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계율 아닌 은혜의 감격 드러낸 ‘보은의 규정’으로 이해해야

▲ 데칼로그

생명의말씀사 | 양장 | 496쪽 | 2만6000원

<십계명>, 모세가 하나님께 받은 이 규율은 엄격하다. ‘꼭 지켜야 할 열 가지 규정’ 속에서 우리는 차갑고 엄정한 종교적 계율을 느낀다. 그러나 십계명은 차가운 계율이 아니라, 따뜻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저명한 구약학자 김지찬 교수(총신대)가 십계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데칼로그>(생명의말씀사)를 내놓았다.

<데칼로그>는 부제 ‘십계명,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서 보듯, 그동안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생각했던 십계명에 대한 성격을 극적으로 전환시키는 책이다.

김지찬 교수는 글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데칼로그는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는 차가운 어감의 종교적 ‘계명’인가? 아니다. 놀랍게도 데칼로그를 담고 있는 구약성경은 이를 ‘계명’(ten commandments)이라고 부르기보다 ‘열 개의 말씀들’(ten words)이라고 부른다. 데칼로그는 계명인가, 말씀인가? 하는 이 질문은 단지 명칭상의 문제가 아니다. 성경이 데칼로그의 본질적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의 문제이다.”

물론 김 교수의 이런 입장은 최근 세계 성경신학계에 불고 있는 ‘십계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연결돼 있다. 성경고고학의 새로운 발굴과 성경학의 발전으로 십계명의 성격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십계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고 억압하는 계율이 아니라, 우리에게 자유를 보장하고 증진하는 ‘자유의 헌장’으로 주어졌다”는 관점이다.

김지찬 교수는 십계명을 계율로 이해하면서 우리는 각각의 계명을 따로 이해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십계명 역시 성경 전체의 문맥 안에서, 특별히 창세기와 출애굽의 구속 스토리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십계명을 하나님의 구속사 안에서 이해할 때, 우리는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지키지 않으면 형벌을 받는 차가운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계율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백성을 종 된 곳에서 구해 낸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하여 가슴 속에서부터 우러나와 지키기를 원한 ‘보은의 규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지찬 교수의 글쓰기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신학적이고 사변적인 주제를 목회자는 물론 성도들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가장 기뻐할 사람은 목회자들일 것이다. 김 교수는 히브리어 원문 이해를 바탕으로 탄탄한 본문 주해로 십계명을 한 계명 씩 철저하게 해설하고 있다. 그리고 창세기와 출애굽기로 이어지는 하나님의 구속사 속에서 십계명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은 정말 탁월하다. 단순히 계명이 아닌 구속사의 큰 틀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말씀으로서 십계명’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김지찬 교수의 <데칼로그>를 미리 접한 목회자들은 “십계명 강해를 할 때 아쉽게도 탄탄한 본문 주해를 바탕으로 한 서적이 많지 않았는데 <데칼로그> 출간이 반갑다”(송태근 목사)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이찬수 목사는 “예수님께서도 십계명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재해석하시면서 하나님 말씀을 정리해 주셨다. <데칼로그>는 혼미한 이 시대에 십계명의 정신과 의미를 살피고 우리의 상황에 적용하게 하는 좋은 안내서”라고 평가했다.

<데칼로그>에서 김지찬 교수가 ‘십계명’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계속 머리에 남아 있다. “데칼로그는 일방적으로 하나님이 주신 계율이나 계명이 아니다. 모세를 중개자로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대화와 소통이다. 계명이 아니라 대화(conversation)요, 소통(communication)이며, 의견 교환(dialogue)이며, 대담(speaking with)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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