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택 목사(부안 산월교회)

▲ 물총새는 새끼에게 먹이를 잡아 바로 주지 않고 유인하여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비행훈련을 시킨다.

 

자식의 독립 지원하는 부모사랑은 강하다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 예비하신 삶, 살아내지 못할 이유는 없어

 

새는 알에서 부화할 때의 형태에 따라 조성성(早成性) 조류와 만성성(晩成性) 조류로 나눌 수 있다.

조성성 조류란 새끼가 알에서 부화할 때에 솜털도 제법 나 있어서 부화한 후 두세 시간 만에 털이 마르며, 조금 있다가 새끼 혼자 걸어서 바로 둥지를 떠날 수 있는 새를 말한다. 이런 조성성 조류는 우리가 잘 아는 닭이나 오리 종류들이다.

다음으로 만성성 조류는 새끼가 알에서 부화한 후 눈도 못 뜨고 털도 거의 나있지 않기 때문에 체온 유지를 위해 품어주어야 하고, 천적들이 공격할 경우 도망가지도 못한 채 둥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기 때문에 어미 새의 절대적인 보호가 필요한 새를 말한다. 만성성 조류 새끼들은 비록 눈을 뜨지 못하지만, 알을 품으면서 들려주었던 어미의 소리를 기억하고 있기에 먹이를 물고 온 어미의 부름에 고개를 쳐들 수 있다. 일정한 양육기간이 지난 다음 눈을 뜨고, 또 몸에 털이 나고 날개가 자라서 둥지를 떠나기까지는 잘 은폐된 둥지가 필요하다.

대체로 땅이나 자갈밭에 둥지를 트는 새들은 조성성이며, 나뭇가지 우거진 곳에 둥지는 트는 새들은 만성성이다. 오늘의 주인공인 물총새는 만성성 조류이다.

물총새는 돌 사이의 굴에 둥지를 트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절개지에 굴을 파고 둥지를 튼다. 굴의 깊이는 1미터 정도이며, 굴 맨 안쪽에는 타원형의 넓은 보금자리를 만든다. 알은 한 번에 평균 5~6개를 낳으며, 포란기간은 18~20일간으로 알려져 있다.

새끼가 알에서 부화하면 부모 물총새는 바빠진다. 새끼가 성장하는 속도에 따라 먹이의 크기를 달리하여 사냥을 한다. 어린 새끼는 너무 큰 먹잇감을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 물총새에게는 먹잇감의 크기를 골라서 사냥하는 것도 아기를 기르는 양육기술인 것이다.

새끼가 알에서 부화한 후 상황에 따라서는 20~25일간 양육을 받고 둥지에서 이소하는데, 바깥세상이 두렵고 무서운 새끼들은 둥지를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부모 물총새는 새끼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먹잇감을 잡아와 밖에서 새끼들을 불러 유혹하며, 결국 둥지 밖으로 불러내어 이소시킨다.

이제부터는 필자가 경험했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광주의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물총새가 이소를 했어요.”

우리가 당초 물총새를 살핀 장소는 둥지가 아니라, 물총새가 물고기 사냥을 하여 둥지로 날아가는 사냥터였다. 때문에 먹이 크기를 보고 새끼들의 성장을 추측하며, 또 먹이를 물고 가는 기간까지 종합해 판단한 결과 이소가 가까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소와 함께 물총새가 새끼들을 데리고 사냥터로 오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새끼들은 여섯 마리였다. 아빠 물총새는 둥지를 떠난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가장 먼저 비행연습을 시킨다. 비행연습 또한 먹잇감으로 새끼들을 유인하는 방식이다. 아빠 물총새는 사냥을 해서 새끼들에게 바로 먹여주지 않는다. 먹잇감을 물고 날아간다. 새끼들은 아빠를 따라가면서 먹이를 달라고 떼를 쓴다. 아빠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새끼들에게 비행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이론으로만 알고 있었던 물총새의 습성을 위장막에 숨어서 실제로 지켜보는 경험을 했다.

▲ 아빠 물총새는 새끼에게 스스로 독립하라고 매몰차게 몰아내는 모습.

아빠 물총새는 비행훈련과 함께 새끼 물총새들에게 사냥도 가르친다. 새끼 물총새들이 사냥을 따라하지만 영 서툴러서 위장막 속에서 보고 있는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새끼들은 나뭇잎을 물고 올라오기도 하고, 작은 막대기를 물고 올라오기도 한다. 새끼가 어쩌다 한 번이라도 사냥에 성공할 즈음이면 드디어 독립할 때가 된 것이다.

아빠 물총새가 아가들에게 한 구역씩을 정해주었는지, 새끼들이 보(둑을 쌓아 만든 저수시설)의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아직도 새끼들은 아빠를 따라다니며 먹이를 잡아 달라고 떼쓰지만, 아빠는 새끼들을 매몰차게 물어버리며 따라오지 못하게 한다. 스스로 사냥하여 먹게 하려는 것이다.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라 새끼들이 독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빠 새는 이렇게 훈련하여 7일 정도 만에 새끼들을 독립시켰다.

시간이 흐르자 보의 이곳저곳에서 한 동안 새끼들만 보이고, 어미 물총새는 보이지 않았다. 일주일 만에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구역에서 사냥하며 살아가는 아기 물총새들의 몸짓이 아직은 서툴러 보였지만, 그럼에도 야무지게 야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큰 감동을 느꼈는지 모른다. 아기 물총새의 독립생활은 어미가 알을 품으면서부터 빠르면 40일에서 50일, 아무리 늦어도 60일을 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부모로부터 독립하기까지 기간이 얼마나 걸릴까? 성경에서는 남녀가 성장하여 결혼하는 것이 부모로부터의 독립이어야 한다고 말씀한다.(창 2:24) 인간은 하나님의 피조물들 중 교육기간이 가장 길고, 독립이 가장 늦은 존재일 것이다. 심지어 우리의 현실에서는 장성한 자녀들이 독립을 못하고 계속 부모 슬하에서 살아가는 ‘캥거루족’이 늘어난다는 말도 들려온다.

반면 악착같이 가정을 품으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내신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들을 향해 눈을 돌려보면, 박수와 경의를 표하며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공중의 새를 보라”(마 6:26)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라면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것을 모두 예비해 놓으셨기에,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교훈을 얻을 것이다.

▲ 아기 물총새가 먹이를 잡아달라고 아빠 물총새에게 다가와 보채는 장면.

  물총새의 구분법

육추(부화한 새끼를 키우는 일) 중인 물총새는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먹이를 사냥하여 물고 있는 방향을 보면 된다. 물총새처럼 물고기를 사냥하여 먹는 새들은 먹잇감을 삼킬 때에 비늘 때문에 물고기의 머리 쪽부터 삼킨다. 이 때문에 육추 중인 물총새는 새끼에게 머리부터 먹이기 위해 물고기의 방향을 돌려서 물고 가는 것이다. 참고로 물총새의 암수는 부리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아랫부리에 붉은 색이 나는 것이 암컷이고, 수컷은 아래와 위 모두가 검은색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