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주필

클라시쿠스(Classicus)는 로마 사회의 지도층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클라시쿠스는 라틴어의 ‘고전’이란 단어 ‘클래식(Classics)’을 태동케 한 단어이다. 로마에서 전쟁이 터졌을 때 나라를 위해 함대를 기부한 사람들이란 뜻의 클라시쿠스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회적으로 고위층에 있는 노블레스들이었다.

클라시쿠스의 반대 개념은 프롤레타리우스(Proletarius)이다. 프롤레타리우스는 전쟁이 터지면 조국을 위해 자식들을 전쟁에 내보내는 사람들이다. 바로 이 단어에서 ‘민중’으로 번역되는 프롤레타리아가 생겼다. 최근 교육부 기획관인 나향욱이라는 사람이 말한 개, 돼지들이다. 고시 패스를 하면 99%의 사람을 짓밟고 상위 1%로 도약할 수 있다는 그릇된 권력욕의 이면에서, 인문학을 경시한 이 나라의 교육 이면을 보게 한다.

지난 날 일본이 1868년 명치유신을 할 당시, 일본 사회의 구호는 “마을마다 가정마다 글 읽는 소리가 나게 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일본은 세계 고전을 번역시키고 국가의 기둥이 될 어린 세대들에게 책을 읽게 했다. 이런 인문 정신이 오늘의 일본을 있게 하였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일본은 제국주의시대에 <간양록(看羊錄)>을 분서(焚書)로 지정하였다. <간양록>은 임진왜란 당시 형조좌랑을 지내던 강항이 지은 책으로, 그가 고향 전남 영광에서 왜군의 포로가 되어 억류 생활한 상황을 기록한 책이다. 조선총독부는 일본의 치부를 드러냈다 하여 <간양록>을 불태워 버렸다. 일본제국주의는 인문 정신을 강조했지만, 간행된 책을 불태우는 진시황과 같은 폭군들이나 저지르는 분서를 자행했다.

일찍이 35세의 나이에 거룩한 코미디 <신곡(Divine Comedy)>을 쓴 단테는 이렇게 글을 시작한다. “내 인생의 최전성기에 문득 뒤를 돌아다보니 어두운 숲속에서 길을 잃은 나 자신을 발견했다.” 자신의 고향 피렌체에서 교황을 반대했다는 죄목 때문에 추방당해 라벤나에서 살던 단테는 어느 날 성경 시편 90편 10절을 읽다가 ‘인생이 연수가 70이라’는 구절에 매료된다. 당시 단테의 나이 35세였다. 그는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자신으로부터 수없이 만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낙원에서는 인간의 모든 질곡의 고통이 사라지는 웃는 이야기로 결론을 맺는다. 어두운 인생길에서 길을 잃은 고관대작들이 많다. 한국 사회의 클라시쿠스들이 <신곡>을 꼭 읽기 바란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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