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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교회를 위한 헌장, 레위기 제대로 읽기 (9) 5대 제사 ⑤속건제 : 남의 재산을 가로챈 뒤 자수하여 바친 제사

성물을 취한 범죄자, 훔친 것 배상하고 숫양을 바치라

재산상 피해를 발생시킨 죄 해결 위한 제사 … 죄인의 자수 유도했다

▲ 김경열 목사(총신대 강사)

요아킴은 가족들과 더불어 예루살렘에 올라갈 일이 있었다. 그는 친구 제이콥에게 중요한 물건들을 몇 가지 맡긴 뒤 집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맡긴 물건은 약 100세겔 정도의 귀중품이었다. 제이콥은 염려하지 말고 다녀오라면서 귀중품들을 자신의 집에 따로 보관했고 요아킴의 집을 자물쇠로 잠군 뒤 다른 사람들이 침입하는지 계속 확인했다. 당시 제이콥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요아킴의 귀중품들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한달 후 요아킴의 가족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요아킴은 제이콥에게 맡겼던 물건을 돌려 달라 부탁했다. 감사의 표시로 사례는 넉넉히 할 참이었다. 그런데 제이콥은 자신은 그런 귀중품들을 맡은 적이 없고 집만 지켜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하면서 시치미를 뗐다. 평소 절친했던 이웃에게 배신을 당한 요아킴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법정으로 이 문제를 가져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분명한 물증이 없기에 그 사기꾼에게 재산을 찾을 방법이 그리 마땅치는 않았다.

일주일이 지난 뒤 제이콥의 아내는 물건을 되돌려주라고 남편을 설득했다. 제이콥은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요아킴을 찾아가 자신의 파렴치한 범행을 인정하고 죄를 자백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자수와 죄의 자백 후 물건을 돌려주는 것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었다. 남의 재산을 가로챘으며 나아가 하나님의 이름의 남용한 잘못된 맹세로 하나님께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제이콥은 속건제 규정을 따라 원금 100세겔 값어치의 물건들에 20%를 더해서 갚아주었다. 다시 말해, 그는 그 귀중품에 덧붙여 20세겔을 물어줘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속건제 규정은 물질의 배상과 더불어 속건제를 위한 숫양을 성전에 바칠 것을 요구한다. 제이콥은 규정을 따라 성전으로 올라가 숫양 한 마리를 속건제로 바쳐야 했다.

물질적 배상에 초점을 두는 속건제

제이콥이 자수한 뒤 바친 그 제사는 속건제다. 히브리어로 아샴(asham)이라 부르는데, 이것은 물질의 배상을 가리키는 단어다. 따라서 구약성경 여기저기에서 물질적 배상을 위해 바쳐지는 다양한 제물들이 속건제로 번역되곤 한다. 그러나 레위기 5장 14절~6장 7절에서 규정되는 속건제는 희생 제사로서 바치는 속건제를 말한다. 영어 성경은 전통적으로 guilt offering으로 명명하지만 최근의 영어 성경들은 히브리어 아샴에 배상의 의미를 지닌 이유로 배상제(reparation offering)로 번역한다. 속건제의 건(愆)은 ‘허물 건’으로서 벗겨내야 할 과실을 의미한다. 앞서 속죄제에서 간단히 설명한대로 속건제가 여호와의 금지 명령을 무심코 어긴 죄를 해결하기 위한 제사라면, 속죄제는 재산상의 피해를 발생시킨 죄를 해결하기 위한 제사다.

속건제가 요구되는 죄로 피해를 입은 재산은 여호와의 재산과 사람의 재산으로 나뉜다. 특별히 이 죄는 히브리어 마알(maal)로 지칭되는데, 이 죄는 여호와에 대한 믿음의 위반을 의미한다. 레위기 6장 2절의 ‘여호와께 신실하지 못하여’라는 표현은 속건제가 해결하는 죄의 성격을 분명히 말해준다. 이 죄는 재산상의 피해를 입한 행위들로서 십일조나 첫 새끼와 같이 성전에 바쳐진 성물을 자신이 유용하는 죄를 말한다. 그것은 여호와에 대한 믿음의 위반이다. 그러나 고의성이 없이 무심코 위반한 경우에 속건제를 바친다. 예컨대 레위기 22장 14절은 ‘사람이 부지 중 성물을 먹으면 그 성물에 그 오분의 일을 더하여 제사장에게 줄지니라’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그 장에서 이어지는 15~16절은 고의로 성물을 먹는다면 중벌에 처할 것이라 경고한다.

한편 이미 성전에 바쳐진 성물(고르반)을 유용하거나 사취하는 경우도 성물 침해죄에 해당되므로 역시 죄를 인정하고 고백한 뒤 같은 방식으로 죄를 씻어야 했다. 남의 재산을 갈취할 때도 궁극적으로 이 죄가 여호와에 대한 믿음의 위반이 되는데, 그 이유는 여호와의 이름으로 거짓 맹세를 하고 서약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산상의 피해를 입힌 자는 원금에 1/5을 더하여 갚고 숫양 한 마리를 성소에 바쳐야 했다(레 5:15~16; 6:5).

