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혼란스럽다. 그러나 혼란스럽지 않은 시대가 언제 있었는가. 복음은 언제나 그 시대의 혼란을 관통해 흘러왔고, 그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 기대와 소망 그리고 구원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의 모습은 내리막을 향해 치닫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미 그것은 원인을 찾아 규명하고 해결을 논할 시점이 아니라 주변에 만연한 현상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가슴 아픈 것은 이제 하강의 구간을 지나 다시 반등의 시기가 오리라는 기대에 대해, 과연 그 반등이 올 것인가 하는 좌절의 고백을 들음이다.

진리의 파수가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생존이 주제가 되어버린 시기는 언제나 역사 속에 있어 왔다. 하지만 그 어둠의 구간을 지나면 하나님의 역사하심은 선연한 빛을 발하며 솟아올라왔다. 그러기에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치며, 가득 찼다 비워짐을 회전하는 역사의 구조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힘이 아닌 하나님의 뜻과 힘을 기대한다.

교회는 영적구도 집단이다. 종교적 영역으로서 사회화되지 않은, 세속 속에서는 독특한 영역이다. 많은 경우 그 교회의 지도자인 목사는 젊은 시절을 성경 끼고 기도하고, 어떻게 그 말씀을 잘 전할까 공부했으며, 교회가 부흥되면 기뻐했다. 그 부흥이라는 것이 결코 쉽게 주어지지도 않았기에, 절규하며 부르짖음 속에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했다. 그리고 현재 그 수의 절반은 생계비 이하의 구조적인 구도자의 삶을 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작금 교회는 신학적 논쟁이 아닌, 결국은 정직하지 못한 포장된 이념 논쟁으로 자기의 의를 주장하며 자기를 내세우려 하는 자들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교회를 세상의 저잣거리에 걸어놓아 세간의 우스갯거리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다른 일부는 열거하기도 역겨운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그것도 역시 하강기에 있는 지금의 주소 지표를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구조적으로는 사회화 되지 않은 영적구도 집단인 교회에 사회화 된 요구의 물결이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닥침으로 교회는 붕괴되고 있다. 그 가속을 이루게 하고 명분을 제공하는 것은 화인 맞은 양심이다. 이미 교회는 거룩한 집단으로서 명분과 존경을 잃어버리고, 다만 사회적 종교집단의 하나로서 여겨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그 책임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교회를 무너뜨리는 기독교 내 외부의 독버섯 같은 존재들이다. 또 하나는 이런 빌미를 제공함으로 어려움을 자초하게 하는, 하나님만이 손보실 수 있는 난감한 명목상의 지도자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태를 어떻게 타개함으로 교회의 존엄과 주님의 임재를 이 세상에서 선포할 것인가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 한다. 또한 기독교 진영의 진지구축에 실패하면 개별생존은 난망하다. 연합은 자기희생 없는 헛된 자의 외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나를 던지다보면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저절로 이루어지는 은혜의 역사이다.

이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결국 이를 수밖에 없고, 가게 될 길이 있다. 바로 영적 대각성의 역사가 일어나는 것이고, 그것은 하나님의 시간표인 역사의 주기에 의해 일어날 것이다. 분명한 것이 있다면 이 시대의 영적 대각성은 결코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누군가에 의하여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역사의 소리가 그러했듯 알려지지 않은 채 묻혀 묵묵히 주님의 뜻을 수행하고 있던 누군가를 들어 그 일을 이루실 것이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가. 나대지 않고, 자신이 그 일을 하리라 생각도 못했던 경건한 이들이다. 그리고 그 경건한 이들은 반드시 단수가 아니라도 곳곳에서 동시적 혹은 시간차 별로 발흥하여 새로운 역사를 이루어갈 것이다.

기대한다. 이 시대에도 준비된 주님의 종들이 있다. 뛰어나지 않고, 나대지 않아 눈에 띄지도 않고, 그러나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그 누군가들이 있다. 우리는 그러한 하나님의 뜻을 믿는다.

이 시대는 영적 대각성에 대한 목마름의 시대이다. 너무나 갈급해서 하나님 나라가 목숨보다 더 귀하게 여겨지기에, 그도 모르게 기도하며 부르짖는 이들에 의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성령의 신비한 이끌림이 있을 것이다. 그 하나님의 때,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 역사의 새로운 입구를 열어갈 것이다. 그 영적 대각성이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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