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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교회를 위한 헌장, 레위기 제대로 읽기 (10) 제사에서 배우는 진정한 예배

하나님에 대한 예배는 ‘십자가의 예배’가 되어야 한다

‘수직적’ 번제의 예배로 하나님께 집중하며 ‘수평적’ 화목제의 예배로 기쁨과 감사 나눠야
 

▲ 김경열 목사(총신대 강사)

지금까지 우리는 다섯 가지 제사를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이 제사들이 우리의 예배와 삶에 어떤 의미가 있고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겠다.

제사들은 동물을 바치는 것이 원칙으로, 소제를 제외하곤 모두 ‘가축’이 표준적 제물이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비둘기로 대체할 수 있었다. 소제는 유일한 곡식의 제사로서 그 목적이 다양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번제 대용물로 드려지는가 하면 농사꾼은 추수물에 대한 감사의 제물로 바쳤다. 무엇보다 죄를 지은 극빈층이 비둘기 두 마리의 속죄제도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하나님께서는 밀가루의 소제물을 바쳐 죄를 용서받도록 하셨다. 특히 소제물은 다른 동물 제사를 바칠 때 제사를 더욱 풍성케 하기 위해 곁들여 바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소제물은 그 자체의 목적을 지니기도 했지만, 다른 번제, 화목제, 그리고 속죄제의 대용물로 특별한 감사와 속죄의 목적으로 바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예배의 적용과 관련해서 주목해야할 제사들은 번제, 화목제, 속죄제/속건제라할 수 있다. 속죄제와 속건제는 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쌍둥이 제사로 속죄제가 둘을 대표한다 볼 수 있다.

예배는 십자가의 예배: 수직적이며 수평적인 예배

우선 번제는 수직적인 예배로 인간의 몫이 없이 전적으로 하나님께 태워서 올린다. 단지 가죽은 벗겨내서 태우지 않고 집례하는 제사장의 수고비로 돌리는데 이는 가죽이 타는 냄새가 고약하고 또한 잘 타지 않는 특징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번제의 고기는 전혀 인간에게 할당되지 않고 하나님께 올려 바친다. 따라서 번제는 ‘수직적 제사’라 할 수 있다. 총력을 기울여 오직 하나님께만 집중한다. 이것이 우리의 예배에서도 가장 기본 태도일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번제를 향기로운 냄새로 받으시는데, 번제 편에서 설명한대로 사실은 제물과 더불어 제물을 바치는 사람을 기쁘게 받으신다(레 1:3~4).

화목제는 짐승의 내장 부위의 기름 덩어리와 두 콩팥, 간엽(간꺼플보다는)을 하나님께 바쳐 제단에 태우고 나머지 모든 고기는 사람이 나누어 먹었다. 가슴과 오른쪽 뒷다리는 화목제를 집례한 제사장에게 드렸고 나머지 모든 몸통을 제사자가 집으로 가져가 가족, 친족, 이웃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따라서 화목제는 나눔의 제사로 수평적 제사라 할 수 있다. 번제와 화목제 모두 기본적으로 감사의 제사였다. 다만 번제는 다양한 목적으로 바칠 수 있었지만, 감사의 제물로 바칠 때는 그 감사를 전적으로 하나님께만 표현하며 전적인 헌신과 내어드림을 위해, 그리고 아마도 자신의 모든 것이 주님의 것임을 고백하면서 바쳤을 것이다. 화목제는 세 가지 이유로 바쳤는데, 첫째는 감사의 화목제로 병이 나았거나 위기 상황을 넘어가는 등 특별한 감사한 일이 있을 때, 둘째는 서원의 화목제로 하나님께서 기도에 응답해주시자 자신이 서원했던 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이행할 때 바쳤다(예, 한나의 화목제). 세 번째로 화목제는 특별히 감사한 일이 없음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느껴질 때 자원해서 화목제 짐승을 하나님께 바칠 수 있었다. 화목제를 바칠 때는 통상적으로 번제가 함께 드려진 것으로 보인다.