속건제를 드려야 하는 정황들

우선 레위기 5장 15~16절은 여호와의 성물에 대해 부지 중에 범죄했을 때 속건제를 바치도록 명시한다. 지정된 성소의 세겔로 값을 매겨 숫양을 가져오고 그 성물에 대해 원금의 1/5를 더한 보상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십일조를 실수로 바치지 않았다면 위의 절차를 밟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5장 17~19절은 만일 여호와의 계명을 어겼을 때 그에 따른 속건제 규정이다. 이 조건절의 문장은 4장의 속죄제에서 나타나는 금지 명령의 위반에 대한 문장과 동일하다. 거기서도 여호와의 명령을 어겼을 때라는 진술이 나타난다. 앞서 속죄제에서 말한대로 정확히는 여호와께서 금지하신 명령을 어겼을 때로 해석되는 조건문이다. 결국 동일한 조건문에 대해 왜 여기서는 속건제가 요구되는지 혼동을 일으킨다. 학자들이 추론하는 바와 같이 아마도 속건제에서 여호와의 계명을 어긴 범죄는 단순한 도덕적 금지 명령이 아닌 성물의 침해와 관련된 죄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원금의 20%를 더하여 배상을 하라는 요구가 없다. 이 상황은 다음과 같이 이해된다. 어떤 사람이 무의식중에 성소의 어떤 비품을 손상시키거나 오염시켰다. 그러나 의심은 갈지라도 정확히 누가 그 성물을 침해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책임이라 생각하면서 속건제를 드린다. 그러나 범인이 불확실하므로 배상금의 요구는 뒤따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속건제의 숫양을 드림으로써 성소를 침해했을지도 모를 자신의 죄로부터 홀가분해진다. 19절은 이러한 배상이 요구되는 잘못들은 명백히 여호와께 대한 범죄라고 분명하게 진술한다.

여호와 앞에서의 서약이나 맹세를 파기하면서 일으킨 타인의 재산 침해도 ‘마알’로 규정된다. 범죄자는 여호와께 신실치 못하여 범죄하는데(6:2), 이를테면 위의 제이콥처럼 맡긴 물건이나 전당물을 속여서 탈취한 뒤,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하며 사실을 부인한다. 또한 물건을 잃어버렸다거나(속임수) 자신이 물건을 맡은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도둑질), 나아가 이웃에 모종의 압력을 가하여 강탈한다(착취). 나아가 물건을 주운 뒤 거짓으로 하나님께 맹세하여 시치미를 뗄 수 있다. 이러한 거짓과 사기질, 불의한 분실물 습득은 맹세가 수반되므로 하나님의 이름을 모독하는 행위다. 이것은 칼을 든 강도짓이 아니지만, 교묘한 합법적 수단으로, 이웃으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이다. 예를 들어 임금 착취나 임금 체불과 같은 범죄라 할 수 있다(예, 레 19:13). 범죄자는 그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되 원금에 20%를 더하여 배상금을 물어줘야 한다. 아마 죄가 드러나는 날, 즉 사건의 진상이 파악된 뒤 그런 배상 절차가 진행되었을 것이다. 이어서 범죄자는 성소에서 정한 값에 맞는 숫양을 성소에 가져가 속건제로 바쳐야 한다.

속건제 규정에 명시된 죄의 목록들 외에도 속건제의 다양한 사례들이 나타난다. 완치된 나병(정확히는 악성 피부병) 환자가 다시 진영에 입장하기 위해 거쳐야 할 복잡한 정결 과정(레 14장) 중에는 속건제의 어린 숫양을 드리는 절차가 있다. 무의식 중에 신성한 대상을 침해한 죄로 저주를 받아 나병이 옮았을지 모른다는 당대의 인식 때문에 속건제가 요구되었을지 모른다(예, 민 12장의 미리암의 나병과 대하 26장의 웃시야의 나병). 서약 기간 중에 사체와의 접촉으로 더럽혀진 나실인은 재서약을 위해 두 마리의 새로 번제와 속죄제를 바치고 이어서 속건제의 어린 숫양을 바쳐야 했다(민 6:7~21). 이미 약혼한 여자 노예와 결혼함으로써 결혼이라는 신성한 서약을 엉망으로 만들었을 때(민 19:20~22)나 여호와의 이름으로 이방 여자와 결혼 서약을 했을 때(에 10:29)도 속건제의 숫양이 요구되었다.

