개로 덮어서 추운 날씨에 노출되지 않게 하여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둘째로 어미 새의 날개는 새끼들의 안식처이며 피난처이다. 암탉은 병아리들을 이끌고 모이를 먹이다가도, 병아리를 낚아채려는 황조롱이나 고양이가 나타나면 재빨리 위급한 신호를 보내 병아리들을 날개 아래 불러 모은다. 뿐만 아니라 병아리들은 반드시 어미의 날개 아래서 휴식을 취한다.

▲ 검은머리갈매기는 자갈밭이나 땅에 둥지를 튼다. 암수 교대로 먹이사냥을 하며, 날씨가 더운 날에는 그늘을 만들어 새끼들을 돌본다.

셋째로 어미 새는 자기의 날개로 새끼들의 체온유지를 돕기 위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따뜻하게 품어주기도 한다. 새끼들은 추위와 더위에 아주 약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수분을 섭취해야 하고, 먹을 것을 공급받아야 한다. 처음 새 사진을 찍기 시작할 때에는 연약한 아기 새들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해 큰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혹시라도 촬영 중에 새 둥지를 발견한다면, 어미 새가 둥지에 들어갈 수 있도록 그 앞에서는 피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추울 때에는 반드시 부모 중 하나가 둥지에서 새끼들을 보살핀다. 백로나 왜가리들의 서식지를 가보면, 날씨가 더운 날에는 어김없이 어미 새 한 마리가 햇볕을 등지고 자신의 두 날개를 쫙 펴서 아기 새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은 뜨거워 입을 벌리고 헉헉거리면서도 새끼를 살리기 위해 날개를 펴서 그늘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비 내리는 날이나 기온이 내려가는 날에도 부모 중 한 마리는 새끼들이 저체온에 죽지 않도록 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 영혼이 주께로 피하되 주의 날개 그늘 아래에서 이 재앙들이 지나기까지 피하리이다(시 57:1)”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에 모음 같이(마 23:37)”.

▲ 쇠제비갈매기는 모래톱이나 땅에 집단으로 번식한다. 날씨와 상황에 따라 한 마리가 둥지에 남아 새끼들을 돌본다.

 

  새들의 날개 사용법

새들의 날개는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몸통 쪽과 가운데, 그리고 맨 끝부분이다. 몸통에서 맨 끝부분을 첫째 날개 깃이라 부르고, 가운데 부분을 둘째 날개 깃, 그리고 몸통 쪽에 붙어 있는 부분을 셋째 날개 깃이라 부른다. 그리고 덧깃 또한 삼층으로 덮여 있다. 새들은 이렇게 세 부분으로 된 날개를 평소에는 몸에 붙여 접고 다닌다.
필자는 어느 식당에서 정성스럽게 수를 놓아 액자로 만든 두루미 작품을 본 적이 있다. 그 작품에는 두루미가 날개를 펴고 춤추고 있었는데, 꼬리가 검은색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두루미 꼬리가 검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셋째 날개 깃이 길고 검기 때문에 날개를 접었을 때에 셋째 날개 깃이 검은 꼬리로 보일 뿐이다. 실제로 두루미의 꼬리는 흰색이다.

▲ 호랑지빠귀는 주로 지렁이를 먹이로 하며, 큰 나무가 갈라진 곳에 둥지를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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