화목제 사례에서 본문에는 비록 화목제만 언급된다할지라도 번제가 먼저 드려졌다는 것은 번제와 화목제가 함께 등장하는 여러 본문들의 증거를 통해 충분히 추론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화목제는 감사와 찬양의 제사였기 때문에 먼저 하나님께 전적으로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화목제에 앞서 번제를 드리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감사를 하나님께만 돌리지 않고 그 기쁨을 가족, 친족, 그리고 이웃과 함께 나누기 위해 화목제를 바쳤다. 따라서 화목제는 짐승의 대부분의 고기를 가져와 나누어먹는 잔치의 제사였다. 어떤 의미에서 화목제는 일종의 단합을 위한 회식자리였고, 기쁨의 불고기 파티 내지는 마을 잔치였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한번 실컷 먹어보자는 상차림이 아니었다. 그런 단순한 불고기 파티는 화목제가 아닌 일상 생활 속에서 언제든 가능했다. 화목제는 예배로서의 식탁교제였다. 따라서 그 잔치는 단순한 잔치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베풀어진 영적인 잔치였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기름으로 대표되는 가장 중요한 부위를 하나님께 제물로 바치고 나머지를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서 기쁨 가운데 교제하며 나누어 먹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어떤 영어 번역들은 화목제를 ‘친교제’(fellowship offering)로 번역하기도 한다.

앞서 화목제에 대한 글에서도 언급한바 있지만, 화목제 식탁의 자리에서는 그 자리를 마련한 제사자의 특별한 감사의 간증을 들었을 것이다. 화목제의 취지에 맞는 상상이다. 더불어 다른 참여자들도 아마 그 식탁의 자리에서 최근의 감사한 일을 함께 나누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평소 불편한 관계에 있던 사람들이 얼마든지 과거를 잊고 하나님에 대한 감사가 넘친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화목제가 이스라엘 공동체의 삶에 얼마나 중요했는지 추론해 볼 수 있다.

오늘 우리의 예배와 교회 안에서의 공동체의 삶 속에서도 화목제의 요소가 강조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신앙의 선배들로부터 예배는 수직적으로 하나님께만 집중해야한다고 배웠다. 이것은 선배들이 물려준 고귀한 신앙의 유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훈련 덕택에 지금도 필자는 예배를 어떻게 드려야하는지 늘 인식한다. 그러나 레위기의 제사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예배는 ‘수평적 나눔’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우리의 여건상 예배 시간에 나눔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없지만, 잠깐의 교제의 시간이라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늘 해오던 대로 생일 축하와 감사의 나눔, 낙심된 일을 당한 성도를 위한 위로, 병자를 위한 기도와 격려는 짧지만 의미있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나는 신앙의 스승들로부터 예배 시간에 박수를 쳐선 안된다고 배웠다. 그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필자는 잘 알고 있다. 그 만큼 예배는 오직 하나님께 집중하고 어떤 영광도 인간에게 배분되어서는 안 된다는 귀한 가르침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화목제의 잔치에 함께 하신 우리의 아버지시다. 사람들이 기쁘게 음식을 먹으며 간증을 나누며 감사의 박수를 치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할 때 하나님께서도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박수를 치며 함께 하실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거나 그분을 욕되게 하는 일은 아닌 것이다. 우리의 예배 시간은 교제와 사귐의 화목제를 실현하기에는 너무 짧다. 따라서 교회는 예배 후에라도 화목제의 정신을 따라 성도의 교통과 사귐, 위로와 심방, 나눔의 식탁을 풍성히 가져야할 것이다.

이렇듯 하나님께 대한 예배는 수직적이면서 수평적이어야 한다. 필자는 이것을 ‘십자가 예배’라 칭하고 싶다. 다시 말해 우리의 예배는 십자가 예배이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수직적인’ 번제의 예배로 전적으로 하나님께 집중해야 하고, 동시에 ‘수평적인’ 화목제의 예배로 성도간의 기쁨과 감사의 나눔이 있는 예배이어야 한다. 이때 십자가는 그 자체가 그리스도 희생의 속죄제를 의미한다. 우리는 예수님의 대속의 피가 없이는 하나님께 나아가 예배드릴 수 없다. 따라서 우리의 예배는 그리스도의 희생을 기억하는 예배다. 결국 매번 예배를 드릴 때마다 우리는 그것이 ‘십자가의 예배’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제사에서 배우는 예배자의 역할

제사의 절차를 살펴보면, 제사에서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은 제사장과 제사자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번제에 대한 글에서 살펴보았지만, 번제에 나타난 제사 절차는 제사장과 제사자가 교대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 절차는 다른 제사들에도 태우는 부위가 차이가 날 뿐 대체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번제 편에서 이미 설명했지만, 글의 목적상 여기서 다시 한번 소개한다.

