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주필

126억원 주식대박 사건의 진경준 검사장이 구속기소 됐다. 그동안 검찰 일각에서 똑똑하고 욕심 많던 엘리트 진경준이었지만 최악의 탐관오리였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언제나 제 식구 감싸기와 권력의 눈치 보기에 바쁜 검찰도 자신들의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린 진경준 구속의 날에 검찰개혁 추진단을 통한 과감한 개혁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조치들에 대하여 국민들은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1% 엘리트들인 검찰은 비리나 사고가 터질 때마다 자성의 소리를 높였지만 언제나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하였음이 지난날의 모습이었다.

이번에 구속 기소된 진검사장은 1996년 7월 미리 사 둔 열차표 한 장을 피서객에게 팔아 4000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암표상을 구속하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에 함께 막장에 다다른 김정주와 고교시절부터 친숙한 사이였다. 1985년 환일고에 다니던 진경준은 친구의 소개로 김정주 NXC 회장을 만난다. 진검사장은 서울대 법대, 김정주 넥슨 창업주는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 86년으로 입학했고 일본 해외 연수프로그램에서 만나 우정을 쌓아나갔다.

1995년 초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발령을 받은 진경준과 김정주는 서로 우정을 나누면서 공생의 관계를 이어간다. 1994년 넥슨을 창업한 김회장은 히트작을 쏟아내며 게임업계의 신화로 급부상한다.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등을 히트시키며 거액의 부를 손에 넣는다. 김 회장은 2005년 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매입할 특혜를 준다. 이런 가운데 진검사장은 발빠르게 주식매입자금 4억2500만원을 김정주 회장에게서 받아낸다. 여기에서 진검사장은 이 주식을 넥슨재팬주식으로 바꿔치기해 126억원의 주식대박을 이룬다. 그리고 진검사장은 공직자 윤리위원회에다는 처가에서 빌린 돈으로 넥슨주식을 샀다고 둘러댔다. 잘나가는 검사와 기업인의 만남은 주식, 차량, 수사정보 등을 주고받으며 이렇게 공생관계를 이어나갔다.

모 일간지는 불한당의 가면을 쓴 진 씨를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인용해 “일부 고위층의 금전 만능주의와 도덕 불감증에 경종을 울린다”는 식으로 가면을 썼음을 꼬집었다. 언론은 4000원 부당이득도 구속했던 진경준, 게임왕 김정주의 몰락이라는 기사로 표리부동했던 탐관오리의 몰락을 질타하였다. 이토록 부패한 사회이니 김영란법이라는 전대미문의 법이 헌재의 합헌으로 통과되었나보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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