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씀기도수련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이 성경을 묵상하며 기도하고 순종할 제목을 구하고 있다.

‘말씀과 기도’ 균형잡힌 영의 양식 제공
3박 4일 수련회 기간 오롯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종의 본질’ 훈련 집중

목회자는 과연 전문가일까? 대답은 관점에 따라 긍정이기도, 부정이기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전문가 이전에 목회자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순종하며 감당하는 ‘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씀기도훈련원(원장:최광렬 목사·개복교회)의 사역 초점은 바로 거기에 맞춰져있다. 훈련원의 대표적 사역이라 할 수 있는 말씀기도수련회의 참석자들은 3박 4일간 내내 단 두 가지에만 몰두하게 된다. 말 그대로이다. 말씀과 기도.

좀 밋밋해 보일만 하다. 목회자들은 ‘그거야 우리가 평소에도 늘 하는 일이 아닌가?’라는 반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직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과연 설교 준비를 빼놓고 얼마나 개인적으로 하나님과 말씀과 기도를 통해 교제하고 있는가?’라고 말이다.

“목회자들은 ‘주의 종’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성도들보다 더 막중한 책임을 가진 위치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에 목회자들에게 주님과 동행하는 삶이 무너진다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겠습니까? 하나님의 뜻은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의지나 주관적 신념에 따라 교회를 이끌고 나가지 않겠습니까.”

▲ 말씀기도훈련원 원장 최광렬 목사(개복교회)

최광렬 목사는 말씀을 의지하고 기도하는 삶이야말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 거룩한 삶의 시작이기에 목회자들에게 말씀기도훈련은 반복해서 이루어져야 할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목회자의 직분이 전문성이나 지식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순종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분의 뜻을 묻는 말씀기도훈련은 더욱 필수적이라고 덧붙인다.

최 목사에게 30여 년간 목회사역의 좌우명은 ‘모든 일에 말씀과 기도로’였다. 그 원칙으로 성도들을 양육했고, 가까운 동역자들과 말씀과 기도에 전념하는 삶을 추구해왔다. 말씀기도훈련원 사역에 앞서 운영했던 ‘목성회(목회자성경통독회)’도 그런 정신으로 일으켰던 모임이다.

하지만 성경통독모임을 10여 년간 지속하면서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일주일간 성경통독을 하면서 많은 영적 유익들이 있었고 수많은 설교주제들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목회자 자신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고기를 잡아주는 대신,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로 하자.’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은 목회자 자신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는 것을 의미하지요. 진짜 하나님의 종노릇을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목회자들의 말씀기도수련회는 그래서 ‘영의 양식’을 섭취하는 일정으로 꾸며졌다. 성경을 정독하며 묵상하고, 그 묵상을 통해 자신이 순종해야 할 말씀과 기도제목을 찾아 간절히 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기도는 반드시 말씀을 기초로 제목을 정해야 한다. 말씀에서 우러나지 않는 기도, 그리고 거기서 자라나는 신앙적 습관과 자세들은 결국 신비주의나 기복적인 형태로 변질되기 쉽다는 것이 말씀기도훈련원에서 강조하는 지론이다.

새벽시간과 저녁시간에도 설교자가 전하는 말씀을 텍스트로, 같은 방식의 묵상과 기도훈련이 반복된다. 낮 시간은 ‘영의 양식 먹기’ ‘네 자신을 연단하라’ ‘말씀으로 기도하라’ 등 말씀기도훈련의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구체적인 적용방법을 소개하는 강의들로 채워진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개복교회에서 오래 전부터 적용하고 있는 훈련과정이기도 하다. 개복교회 성도들은 매일 정해진 성경본문으로 하루 세 차례 끼니때마다 ‘영의 양식’을 먹는 시간과, 기상과 취침시를 포함해 하루 다섯 차례 공동의 제목으로 정시기도 시간을 갖는다. 여기에 하루 10회 이상 성경을 암송하고 찬송하며, 묵상한 말씀에 기초해 따로 작정기도를 한다. 이 생활에 필요한 자료들은 매주일 예배 때에 주보와 함께 배부된다.

덕분에 말씀기도훈련원이 만들어졌고, 개복산기도원에서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는 수련회가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이다.

새벽 6시부터 밤 11시 계속되는 수련회의 강행군은 함께 조 편성된 멤버들과 말씀을 읽고, 묵상의 결과와 기도제목을 나누며, 간증문까지 나란히 작성해 발표한다.

조별로 훈련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참가자들이 말씀에 대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동시에 풍성함을 경험하게하기 위해서이다. 자칫 자의적으로 말씀을 해석하거나 적용하는 오류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때문에 여러 차례 말씀기도훈련에 참여하며 검증을 받은 목회자들이 각 조의 리더 역할을 한다.

리더이자 실무진으로 말씀기도훈련원 사역에 동역하는 김반석 목사는 “훈련을 통해 믿음의 동역자들이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고 진정한 영적 부흥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라면서 “참가자들이 새로운 목회동력을 얻고, 탈진 상태에서 회복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밝힌다.

3년 전 처음 시작돼 15회 차를 바라보는 말씀기도수련회에는 매회 40여명의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찾아온다. 수련회의 형식이나 일정으로만 보면 그 안에서 무슨 대단한 변화나 각성이 일어나랴 싶겠지만, 놀랍게도 엄청난 일들이 벌어진다.

참석자들 중에는 첫날부터 말씀 앞에 눈물을 쏟기 시작해, 마지막 날까지 시종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나타난다. 이기적이고 모순투성이인 자신의 모습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난 후 생겨나는 변화들 중 하나이다.

지난해 수련회에 참석했던 김태규 목사(남원 대흥교회)는 그 심정을 ‘말씀의 몽둥이로 맞는 기분’이라고 표현한다. “지식으로만 대해왔던 말씀이 나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깨뜨리는 것을 경험하며, 주님 앞에 나를 바로 세우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수련회의 경험이 일상으로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참석자들 중에는 지역별로 정기 모임을 결성하고, 자체적으로 말씀기도훈련을 지속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익산 김제 정읍 등지에서는 일주일에 한 차례씩 모여, 수련회와 동일한 방식으로 훈련하는 모임이 운영된다.

한 번 수련회에 참석했던 이들이 몇 차례나 반복적으로 찾아와 재교육을 받는 모습도 여기서는 흔한 풍경이다. 스스로 일상에서 말씀기도훈련의 리듬이 무너졌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도전하곤 하는 것이다. 일 년에 두 차례씩은 참가대상을 평신도들에게도 개방하여 더욱 큰 규모로 수련회를 진행한다.

최광렬 목사는 말씀기도훈련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이 새로워지는 모습을 꿈꾼다. 또한 이 사역이 해외로도 번질 수 있도록 선교지에서의 훈련 일정도 계획하는 중이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욕망과 야심을 위해 살아갈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를 지으시고 부르신 그 말씀, 장차 성취되고 완성될 그 말씀을 따라야 할 인생입니다. 만약 교회의 성장이나 외형적 부흥을 위해 저희 수련회를 찾는다면 아무 것도 얻어갈 게 없을 것입니다. 진정으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목회자의 길을 걷기 원하는 분들이라면 찾아오세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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