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택 목사(부안 산월교회)

▲ 까마귀는 흰꼬리수리를 뒤쫓아 가면서 먹이 있는 곳을 발견한다.

 

하나님은 필요한 모든 것을 예비해 놓으셨다
영리한 까마귀, 타고난 능력으로 힘센 대적 물리치며 먹잇감 찾아나서

 

새를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에게 까마귀는 그리 환영받는 모델이 아니다. 몸 전체가 온통 검은색인데다, 또 흉조로 소문나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어른들이 들려준 이야기들을 회상해보니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고, 까마귀가 울면 초상이 난다는 말이 떠오른다.

필자 또한 흉조라는 선입관 때문에 예전에는 까마귀가 울면 흉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까마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래에 와서 학자들은 까마귀 종류 중에 뉴칼레도니아까마귀는 침팬지에 비견될 만큼 지능이 높아, 도구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가장 흔한 새라면 아마 참새를 들 수 있을 것이고, 까마귀 또한 비록 종이 다를지라도 어느 곳을 가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새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새를 연구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까마귀의 생태적 특징을 대략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다른 새들에 비해 특이하게 지능이 발달해 있고, 둘째로 잡식성이라서 곡식의 낱알에서부터 썩은 고기까지 먹어치우는 생태계의 청소부 역할을 하며, 마지막으로 가족단위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은 다른 새들에 비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성경은 까마귀를 부정한 짐승에 분류해 놓았다(레 11:15). 하나님 앞에 제물로 사용할 수 없고, 사람이 먹어서도 안 되는 것이 까마귀이다. 하지만 성경 다른 곳에서는 하나님의 사역 도구로 적극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성경에서 가장 먼저 까마귀가 등장하는 장면은 대홍수 이후에 방주에 있던 노아가 물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알기 위해 가장 먼저 까마귀를 내놓는 순간이다(창 8:6~8). “까마귀가 물이 땅에서 마르기까지 날아 왕래하였더라.”(창 8:7)

필자가 생태적인 관점에서 추측해 본 견해로는 노아가 까마귀를 가장 먼저 방주 밖으로 내보낸 이유에 두 가지가 있다. 먼저는 거의 모든 새들 중에 까마귀가 가장 지능이 뛰어나다는 점 때문이다. 홍수 당시에는 까마귀보다 더욱 지능이 뛰어난 새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까마귀는 그 무렵에도 영리한 새였을 것이다.

두 번째로 까마귀는 잡식성이며, 적응력이 뛰어난 새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야생에서 까마귀의 적응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사나운 맹금류나 고양이와 같은 사냥꾼 앞에서도 잘 대처하며, 오히려 그들을 역이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노아 또한 방주 밖에 위험한 상황이 있다할지라도, 까마귀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새라고 믿었을 것이다.

까마귀는 진흙 펄에도 주저 없이 앉아 먹이질을 하고, 썩은 고기도 잘 먹는 습성이 있다. 아마도 그래서 방주 주변을 계속 돌면서 날아다녔을 것이다. 반면에 비둘기는 귀소성이 강한 새들 중 하나이다. 그리고 까마귀와는 다르게 마른 땅을 좋아한다.

방주에서 노아가 알고 싶었던 것은 물이 얼마나 줄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까마귀의 몸에 진흙이 묻어있는 모습을 보면서 노아는 아직도 물이 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진흙땅을 싫어하는 비둘기는 감람나무 잎사귀가 핀 후에야 새 생명의 시작을 알렸을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선지자 엘리야에게 먹을 것을 공급하실 때에 까마귀를 통하여 하셨던 일이다. “까마귀들이 아침에도 떡과 고기를, 저녁에도 떡과 고기를 가져왔고.”(왕상 17:6)

불순종의 시대에 이보다 더 강한 순종의 메시지가 어디 있을까? 까마귀가 선지자에게 필요한 음식을 구해서 정확하게 전하는 모습은 아주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하나님은 흉년 때에도 자신이 사용하시는 선지자에게 왕이나 부자가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을 먹이시는가 보다.

하나님은 지금도 까마귀를 통하여 일하신다. 까마귀를 애타게 기다리고 찾는 사역자들에게 하나님이 보내시는 양식들이 그대로 배달되기를 기도해 본다.

▲ 홍도에서 촬영한 검은바람까마귀.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나그네새이다(좌).
갈까마귀는 이동 철에 우리나라에서도 드물게 관찰된다(우).

세 번째 이야기는 하나님이 까마귀를 먹이신다는 말씀이다. 이 말씀은 시편에 기록되어 있으며(시 147:9),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신 내용이다. “까마귀를 생각하라. 심지도 아니하고 거두지도 아니하며 골방도 없고 창고도 없으되 하나님이 기르시나니 너희는 새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눅 12:24)

하나님이 까마귀를 먹이신다는 말씀은 우리에게 믿음을 가지라는 메시지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공급해 주신다는 약속인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까마귀를 어떻게 먹이실까?

야생에서 까마귀가 먹이를 찾는 장면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필자가 몽골에서 탐조 중 염소들의 머리에 갈까마귀가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재미있는 상황이라서 한참을 지켜본 적이 있다. 양이나 염소들이 초장을 지나가면 벌레들이 뛰어오르는데 갈까마귀는 그 순간을 노려 먹이 사냥을 하는 것이다.

또 겨울에 철원지역을 찾아오는 흰꼬리수리를 사진으로 담으려고 하면,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게 바로 까마귀들이다. 까마귀는 흰꼬리수리의 등 뒤에 바짝 붙어서 비행을 한다. 흰꼬리수리는 눈이 아주 좋아 먹이를 잘 찾기 때문이며, 또 흰꼬리수리가 날아가며 힘센 대적들을 물리치면서 먹잇감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기 때문이다. 까마귀는 먹잇감이 있는 자리에 재빨리 달려들며 틈새시장을 엿보는 것이다. 대단히 지능적인 까마귀를 보면서 주님의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를 깊게 생각해 본다.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새들도 자신의 먹잇감을 찾기에 최선을 다한다. 야생의 까마귀역시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먹잇감을 위해 부지런히 찾아다닌다. 그 먹잇감을 얻기 위해 타고난 능력대로 지능적이어야 하고, 민첩해야하고, 때로는 경쟁심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나님은 까마귀들을 위해서처럼 우리들을 위해서도 필요한 모든 것을 예비해 놓으셨다.

▲ 몽골에서 탐조 중 촬영한 붉은부리까마귀.

  한국의 까마귀들

우리나라에 주로 서식하는 까마귀와 큰부리까마귀는 텃새이고, 철새인 떼까마귀는 겨울에 군무를 벌이며 북쪽에서부터 날아온다.
그 외에 설악산이나 지리산의 고산지대에서 드물게 번식하는 잣까마귀가 있다. 다른 까마귀가 거의 검은색의 깃을 가진 반면에, 잣까마귀는 진한 밤색의 깃에 흰점이 있어 모양새는 까마귀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