1) 안수와 도살: 제사자
2) 제단에 피뿌림: 제사장
3) 가죽 벗기기와 각뜨기: 제사자
4) 장작을 쌓아 각 뜬 고기를 올려놓음: 제사장
5) 내장과 정강이 손질: 제사자
6) 고기 위에 내장과 정강이를 올려 태우기: 제사장

제단 불은 언제나 타고 있어야 하며 거기에 장작을 추가로 쌓아 짐승을 태운다. 여기서 우리는 제사 절차 속에서 제사자와 제사장 두 사람이 교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제사장은 제사장의 몫이 있고, 제사자는 제사자의 역할이 있다. 이때 사실 모든 궂은 일은 제사자 본인이 감당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도살을 해서 피를 내고 가죽을 벗기고 각을 뜨는 일, 그리고 내장과 정강이를 깨끗이 씻어내고 손질을 하는 까다로운 일은 모두 제사를 바치는 사람 본인의 몫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이 있다. 바로 제사에서 제사자의 역할이다. 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결국 제사장이 아닌 제사자 자신이다. 우선 철저히 흠없는 좋은 가축을 골라 제물을 준비해야 한다. 이어서 안수를 하고 도살 또한 그 사람의 책무다. 간혹 신체상에 문제가 있거나 여성의 경우 다른 사람이 도살을 도와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도살의 책임은 제사자에게 있다. 바로 자신의 제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죽여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제사자는 가죽을 벗기고 짐승의 각을 떠야 한다. 이 역시 여의치 않으면 다른 사람이 도울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제사자 자신이 해야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제사자는 내장과 정강이를 깨끗이 손질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사자의 제사를 드리는 마음의 태도와 입술의 고백이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진심으로 준비된 마음이 없이는 제아무리 제물을 정성스레 바친다 해도 그것은 형식만 남는 죽은 제사로 하나님께 기쁨으로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 우리의 예배에서는 안타깝게도 예배자들이 수동적인 생각을 갖는다. 그저 예배자는 예배의 소극적인 참여자에 불과하다. 준비된 예배에 앉아 있다 순서에 맞춰 예배를 드리며 마친 뒤 나온다. 그리고 예배를 평가한다. 오늘 찬양이 어땠느니 설교가 좋았느니 어땠느니 말이다. 여기에 혼신을 기울여 제사를 바쳤던 구약의 제사자의 모습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예배는 예배 준비자들이 잘 준비해야하고 예배의 성패는 그들에게 달려 있지 예배자의 책임이 아니다. 좋은 설교를 전하지 못한 목사님 때문에 예배가 은혜가 안되는 것이지 예배자는 잘못이 없다.
과연 그러한가? 레위기의 제사 규정들은 제사에서 피를 제단에 뿌리고 고기를 태우는 제사장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짐승을 잘 준비해서 정성스럽게 제물로 바치는 제사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예배자는 예배의 자리에 나오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고 복장을 점검해야 한다. 또한 헌금도 미리 준비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헌금 시간에 즉흥적으로 지갑을 확인해서 대충 지폐를 꺼내 바치는 것이 흠없이 잘 준비된 제물일 수 있을까? 미리 헌금할 액수를 정하고 또한 깨끗한 지폐를 골라 준비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필자는 과거 우리 신앙의 선배님들 중에 토요일에 헌금할 돈을 다리미질해서 준비했다는 간증도 들은 바 있다. 액수를 떠나 과연 이 헌금을 우리 하나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 이 모든 것은 제사자의 몫이다. 제사자가 준비해야할 예배에서의 임무다. 예배자는 예배 평가자가 아니라 예배 참여자다. 하나님은 예배 준비자들이나 예배 인도자들의 역할보다는 예배 참여자에 주목하신다. 그의 예배를 기쁘게 받으시고 받지 않으시고는 예배 인도자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그 예배자의 마음의 태도와 예배의 준비에 달려 있다. 물론 예배 준비자들도 이와 동일한 생각으로 철저하게 예배를 준비해야할 책임이 있다. 설교자는 잘 준비된 말씀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위로와 더불어 하나님의 구원과 회복, 예배를 받으시는 하나님의 기쁨을 회중에게 전해야 한다. 하지만 예배에 임한 사람들은 자신이 결코 수동적인 예배 구경꾼이 아니라 적극적인 예배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제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예배의 교훈이다.

노충헌 기자  mission@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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