한편 앞서 말했듯이 아샴이 레위기의 속건제 규정에서 말하는 숫양의 속건제가 아닌 일반적인 배상(물)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속건제가 아닌 배상(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짐승의 피에 의한 배상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손해 배상을 통틀어 아샴이라 부를 수 있다. 블레셋 족속은 법궤를 빼앗아 다곤 신전에 두는 성물 모독죄를 저질러 재앙을 만난 뒤 법궤를 이스라엘에 돌려줌과 동시에 금 독종 다섯과 금 쥐 다섯의 배상 제물(속건제)을 바친다(삼상 6장). 의로운 종의 죽음(사 53:10) 역시 속건제(아샴)로 번역되어 있으나 이는 문자 그대로의 전문적 속건제가 아니라 그 종이 배상물로 바쳐진다는 뜻으로 보아야 한다. 넓게 보면 속죄제도 배상(아샴)의 제사다(레 5:6). 예전 한글 개역의 경우 레위기 5장의 속죄제에 대한 설명에서 갑자기 속건제가 나타나 혼동을 일으킨다. 그 범과를 인하여 여호와께 ‘속건제’를 드리되 양떼의 암컷 어린 양이나 염소를 끌어다가 ‘속죄제’를 드릴 것이요 제사장은 그의 허물을 위하여 속죄할지니라(레 5:6). 여기서 속건제는 ‘배상물을 드리되’로 해석해야 한다. 한글개역개정은 그것을 속죄제로 번역하여 억지로 조화시켰는데 엄밀히 말하면 정확한 번역은 아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의로운 종은 다른 사람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목숨으로 대신 죄값을 지불한 희생양이다.

물질적 피해를 입힌 구체적 사례들의 해석

앞서 말한대로 여기서 여호와의 재산에 입힌 피해는 무심코 저지른 범죄로 규정된다(레 5:15). 그러나 이웃의 재산을 탐하는 행위(레 6:1~7)는 다분히 고의적이다. ‘속임수’ ‘도둑질’ ‘거짓말’ 등을 통해 남의 재산을 집어 삼키는 악랄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이때 사람의 사유 재산에 입힌 피해를 원금에 불과 1/5만을 더하여 배상하는 것은 출애굽기의 소나 양의 도둑질의 경우와 상충된다. 출애굽기에서 절도죄의 경우 원금의 4배 혹은 5배를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출 22:1). 양이나 염소를 한 마리 훔친 것이 발각되면 네 마리로 갚아주고 소 한 마리의 경우 소 다섯 마리로 갚아줘야 한다. 들통난 출애굽기의 도둑질은 4~5배 물어주고 속죄제나 속건제는 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배상의 책임을 묻고 사건은 종결되는데, 무거운 죄 값을 치렀기 때문이다. 출애굽기의 배상법과 레위기의 속건제의 벌금은 모순되어 보이나 양자의 죄가 다르다.

앞서 말했다시피 레위기의 속건제 규정은 기본적으로 무심코 여호와의 성물을 침해한 죄를 처리한다(레 5:15). 그러나 고의적으로 성물을 취한 범죄자는 원칙적으로 하나님의 엄중한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레 22:14~16). 이때 속건제의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아마 죄인의 자수가 필요했을 것이다. 레위기 6장 1~7절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추정된다. 위의 요아킴의 친구 제이콥의 사례에서 우리가 보았듯이, 이웃이 맡긴 물건을 훔치고 유용한 사람이 여호와의 이름으로 거짓 맹세를 하며 자신의 범죄를 부인한다. 하지만 속건제는 ‘참회’와 ‘죄책감’을 동반하는 제사이기 때문에 분명 그 범죄자는 범행이 지목되었을 때 처음에 부인을 하다 나중에 심경에 변화가 생겨 잘못을 인정하거나 자수했을 것이다. 이때 그는 원금의 1/5을 더해 물어주고 여호와의 이름을 맹세에 남용했다는 이유로 속건제를 드리는 것이다. 반면에 출애굽기 22장은 범죄자가 물증과 더불어 체포된 경우이다. 따라서 그 벌은 매우 무거워 자신의 커다란 재산상의 손실을 초래한다. 한편 어떤 학자는 속건제의 벌금 액수에 대해 회개를 권장하고 피해자의 재산을 되찾아주려는 의도가 담긴 법이라 설명한다. 즉 속건제 규정은 자수를 유도하기 위한 징벌 감면책이라는 것이다.

속건제의 숫양과 그 가치

속건제의 제물과 배상은 속죄제와 달리 신분의 따른 차이가 없었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모두 동일한 원칙을 따랐다. 누구든 원금에 1/5을 더해 배상하는 한편 하나님께 죄를 지었으므로 속건제로 숫양을 바쳐야 했다. 이때 숫양은 반드시 성소의 은화(세겔)로 가치를 매긴 숫양이어야 했다(레 5:15). 레위기에 값이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랍비들은 최소 은화 2세겔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여러 학자들의 추정대로 후대의 관행에 따르면 염소가 없는 사람이 은화로 성전 축사(stockyard)에 있는 염소를 사서 바쳤던 것으로 보인다(왕하 12:5~17). 그러나 피를 반드시 신체의 오른쪽 끝에 발라야하는 나병 환자의 정결 의식이나(레 14:14, 25) 나실인의 재서약처럼(민 6:7~21) 특별히 어린 숫양(male lamb)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은전으로 바꿀 수 없었다.

노충헌 기자  mission@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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